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잊지 않겠다? 언론이 할 말 아냐”
“세월호 참사 잊지 않겠다? 언론이 할 말 아냐”
[인터뷰] 정수영 성균관대 신방과 연구교수 “대통령 옹호 보도가 희생자 가족 혐오로 이어져…재난보도 전문성 갖춰야”

“세월호 참사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고 밝혀지지 않은 게 많은데 잊지 않겠다는 건 언론이 할 말은 아니다.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공감이 되지만 언론이 할 일은 재발방지를 위해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5년간 왜 해결이 안됐는지 맥락을 설명하는 일이다. 무엇을 잊지 않겠다는 걸까. 명확히 진상을 밝히고 거기서 교훈을 얻어내야 잊지 않겠다는 말도 가능하다.”

세월호 5주기를 맞아 언론보도를 돌아보는 정수영 성균관대 연구교수(신문방송학)의 지적이다. 언론이 매년 4월16일에 맞춰 세월호를 보도할 게 아니라 ‘왜 5년이나 희생자 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지’ 과정을 설명하고 ‘정부와 사회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언론이 재난보도에 좀 더 전문성을 보완해 재난초기부터 당사자나 책임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세월호 5주기인 2019년 4월16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1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1면에는 세월호 소식이 없고, 한겨레와 경향신문 1면에는 세월호 소식이 비중있게 담겼다.
▲ 세월호 5주기인 2019년 4월16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1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1면에는 세월호 소식이 없고, 한겨레와 경향신문 1면에는 세월호 소식이 비중있게 담겼다.

정 교수는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왜 5년이나 희생자 가족들이 정부에 진상규명·책임자처벌을 요구하는지 맥락설명이 없는 상황에서 1주기, 2주기 이럴 때만 언론이 세월호를 주목할 경우 결과적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 등에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게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희생자가족들의 끝나지 않는 싸움에 주목해 이슈를 지속하며 시민들의 관심을 잡아두는 ‘어젠다 키핑(agenda keeping)’에 신경써야 한다는 말이다.

5년 전으로 가보면, 참사 초기부터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언론보도를 불신했다. 모두가 알듯 ‘전원구조’ 오보가 큰 원인이다. 정 교수는 “가족들의 이야기나 정부의 보도자료를 넘어 해경이 구조를 하기 위한 방법 등과 같은 필요한 정보가 없었으니 언론보도에 대한 불신이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박근혜 정부 옹호냐 비판이냐의 관점을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문제해결에 방점을 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재난보도에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당사자들이지 일반 시청자들이 아니다”라며 “재난구조 책임자들도 언론보도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는데 재난현장에서 수습 등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발 빠르게 찾아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 2016년 5월4일 한 시민이 세월호 청문회를 보도하지 않는 KBS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2016년 5월4일 한 시민이 세월호 청문회를 보도하지 않는 KBS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학생의 부모가 2015년 12월14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를 방청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학생의 부모가 2015년 12월14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를 방청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인 2014년 6월4일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언론보도는 세월호를 두고 양극단으로 갈렸다. 당시 정치권은 세월호를 선거의 중심에 뒀고 언론은 이를 확대 재생산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 안 되지만 정치인은 선거승리가 목적이니 세월호 이슈를 선거에 이용했다 하더라도 언론이 거기 휩쓸린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거를 기점으로 조선일보 등 보수 성향 언론은 ‘대통령 옹호’로 입장으로 바꿨다. 정 교수는 “당시 세월호 가족 등이 해양경찰과 같은 정부당국에 책임을 묻는 상황에서 청와대를 옹호하는 보도는 역으로 정부당국에 책임을 묻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언론보도는 의도했든 안 했든 감정을 만들어내는데 공감과 연민의 반대엔 혐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예를 들어 대통령이 진도에 가서 눈물 흘리는 보도를 하면 ‘대통령이 열심히 하는데…’하는 감정을 만들어낸다. 그러면 정부에 여러 요구를 하는 유족이나 실종자 가족에 대한 혐오가 나오게 된다. 광화문에서 벌어진 폭식투쟁 등 혐오가 오프라인까지 나왔는데 이런 감정을 조장하고 만들어낸 게 대통령 옹호보도를 한 언론”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제대로 된 보도라면 희생자 가족에 대해 연민과 공감의 감정을 줘야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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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4-16 22:16:10
정교수의 말도 맞다. 그래도 잊지 않겠다고 하는 게 어딘가. 과거에만 해도 지겹다던 언론들을 보면 그나마 발전은 했다. 하지만 아직도 지겹다는 말이 나온다. 주변 가족의 죽음은 평생의 트라우마다. 이는 어떤 보상과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