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의 제조·판매사 면책 근거로 쓰인 질병관리본부(질본)의 독성실험이 엉터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질본의 책임 인정과 사죄를 촉구하고 나섰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 모임 6곳이 꾸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연합’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질본에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국민 안전을 우선시해야 할 정부기관이 오히려 엉터리 실험결과를 내놔 기업이 피해를 외면하고 방관하는 방어막이 됐다”고 규탄했다.

SK케미칼이 만들고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는 옥시제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그러나 2011년 가습기메이트는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아 제조·판매회사 책임자가 기소되지 않았다. 제품 수거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photo_2019-04-18_19-54-43.jpg

최근 그 면죄부를 준 질병관리본부의 동물실험이 심각한 오류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SBS 보도로 드러났다. 이미 유럽연구에서 폐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확인한 저농도로만 실험하고, 저‧중‧고농도로 실험하도록 하는 독성실험 원칙을 어기고 1차례만 진행했다. 

실험을 위탁수행한 한국안정성평가연구소 책임자는 ‘실험실 연구로는 노출농도 한계가 있어 질본에 추가연구를 계속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 관련 기사: 질병관리본부, 엉터리 실험 결과로 ‘가습기 메이트’ 면죄부 / SBS ]

피해자연합은 이를 두고 “정부기관과 가해기업이 피해를 부정하며 방치하는 사이 누군가는 죽어갔으며, 누군가는 피해가 악화했다”며 “보건복지부 소속기관인 질본이 얼마나 피해 대응을 잘못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이들은 “정부 부처가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은폐 축소하는 데 앞장선 사실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사실을 바로잡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 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에는 “질본의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질본은 “가습기메이트의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밝힌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 ‘너나우리’ 이은영 대표는 “지금 질본은 피해자들에게 사과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려 한다. 잘못된 실험 때문에 피해자들이 인정도 못받고 죽어간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아느냐”고 반문했다.

현재까지 가습기메이트 사용 신고자는 1370명이다. 이 가운데 130명이 피해자로 공식인정 받았다.

한편 검찰은 8년 만에 가습기메이트 피해를 다시 수사하고 있다. 이날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됐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