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보도를 사과하지 않은 언론들
세월호 보도를 사과하지 않은 언론들
[윤형중 칼럼]

지만원이란 인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어느 시대나 극악한 인간은 있었다. 그런 인간이 존재하는 것 자체를 궁금해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를 왜곡하고 비극을 겪은 힘든 사람들을 모욕하며 살아가는 지만원이란 인간이 어떻게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지게 됐는지를 질문하고 싶다.

5·18은 역사적·정치적 평가가 끝난 사안이다. 명칭서부터 그 평가가 드러난다. 사건 초반 5·18을 부르는 주된 명칭은 ‘광주사태’였으나, 이젠 정부 문서에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표기된다. 어느 사안이나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으나 확정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비극의 희생자와 피해자의 명예를 존중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이 국회와 정치권에 불려 다니며 연사로 나서는 까닭은 아직은 우리 사회가 ‘그래도 되는 곳’이기기 때문이다. 무엇이 우리 사회를 ‘그래도 되는 곳’으로 만들었을까. 개인적으론 ‘5.18 보도를 사과하지 않은 언론’이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 지난 2월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지만원씨가 참석했다. ⓒ 연합뉴스
▲ 지난 2월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지만원씨가 참석했다. ⓒ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5·18 광주를 다시 떠올리는 이유가 있다. 언론에게 세월호란 그냥 재난이 아니었다. 보도도 ‘참사’ 수준이란 평가를 받았다. ‘기레기’라는 용어가 대중화되고, 언론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게 된 기점이기도 했다.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재난의 희생자,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시선도 상당했고, 그런 여론을 만드는 데 언론의 의도적인 보도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런데도 아직 세월호 보도를 제대로 사과하는 언론이 드물다. 공영방송인 KBS, MBC가 지난해 드물게 ‘보도 참사’를 사과했고, 채널A 기자였던 이명선 셜록 기자가 최근 KBS 저널리즘토크쇼J에 출연해 육성으로 당시 보도를 사과했다. 하지만 여전히 참사 수준의 보도를 내놓았던 언론사들 대부분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언론이 사과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일단 언론의 취재 행태부터 사과해야 한다. 많은 언론인들이 정부나 공공기관의 발표를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 습관이 누적돼 ‘세월호 승객 전원구조’라는 대형 오보를 만들어냈다. 사고 해역에서는 거센 조류로 구조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도 ‘사상 최대의 구조 작전’이나 ‘구조 장비 총동원’ 등의 보도가 적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일 행적이나, 정부 조치 등도 그저 발표한 대로 보도하곤 했다. 이런 보도들 모두 사실을 확인하기 보단 받아쓰는 행태가 만들어 낸 부끄러운 결과물이다.

세월호 참사는 기자들이 습관적으로 묻던 “심경이 어떻습니까”란 질문을 다시 보는 계기도 마련했다. 재난으로 가족, 친구를 잃은 사람들을 향해 기자들은 ‘심경’을 묻고, ‘사연’을 구했다. 당사자 마음을 배려하지 않는 취재 방식이었다. JTBC가 세월호 보도 초기에 ‘심경’을 묻는 실수를 했으나 신속하게 사과한 유일한 언론사였다.

▲ 지난 2014년 4월21일 기자들이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사망한 시신을 확인하고 앰뷸런스로 향하는 유가족을 밀착 취재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2014년 4월21일 기자들이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사망한 시신을 확인하고 앰뷸런스로 향하는 유가족을 밀착 취재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취재 행태에서 비롯한 잘못보다 중한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영합해 세월호의 진실을 찾는 조사를 방해하고, 유가족들을 ‘이상한 사람’들로 딱지를 붙이는 보도였다. 5년 전 이맘때부터 두 달여간 보수언론과 종편 등은 구원파, 청해진해운을 향한 토끼몰이식 수사를 보도하는 데 골몰했다. 이명선 기자가 반성한대로 유병언 아들이 모텔에서 무엇을 먹었는지를 왜 보도해야 했는가. 돌이켜보면 청해진해운은 세월호 참사를 만든 수많은 적폐의 일부에 불과했고, 당시 그곳을 향한 수사는 대중의 시선을 한 곳으로 모으는 데만 성공했을 뿐이다. 언론은 무엇을 좇아야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두고 신중했어야 했다.

유가족이 받게 될 보상금을 부각하는 보도,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주장하며 단식하던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향한 왜곡 보도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이런 보도들은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가짜뉴스와 찌라시의 재료 노릇을 톡톡히 했다. 가장 악질적인 보도가 아닐 수 없다.

▲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47)씨가 단식 26일째인 지난 2014년 8월8일, 광화문 농성장을 찾은 시민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준수 제공
▲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47)씨가 단식 26일째인 지난 2014년 8월8일, 광화문 농성장을 찾은 시민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준수 제공
개인적으로 세월호 참사가 있고 보름 뒤 2003년에 발생한 대구지하철화재 유가족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유가족이 한 말이 기억난다.

“지금이야 모두가 세월호를 추모하며 가족들을 위로한다고 하죠. 그런데 조금만 지나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세요. 우리처럼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되기 쉬워요.”

▲ 윤형중 LAB2050 연구원
▲ 윤형중 LAB2050 연구원
그 말을 들었을 때 그 자리에서 “설마 그럴리가요”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고, 믿지도 않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분 예언은 정확했다. 세월호 이후에도 피해자를 모욕하는 세상을 벗어나는 건 언론의 진정한 반성, 사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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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ayan2 2019-04-28 03:44:56
친일 기러기 미청산 후유증은 진행중

AK 2019-04-27 16:27:06
너도 똑같아! 진실은 숨기지!

평화 2019-04-27 10:29:55
그만큼 기자들은 박근혜가 무서웠던 게 아닐까. 국정원/정보경찰/기무사를 동원해서 민간인 사찰을 마음대로 했기에, 독재시대만큼 무서웠을 거라 본다. 그런데도, 위 칼럼처럼 기자들은 본분을 잊으면 안 된다. 아무리 세상이 극자본주의, 싱가포르 언론독재처럼 흘러갔다 해도(박근혜시대) 언론은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사실을 공정하게 보도해야 한다. 박근혜 시절 무서워서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반성하면서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외부로 사과하는 것도 좋으나, 모든 사람이 그렇게 용감하고 떳떳하지 않은 게 인간사 아닌가. 최소한 지금부터라도 양심 있는 기자가 돼라. 왜곡/축소/속보에만 머물지 말고, 정치와 역사적 진실, 포괄적 사실/탐사를 통해 99.9%의 진실을 국민에게 알려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