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 언론 보도
안타까운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 언론 보도
[이헌석의 원전비평]

지난 19일 오전 서울에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가 열렸다. 5년마다 수립되는 에너지기본게획은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전망하고 이에 따른 수요 목표, 에너지원 구성, 효율 향상이나 안전관리 대책 등을 다루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주기가 대통령 임기와 일치하기 때문에 보통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에너지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이를 바탕으로 전력이나 천연가스 수급계획 등이 수립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와 조기 대선 등으로 이번에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먼저 수립되었다. 그간 쟁점이 되었던 탈석탄·탈핵·에너지전환 문제를 대부분 전력과 관련된 사안이었기 때문에 2017년 확정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 먼저 확정됨에 따라 이번 에너지기본계획은 향후 20년간 에너지 수요전망 문제가 주목받았다.

그동안 전력 분야 쟁점이 워낙 컸기 때문에 이름은 ‘에너지기본계획’이지만, 사실상 ‘전력기본계획’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 그중에서 핵발전을 둘러싼 쟁점이 언제나 뜨거웠다. 하지만 우리나라 1차 에너지 전체를 놓고 볼 때,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1.6%에 불과하다. 석유(40.1%), 유연탄(25.7%), LNG(15.4%) 등 화석연료의 비중이 월등히 높지만 이들은 그동안 큰 쟁점이 되지 않았다.

▲ 지난 4월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 공청회’에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참석자들과 찬성 참석자들이 피케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4월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 공청회’에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참석자들과 찬성 참석자들이 피케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각국이 노력하고 있는 에너지 수요 저감 역시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취급받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에너지수요 증가를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최근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화석연료 채굴가능량은 늘어났지만, 지금처럼 계속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 지구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선진국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2015년 중국 리커창 총리는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30년 최고치에 도달할 것이며, 이 시기를 앞당기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당연히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소비량을 억제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전환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에너지기본계획을 바라보는 우리 언론의 시각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기후변화나 온실가스 문제를 언급한 언론은 찾아보기도 힘들며, 아직도 에너지를 바라보는 시각은 ‘전기요금’, ‘산업경쟁력’,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같은 예전 프레임에 갇혀 있다. 심지어 사설을 통해 에너지기본계획이 이념에 물들었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노골적으로 국내 석탄산업이나 핵산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에너지 문제가 한 나라만의 문제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되었다. 지구온난화나 국경을 넘어 날아오는 미세먼지 문제, 핵사고로 인한 방사능 문제가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문제라는 사실은 이제 초등학생도 아는 문제이다.

이런 면에서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일부 언론이 보여준 보도 형태는 매우 실망스럽다. 이번 에너지기본계획의 쟁점을 전력문제 특히 핵발전소 증설여부로 국한시키고 찬핵진영이 갖고 나온 현수막과 구호를 그대로 전달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전력기본계획이나 핵발전기본계획 공청회가 아니라,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였음에도 전력 분야나 핵발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 정부가 처음으로 밝힌 2027년 최종에너지 소비 정점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에너지 소비구조로 변화하는 것인지 등 새로운 쟁점을 다룬 언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더 많은 발전소 건설’, ‘더 많은 에너지 소비’, ‘더 값싼 에너지’ 같은 산업계 주장이 그대로 반영되었을 뿐이다. 많은 선진국들이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기 위해 수십 년째 노력하고 있으나, 이는 여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 정도로 취급받고 있다. 에너지 분야가 전문적이고 국제적인 시야를 갖추기는 더 어렵다. 그렇다면 최소한 공청회가 열렸던 당시 동해안에서 발생한 지진과 핵발전소 문제를 연결시키는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하지 않았을까? 최근 빈번해지는 동해안 지진으로 주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경북 울진에 핵발전소를 지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이번 공청회 중에도 현수막을 펼치고 신울진(신한울) 핵발전소 건설 재개 구호를 외쳤다. 이들의 구호를 그대로 받아적는 것이 아니라, 이를 검증하고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소한 언론의 역할이지 않았을까.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평화 2019-04-27 16:14:35
우리니라 원전 밀도는 세계 1위다. 여기에 방폐장까지 합치면 그 위험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왜 모든 걸 수익관점에서만 보는가. 초자본주의(원전과 수익, 인력감축)에서 안전은 당연히 무시(KT아현사고)될 거고, 거기에 희생당하는 게 국민이라는 걸 왜 모를까. 후쿠시마 원전 폐기물 처리를 누가 하는가. 정부 인원? 공무원? 아니다.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나 돈 없는 사람들이, 고수입 선전의 미끼를 물고 건강을 포기하며 일하는 것이다. 결국, 희생당하는(방사능에 오염되는) 것은 돈 없고 백 없는 시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