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혁법안 등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2주 연속 주말 장외투쟁을 이어갔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정부 여당을) 총선에서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고,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끝장내겠다”며 “우리가 뭉쳐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한국당은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2차 집회를 열었다.

환호성 속에 집회 장소를 가로지르는 통로형 무대로 입장한 나 원내대표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최전선 대한민국 국회에서 자유민주주의수호 위해 싸우다 이 자리에 잠시 왔다”며 “그들이 망치를 가져와서 문을 부수고 빠루(철제 지렛대)로 때려 부수려고 해도 저희는 굴하지 않았다. 그들이 놀랐다. 우리를 무시하고 폄훼하던 그들이 놀랐다. 여러분과 함께 보수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말해 참석자들 환호를 받았다.

나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혁법안 골자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두고 “여러분 무슨 말인지 아시겠냐.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선거법을 보니까 수학공식이다. 표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아몰랑’ 선거법”이라고 주장했다. ‘아몰랑’은 주로 누리꾼들이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책임한 발언이나 행동을 한다고 빗대어 썼던 표현이다. 이 밖에도 한국당은 이게 나라냐”, “언론자유 탄압”, “위협받는 국민안전” 등 박근혜 정부 비판에 사용됐던 표현들을 문재인 정부에 돌렸다.

▲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를 연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와 당 소속 일부 의원들. 사진=노지민 기자
▲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정부 규탄 집회를 연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와 당 소속 일부 의원들. 사진=노지민 기자

나 원내대표는 “선거법은 정말 중요한 선거 룰이기 때문에 합의에 의해서 해야 하는 거다. 우리가 160석일때도 우리 세력이 185석일 때도 선거법은 합의해서 통과시켰다. 선거법을 일방적으로 하겠다는 그들의 발상은 국회법 무시한 불법이다. 이거 안 된다고 정상적으로 막았더니 국회의원을 18명이나 고발했다. 제가 수괴다 수괴”라고 말한 뒤 민주당이 26일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한국당 의원들 이름을 읊었다.

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황교안 대표는 “법률지원단으로 변호사 30명을 확보했다. 자유한국당을 위해 애쓰고 수고했던 그래서 고발당한 사람들 이 법률지원단이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0명 갖고 되겠냐, 법률지원단장에게 얘기했다. 빨리 300명의 변호사를 구해서 고소당한 18분을 반드시 지켜내도록 하겠다. 변호사 300명이 아니라 우리 자유한국당 300만 당원이 이 나라를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규탄집회에서 발언을 마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무대 위를 걸어다니며 집회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규탄집회에서 발언을 마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무대 위를 걸어다니며 집회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황 대표는 “자유 민주주의 지켜야 할 대한민국 정부가 자유를 버리려고 하고 있다. 이게 과연 민주 정부인가. 그래놓고 우리 더러는 ‘극우’라고 덮어씌운다. 시장경제 지키려는 게 극우냐, 자유 지키려는 게 극우냐, 그게 극우라면 이 정부 하는 짓은 ‘극극극좌’”라고 말한 뒤 “문재인 정부 좌파 독재를 이제 우리가 끝장내야 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일부 집회 참석자는 “문재인 탄핵”을 외쳤다.

집회가 진행된 광화문 광장 하늘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얼굴 사진에 ‘최악의 정치보복 인권탄압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문구가 적힌 애드벌룬이 떠다녔다. 곳곳에선 태극기와 성조기 깃발, 태극기 뱃지 등을 파는 가판대가 깔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한국당 사무총장인 한선교 의원은 “대한민국 성지와도 같은 이 곳에서 2년 전 무슨 일이 벌어졌나. 민주노총, 전교조, 언론노조 이들이 촛불을 쥐고 박근혜 정부 물러가라 외쳤다. 이게 될 말인가. 민주노총, 전교조, 언론노련(언론노조) 다시 나와 외쳐라. 문재인은 물러가라”고 목소리 높였다. 무대 앞 왼편에 자리잡은 한국당 의원들은 발언이 진행되는 내내 ‘부부젤라’를 큰 소리로 불며 호응했다.

▲ 27일 자유한국당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2차 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 있는 가판대에서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27일 자유한국당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2차 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 있는 가판대에서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시민 발언 시간에 ‘보수유튜버’로 소개된 성제준씨는 “자유민주주의를 이승만 대통령이 이 땅에 세우고 난 뒤에 문재인 정권이 세워지자마자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폄하와 모욕을 시작해왔다. 누가 뭐라든 우리나라 건국일은 1948년임에도 문재인은 1919년을 우리나라 건국일이라고 선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2시간여만에 끝난 집회는 황교안 대표가 선창하는 아리랑과 함께 마무리됐고, 노래가 흐르는 동안 집회 참석자들은 청와대 인근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그 무렵, 역시 광화문 인근에서 진행된 대한애국당 집회 참석자들도 같은 방향으로 향하면서, 광화문 일대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광화문 교보빌딩 인근 사거리 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억지, 계획 사기 탄핵의 태블릿 PC, 조작, 사실을 파헤친 언론인 변희재가 왜? 명예훼손 죄인가?’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리거나, 북한 인공기와 불타는 돼지가 합성된 인쇄물이 보도블럭에 붙여진 곳도 있었다.

▲ 27일 자유한국당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2차 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 사진=노지민 기자
▲ 27일 자유한국당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2차 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 사진=노지민 기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