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5주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일반인 희생자 추모식장에서 시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황교안 대표는 오전 11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와 잠수사들이 안치된 인천가족공원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한국당의 행보는 눈에 띄었다. 이해찬·손학규·정동영·이정미 등 여야 4당 대표가 오후 3시 안산시에서 열리는 5주기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반면 황교안 대표는 인천 일반인 희생자 행사에만 참석했다. 인천 행사에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 등도 참석했다.

▲ 16일 오전 인천가족공원에서 열린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 추모 행사장에 들어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금준경 기자.
▲ 16일 오전 인천가족공원에서 열린 세월호 일반인 유가족 추모 행사장에 들어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금준경 기자.

단원고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법무부 장관인 황 대표의 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곤혹스러운 자리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에는 세월호 단원고 유족과 일반인 유족을 분리해 갈등을 조장하려 한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행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황 대표가 추모사를 낭독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자마자 야유와 함께 시민들의 반발이 터져나왔다.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져라!” “황교안은 물러가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몇몇 시민은 피켓을 들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구호를 외쳤다.

▲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추도사를 하자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반발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추도사를 하자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반발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가 헌화를 하자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가 헌화를 하자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황 대표는 반발을 신경쓰지 않고 추모사를 낭독했다. 그는 “5년전 그 날을 돌이키면 참아내기 힘든 아픔과 회환이 밀려온다. 사고 당시 정부에 몸 담았던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마음을 담아 사죄의 말씀 올린다”고 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세월호 그만 울궈먹으라며!”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전태호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장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추모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강조한 반면 황 대표는 ‘진상규명’ 언급은 하지 않았다.

황 대표를 비롯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헌화를 할 때도 “여기가 어딘지 알고 왔냐”는 비판이 나왔고 황 대표가 자리로 돌아간 후에도 “황교안을 처벌하라”는 구호가 끊이지 않았다. 자리로 돌아간 황 대표는 반발을 의식하지 않고 민경욱 대변인과 대화를 나눴다.

구호를 외친 정동근씨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진상을 은폐한 사람이 추모사를 한다는 것에 시민으로서 참을 수 없었다. 수사 받고 처벌 받은 다음 추도식에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후 자리를 뜨는 황교안 대표. 사진=금준경 기자.
▲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후 자리를 뜨는 황교안 대표. 사진=금준경 기자.

행사가 끝난 직후 기자들은 황교안 대표에게 몰려가 질문했다. 왜 안산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황교안 대표는 “모두 304분의 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 곳에 왔다. 희생된 분들의 영면을 기원한다”고 답했다.

제대로 된 답이 나오지 않자 다른 당 대표들은 3시 안산 행사 참석하는데 왜 같이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황 대표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304분의 희생을 이 곳에서 추모하고 뜻을 기리겠다는 마음”이라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세월호 유가족이 황 대표의 수사를 요구했다는 지적에 황 대표는 “혐의 없음이라고 수사과정에서 나왔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미래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황 대표는 세월호 유가족 모욕 발언을 한 차명진 전 의원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미 사과했고 부적절한 발언이었기에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진석 의원도 SNS를 통해 비슷한 발언을 했다는 지적 등 질문이 이어졌다. 황 대표는 이후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행사가 끝난 후 한국당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부적절하며 국민 정서에 어긋난 의견 표명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께 당 대표로서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는 황교안 대표의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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