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근로자는 입사 면접을 볼 때 이런 질문을 해야 할 것 같다. ‘혹시 여기서 일하는 사람은 몇 명인가요?’ 근로자 수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연장근로 해도, 야간근로 해도, 휴일근로 해도 50%의 가산임금을 안 줘도 된다. 연차휴가도 안 줘도 된다. 부당해고 당해도 부당해고구제신청도 할 수 없다. 그밖에도 못 누리는 권리가 더 있지만 생략하겠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해고 당하면 그나마 해고예고 규정으로 보호 받아왔다. 해고예고규정은 해고를 하려면 최소한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하거나, 30일 전에 예고하지 않으면 30일치 이상의 통상임금을 주는 제도다. 그런데 올 1월15일 해고예고 규정이 바뀌었다. 기존 근로기준법은 해고예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규정(35조)를 두고 있었고 그 중 하나가 ‘월급근로자로서 (근무한지) 6개월이 되지 못한 자’였다. 이에 한 학원강사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 위헌 판결이 나왔다. 이에 기존 근로기준법 해고예고 예외(35조) 규정은 삭제되고 대신 해고예고(26조) 규정에 해고예고를 제외하는 3가지 사유가 규정됐다. 그 중 2호, 3호는 원래 있던 내용이고 1호에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가 추가됐다.

개정 근기법 26조는 근로자 누구에게도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구제신청 자체가 안 되서다. 해고무효확인소송,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등이 민사상 가능하나 최저임금을 받으며 열악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소송해 권리 찾으라니 실소만 나올 뿐이다. 개정 근기법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일한지 3개월이 안 되면 갑자기 해고 당해도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실직에 내몰리게 됐다. 근기법 26조가 해고예고기간을 규정한 것인지 해고자유기간을 규정한 것인지 모를 지경이다.

▲ 노동자 자료사진(이 기고글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사진=pixabay
▲ 노동자 자료사진(이 기고글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사진=pixabay
헌법재판소는 2014헌바3 판결에서 해고예고제도는 돌발적 실직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려는데 취지가 있다고 했다. 또한 해고예고의 적용을 배제할 경우는 근로계약의 성질상 근로관계 계속에 대한 근로자의 기대가능성이 적은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개정 근기법 26조는 근로계약기간, 고용형태, 수습 등을 불문하고 일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이면 해고예고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 이런 개정은 헌재 판결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는 근로관계의 계속성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일한 기간이 6개월이든 3개월이든 돌발적 해고로 인한 경제적 곤란을 보호할 필요성은 다르지 않다. 외국입법례를 봐도 근속기간에 따라 해고예고 기간을 다르게 설정하는 경우는 있어도 근속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고 해고예고의무 자체를 면제하는 경우는 없다. 만약 새로 입사한 근로자의 업무적합성이나 인화 등을 판단할 기간이 필요하다면 수습기간을 두되 아무 예고 없이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보다는 적어도 2주 전에는 수습 종료통보하도록 해 해고예고의무를 완화해 적용할 수도 있다.

일방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에 대한 복지대책이 고용보험에 최소 180일은 가입해야 받을 실업급여 밖에 없는 상황에서 해고예고제도는 갑자기 막막해진 생계에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단순히 근속기간만을 가지고 해고예고 예외를 인정해버린 근로기준법 개정은 헌재판결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근로계약기간이나 근로계약 내용 등을 바탕으로 근로자의 계속 근로 기대가능성을 더 섬세하게 고려해 개정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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