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하우스’와 ‘구해줘! 홈즈’ 사이의 간극
‘러브하우스’와 ‘구해줘! 홈즈’ 사이의 간극
[성상민의 문화 뒤집기] 20년 사이 달라진 한국의 부동산 풍경 보여주는 '부동산 예능'

지난 3월 31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10시 35분에 방송을 시작한 MBC의 새로운 예능프로그램 ‘구해줘! 홈즈’(연출 이윤화 이경원)는 ‘발품 중개 배틀’을 표방한다. 대체 무엇을 발품 팔아서 중개하고, 다시 경쟁한다는 것일까? 다름 아닌 ‘부동산 매물’이다. 

박나래, 김숙을 비롯한 6명의 고정 출연자와 1-2명 내외의 게스트가 각각 ‘복(福)’팀과 ‘덕(德)’팀으로 편을 가른 뒤에, 매화마다 등장하는 의뢰인의 요구 사항에 부합하는 집을 찾아 나선다. 한 팀당 약 3-4곳의 부동산 매물을 찾아 나선 뒤 단 한 집만을 최종 후보로 확정하고, 이후 의뢰인의 선택에 따라 우승팀이 정해진다. 그리고 우승팀의 명의로 의뢰인에게는 ‘이사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소정의 출연료가 지급된다.

공인중개사의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한 프로그램의 포맷에 시청자들이 빠르게 화답했다. 올해 설날 연휴 기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송될 때부터 화제가 되었던 ‘구해줘! 홈즈’는 약 두 달 만에 정규 편성에 돌입했고, 2화까지 방송한 현재 5.8%의 시청률(닐슨 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다. 절대적인 수치로는 적어보이지만, ‘구해줘! 홈즈’가 방송하는 시간대에는 이미 SBS의 ‘미운 우리 새끼’가 꾸준히 시청률 20% 이상을 확보한 상황임을 생각하면 강자의 틈바구니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봐도 과언은 아니다.

 

 

▲ MBC '구해줘! 홈즈' 홈페이지 캡쳐.
▲ MBC '구해줘! 홈즈' 홈페이지 캡쳐.

공교롭게도 MBC의 부동산을 활용한 예능 프로그램은 ‘구해줘! 홈즈’가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초 신동엽, 박수홍을 전면에 내세웠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 - 러브하우스’는 한국 최초로 ‘집’을 소재로 삼은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매화마다 거주하는 집의 문제로 인해 곤란에 빠진 의뢰인의 사연을 소개한 뒤, 유명 건축가들과 함께 무료로 의뢰인의 집을 리모델링하고 개조 전과 뒤의 달라진 집의 모습을 비교하는 장면을 중요한 포인트로 삼았다.

 

특히 공사 전후 달라진 집의 모습을 비교하는 ‘비포 앤 애프터’ 장면은 방송 후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간간히 패러디 될 정도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러브하우스’는 공사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주택 소유 여부가 사실상의 필수 조건인 프로그램이었다. 만약 의뢰인의 집이 임대 주택이라면 집주인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만 했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낡고 허름해도 어떻게든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고충을 대변한 프로그램이었던 셈이다.

 

그 이후로 한국 예능 속 부동산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2011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나는 가수다’ 1기가 종료된 이후 새롭게 꺼낸 카드였던 ‘내 집 장만 프로젝트 : 집드림’은 우승 상품으로 ‘집’을 내건 퀴즈 프로그램이었다. 자신들의 집이 없는 가족들만을 출현시키고 퀴즈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단 한 가족에게만 집을 준다는 컨셉은 ‘자기 집도 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게 만든다’는 이유로 바로 거센 비난에 휘말렸다. 시청률 역시 제작진이 기대했던 만큼 나오지 않았다. 결국 ‘집드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종영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부동산 예능이 사라지지 않았다. 2015년 XTM(현 XtvN) ‘수컷들의 방을 사수하라’(수방사), 2016년 tvN ‘렛미홈’, 2017년 JTBC ‘내 집이 나타났다’ 등의 프로그램들은 크고 작은 차이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러브하우스’가 세운 프로그램의 틀에 크게 의존하는 작품들이었다. 결국 이들 프로그램 상당수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채 사라졌다. 그나마 ‘수방사’의 경우에는 ‘남편이 아내 허락 없이 집안을 마구 개조한다’는 컨셉으로 잠시 화제가 되었지만, 지나치게 남성의 욕망 위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 MBC '구해줘! 홈즈' 방송 화면.
▲ MBC '구해줘! 홈즈' 방송 화면.

‘구해줘! 홈즈’는 이전의 예능과 결이 다르다. ‘집드림’을 제외하면 모두가 자신의 집을 지니고 있던 이전의 부동산 예능 속 의뢰인들과 달리, ‘구해줘! 홈즈’의 의뢰인들은 모두 자신의 집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집을 구하는 예산 역시 의뢰인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결국 의뢰인이 방송에서 만족스러운 집을 정해도 그 집은 결코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으며, 부동산 매매 비용을 자신이 스스로 내야하는 현실 역시 바뀌지 않는다. 단지 자신이 발품을 팔지 않고, 연예인들이 대신 집을 찾았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소유하기는커녕 계약기간이 끝날 때마다 집을 구하러 다니는 상황에서 ‘구해줘! 홈즈’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빠르게 공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러브하우스’와 ‘구해줘! 홈즈’ 사이에 놓여있는 부동산에 대한 간극은 20년 사이에 더욱 악화된 한국 부동산의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의도치 않은 장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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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4-14 16:03:18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집에 너무 집착하는 건 아닐까. 물론, 강남 3구에 사는 몇몇 전현직 언론인들이 기사로 부동산을 많이 띄우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집이 모든 걸 결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도 인구절벽으로 일본처럼, 멸실주택이 남아도는 날도 멀지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