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참사특조위가 가진 조사권의 한계를 절실히 느낍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장준형 군 아버지)이 특별수사단과 국민고발인단 구성을 촉구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최근 세월호 참사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할 특별수사단 설치를 위해 서명과 국민청원 운동에 들어갔다.

정부와 국회만 바라볼 순 없다는 움직임이다. 배서영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 사무처장은 “국회에선 현재 자유한국당이 국정을 마비시키면 의회가 끌려가는 정국이 반복된다. 다시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대 국회가 열리고 민주당이 다수의석을 확보한 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의회 움직임은 어땠을까. 

▲ 사진=민중의소리
▲ 사진=민중의소리

‘사참위 특별법’ 압도적 통과, 피해지원 ‘김관홍법’ 무한계류

개회 얼마 후 박주민(은평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피해자 지원 법안은 관심 대상에서 멀어졌다. ‘세월호 변호사’ 출신 박 의원(대표발의)을 비롯한 70명은 지난 2016년 6월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이 법안은 민간잠수사 고 김관홍씨가 세월호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잠수병과 트라우마로 세상을 떠난 지 사흘 뒤 발의돼 ‘김관홍법’이라 불린다. 현행법이 구제하지 못하는 기간제 교사, 민간 잠수사, 소방공무원, 당시 단원고 학생과 교직원 등을 완치될 때까지 지원하도록 했다.

법안은 법사위원회에 올라간 뒤 계류 중이다. 박 의원은 홀로 이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국회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남은 과제들이 굉장히 많다. 법사위에서 아무 이유 없이 세월호 관련 지원법이라는 이유만으로 전체회의에 계류돼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29일 법사위 전체회의 땐 윤상직(부산기장) 자유한국당 의원이 “잠수사 사망 및 부상은 세월호 침몰과 직접 관련이 없다. 산재 관련일 수 있어 여기까지 확대되는 것이 맞냐”고 묻기도 했다. 그 뒤 법안은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2017년 11월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수정안(사회적참사특별법)’이 가결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2017년 11월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수정안(사회적참사특별법)’이 가결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2017년 11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역시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은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사건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원인과 수습과정, 이후조치 등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도록 했다. 희생자 가족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법안이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문제제기로 깎여나간 부분도 없지 않다. 수정된 합의안은 특조위 활동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였고, 사회적 참사 특조위의 특검요청 심사기한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의 망언은 논란에 휩싸였다. 정유섭(인천 부평갑) 의원은 “조사와 수사, 법원 1‧2심 판결까지 다 했다. 부족하나? 세월호 사고 원인을 아직도 모르나. 나한테 물어보라. 내가 가르쳐주겠다”라며 통과에 반대해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법안은 적폐청산 여론에 힘입어 자유한국당 의원 45명, 바른미래당 의원 1명과 기권표를 빼고 압도적 표차로 통과했다.

▲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왼쪽)과 윤상직 의원. 사진=민중의소리·노컷뉴스
▲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왼쪽)과 윤상직 의원. 사진=민중의소리·노컷뉴스

집권 뒤 민주당 세월호특위 두드러진 활동없어, 언급도 줄어

입법행위 바깥의 의정활동은 어땠을까. 민주당에는 2016년 20대 국회가 열린 지 한 달여 만에 꾸려진 세월호특별대책위원회가 있다. 전해철(안산상록갑)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박주민·위성곤 의원이 간사를 맡았다. 김한정 황희 표창원 김현권 송영길 제윤경 김철민 의원을 포함해 10명으로 이뤄졌다. 언론보도를 찾아보면 세월호특위는 2016년 말 팽목항 인양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2017년 초 대국민 인양 설명회를 여는 등 활동을 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 뒤엔 딱히 두드러진 활동 내역을 찾기 어렵다. 미수습자 유해가 발견된 2017년 5월 박주민 의원이 주도해 목포신항을 찾았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 여론을 조성하기보단 불거지는 논의 흐름을 ‘따라가는 활동’을 해왔다는 평가다. 4·16연대 측은 “민주당과 계속 파트너로 소통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세월호특위 위원장인 전해철 의원은 안산 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 방침을 밝혔다. 한편 김철민(안산상록을) 의원은 사진촬영을 금지한 목포신항만에서 세월호 선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김 의원은 “(국민의당 목포시의원들과 달리) 의정활동 기록을 남기기 위한 사진으로, 유족들도 막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 더불어민주당 세월호특별위원회 의원들이 2017년 11월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세월호ㆍ가습기살균제 사회적 참사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더불어민주당 세월호특별위원회 의원들이 2017년 11월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세월호ㆍ가습기살균제 사회적 참사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눈에 띄는 개별 의원들의 활동은 소수였다. 천정배(광주서구을)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해 7월 국군 기무사령부가 참사에 사고 당일부터 관여하고, 청해진해운 직원들과 참사 이전부터 전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군과 검찰이 함께 꾸리는 합동수사단도 촉구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도 2014년 5~6월 기무사 내부 ‘세월호TF’가 유가족들을 사찰하고, 청와대엔 인양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희생자를 “수장”하자고 청와대에 건의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청와대의 세월호 당시 문건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는 데 맞섰다.

배서영 4·16연대 사무처장은 그간 세월호 참사 관련 국회 움직임을 두고 불가피한 환경이 있었다고 풀이했다. “지난해에야 사고발생과 침몰 시간을 특정했을 만큼 진상규명이 그 자체로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고, 국회가 움직임을 만들어나가기에 검찰과 사법당국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배 처장은 “지금이라도 빨리 머리를 맞대고 수사에 진전을 가져올지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 지난 4월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참석자들이 추모사이렌에 맞춰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지난 4월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참석자들이 추모사이렌에 맞춰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5주기 앞두고 수사 촉구, 민주당 ‘특별수사단’ 언급도

15일엔 국회에서 수사를 촉구하는 발언이 나왔다. 시민사회는 환영했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직권남용죄 공소시효가 불과 2년밖에 남지 않아 책임자 처벌의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라며 “사회적참사특조위는 조사기관이라 수사권이 없다. 검찰 수사도 필요하다. 제대로 된 수사를 하려면 유가족이 요구하는 특별수사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지난 3월 사회적참사 특조위가 세월호 CCTV 영상저장장치 조작 의혹을 발표했다. 조속한 수사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4·16연대 측은 “정체된 정국에선 국민들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 최근 국회가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공개 발언을 해 여론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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