‘직장 체험 예능’ 현실과 얼마나 닿아있을까
‘직장 체험 예능’ 현실과 얼마나 닿아있을까
[성상민의 문화 뒤집기] KBS '체험 삶의 현장' 포맷 재탕해온 노동 현장 보여주는 예능…'봉사활동'이나 '어려운 노동' 보여주는 것 넘으려면

큰 시청률을 모으지 못해도 심심하면 등장하는 예능 소재가 있다. 바로 ‘직장 체험 예능’이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방송인들을 특정 직장에 초청하여 노동을 경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직장 체험 예능은 본래 ‘일반적인 직장과 연이 없을 유명 인사들이 직장에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1993년부터 2012년까지 KBS에서 방영된 ‘체험 삶의 현장’은 프로그램 기획 의도 상에선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언급하고, 매회 프로그램에 출현하여 노동을 체험한 명사들이 직장에서 지급받은 금일봉을 기부하는 등 최대한 공공성을 추구하려 했었다. 이후 2014년 tvN ‘오늘부터 출근’, 2015년 KBS2 ‘투명인간’ 등의 프로그램도 ‘체험 삶의 현장’이 세워놓은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에는 노동의 힘든 순간을 제외하면, 유명 인사들이 체험하는 각 노동 현장의 실상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었다. 한 눈에 봐도 열악한 노동 환경을 보여주면서도 이는 ‘방송인들의 땀 흘리는 봉사 활동’으로 그쳤다. 육체 노동에 익숙하지 않은 유명 인사들이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은 곧 웃음의 포인트가 되었다. 직장 체험을 소재로 삼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들에서 직장은 그야말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 지금은 종영된 KBS '체험 삶의 현장'.
▲ 지금은 종영된 KBS '체험 삶의 현장'.

예능은 아니지만, 2008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EBS ‘극한직업’ 역시 ‘어려운 노동’에만 집중할 뿐 열악하거나 부당한 노동 현장의 실태는 거의 다루지 않는 등 사실상 이러한 직장 체험 예능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구성을 지니며 2019년 현재까지 방송 중이다.

 

하지만 ‘체험 삶의 현장’이 종영한 2010년대 이후로 ‘직장 체험 예능’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지니게 되었다. 2014년 MBC의 인기 예능 ‘무한도전’을 통해 방영된 ‘극한알바’ 특집은 방송인들이 노동을 체험한다는 측면에서는 ‘체험 삶의 현장’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이전의 프로그램들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며 호평을 받았다. 단순히 예능의 소재나 배경으로 ‘직장’이나 ‘노동’을 활용하지 않고, 각 영역의 노동 현실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로 예능이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최초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 2017년 방영된 MBC '무한도전'의 '극한알바'.
▲ 2017년 방영된 MBC '무한도전'의 '극한알바'.

그 결과 ‘무한도전 – 극한알바’ 이후로 등장하는 직장 예능은 단순한 ‘체험’에 그치지 않는다. 2017년에 방송한 JTBC ‘잡스’는 직업을 뜻하는 ‘jobs’라는 제목대로 ‘직업 토크쇼’를 표방하며, 매회 다양한 직업에 대한 정보를 소개했다. 이후 JTBC는 2019년에도 직업 체험 예능 ‘해볼라고’를 방송하며 연예인들의 직장인 체험과 직장 정보를 연결시키는 포맷으로 ‘잡스’의 컨셉을 계속 이어나가려고 시도했다.

 

한편 2018년 파일럿 프로그램을 편성한 이후, 2019년 4월부터는 정규 편성된 KBS2 ‘회사 가기 싫어’는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의 성격이 혼재되어 있는 ‘모큐멘터리’를 포맷으로 삼으며 직장인들의 애환과 각박한 현실을 집중적으로 바라본다. 이는 마치 1987년부터 1993년까지 같은 방송국에서 방영한 드라마 ‘TV손자병법’과도 유사하지만, ‘회사 가기 싫어’는 드라마적인 요소를 중점적으로 삼으면서도 부분적으로는 한국의 노동 현실과 직장인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들을 다큐멘터리적인 방식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지닌다.

이런 상황에서 CJ가 근래 보이는 직장 체험 예능에 대한 행보는 여러 시사점을 낳는다. Mnet의 ‘슈퍼인턴’은 JYP엔터테인먼트 인턴 선발 과정 자체를 예능으로 옮기고, tvN ‘문제적 보스’는 방송인들을 연예 기획사로 보내 직장을 체험하게 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전의 직장 예능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서바이벌 오디션’과 결합시키며 퇴행적인 모습을 보였다. 

 

▲ CJENM 다이아 티비 '왓더펀' 중 '미생의 삶을 사는 프로듀사 - 24시간 막내 예능 PD로 살기'편.
▲ CJENM 다이아 티비 '왓더펀' 중 '미생의 삶을 사는 프로듀사 - 24시간 막내 예능 PD로 살기'편.

그러나 비슷한 시기 CJ의 1인 크리에이터 기획사 ‘DIA TV’가 소유한 유튜브 예능 채널 ‘왓더펀’을 통해서는 ‘24시간 – 막내 예능 PD로 살기’를 업로드하며 자사 예능 PD의 고된 업무 환경을 밀착해서 보여주는 움직임을 보였다. 케이블 채널을 통해서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더욱 문제적인 직장 예능을 선보였지만, 오히려 유튜브를 통해서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모습을 선보이는 이중적 자세를 취한 셈이다.

 

이렇게 TV 예능 속 직장의 모습은 점차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마치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을 비롯한 TV 드라마가 그러하듯, 실제 사람들이 직장에서 경험하는 일들이 점차 예능에 모습을 드러낸다. 물론 이전의 직장 예능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무한경쟁’과 ‘불안정’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예능도 등장했다. 그리고 2019년 현재, 방송을 만드는 스태프들도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정당한 노동권을 요구한다. 이들의 움직임은 DIA TV 같은 유튜브를 넘어, 지상파나 케이블 예능으로 나올 수 있을까. 나올 수 있다면, 언제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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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4-28 21:34:32
참여와 토론이 국민을 영리하게 만들고, 자신이 착취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정치를 혐오하지 말고, 직접 정치에 참여해야 노동자의 권리도 향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