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이란 인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어느 시대나 극악한 인간은 있었다. 그런 인간이 존재하는 것 자체를 궁금해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를 왜곡하고 비극을 겪은 힘든 사람들을 모욕하며 살아가는 지만원이란 인간이 어떻게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지게 됐는지를 질문하고 싶다.
5·18은 역사적·정치적 평가가 끝난 사안이다. 명칭서부터 그 평가가 드러난다. 사건 초반 5·18을 부르는 주된 명칭은 ‘광주사태’였으나, 이젠 정부 문서에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표기된다. 어느 사안이나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으나 확정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비극의 희생자와 피해자의 명예를 존중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이 국회와 정치권에 불려 다니며 연사로 나서는 까닭은 아직은 우리 사회가 ‘그래도 되는 곳’이기기 때문이다. 무엇이 우리 사회를 ‘그래도 되는 곳’으로 만들었을까. 개인적으론 ‘5.18 보도를 사과하지 않은 언론’이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사과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일단 언론의 취재 행태부터 사과해야 한다. 많은 언론인들이 정부나 공공기관의 발표를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 습관이 누적돼 ‘세월호 승객 전원구조’라는 대형 오보를 만들어냈다. 사고 해역에서는 거센 조류로 구조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도 ‘사상 최대의 구조 작전’이나 ‘구조 장비 총동원’ 등의 보도가 적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일 행적이나, 정부 조치 등도 그저 발표한 대로 보도하곤 했다. 이런 보도들 모두 사실을 확인하기 보단 받아쓰는 행태가 만들어 낸 부끄러운 결과물이다.
세월호 참사는 기자들이 습관적으로 묻던 “심경이 어떻습니까”란 질문을 다시 보는 계기도 마련했다. 재난으로 가족, 친구를 잃은 사람들을 향해 기자들은 ‘심경’을 묻고, ‘사연’을 구했다. 당사자 마음을 배려하지 않는 취재 방식이었다. JTBC가 세월호 보도 초기에 ‘심경’을 묻는 실수를 했으나 신속하게 사과한 유일한 언론사였다.
유가족이 받게 될 보상금을 부각하는 보도,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주장하며 단식하던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향한 왜곡 보도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이런 보도들은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가짜뉴스와 찌라시의 재료 노릇을 톡톡히 했다. 가장 악질적인 보도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이야 모두가 세월호를 추모하며 가족들을 위로한다고 하죠. 그런데 조금만 지나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세요. 우리처럼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되기 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