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강원 산불 발생 때 뭘 했냐는 보수 유튜브 방송의 가짜뉴스 논란이 청와대의 강력대응 발표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산불 발화부터 국가위기관리센터 회의에 등장한 5시간 동안의 행적을 공개 요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을 비운 것과 비교하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산불이 난지 5시간 만에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 나타난 건 사실”이라며 “국토가 불에 타는 화재 상황에서 긴급회의 주재자인 대통령이 관저에 있으면서 5시간 만에 나타나 회의를 주재한 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그리 떳떳하면 당시 행적을 밝히면 될 걸 대응가치가 없다고 엉뚱한 얘길 하니 더더욱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는 건데, 도리어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에게 강력 대응한다? 온라인을 한번 보라. 국민들 다 고발할 건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 때 1분 단위로 행적을 밝혀야 한다고 문제 삼던 것을 들어 문 대통령도 최소한 10분 단위로는 얘기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각종 의혹 제기가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거라 이해하지만, 이 문제는 대통령이자 재난콘트롤타워의 지휘자에 국민과 국민의 대의기관이 정당하게 묻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도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1시11분에 회의 시작하는데 왜 VIP(대통령)가 0시20분에 회의에 참석했느냐”며 “술에 취해 있었는지 그 내용이 궁금하다”고 비난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온 것은 0시20분으로 화재 발생 5시간 후이고 소방대응 3단계 격상 2시간30분 뒤”라며 “과거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박근혜) 7시간을 초 단위로 알리라고 난리를 치”지 않았냐고 했다.

이들의 주장은 보수 유튜브방송인 진성호방송과 신의한수 등에서 음주설과 보톡스 시술설을 주장한데 기반한다. 진성호 전 한나라당 의원은 “왜 당신은 강원도 산불이 났을 때 나타나지 않았는가. 그래서 음모론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언론사 사장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고, 신혜식씨는 “고성산불과 관련해 두 시간에 대통령의 행적에 관해 초단위로 밝혀야 되겠다, 성형의혹도 있고, 숙취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0시20분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강원도 고성 속초 산불 진화를 위한 긴금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0시20분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강원도 고성 속초 산불 진화를 위한 긴금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세월호 참사에 빗대면서 허위조작정보를 퍼뜨리고, 5·18 망언을 했던 김순례 당 최고위원이 강원도 산불이 났을 때 대통령께서 언론인들과 술을 마셨다는 가짜뉴스를 페이스북에 게시하는 등 도를 넘”었다며 “이런 행위들이 결코 자유한국당에도 도움이 안 된다. 계속한다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온 같은당 최고위원은 “‘자유한국당이 정말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확인했다. 허위조작정보는 마약과 같다”며 “범죄 수준의 모략”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사 사장과 술자리? “관저로 돌아왔다”

청와대 역시 강력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9일 저녁 모두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이런 거짓말을 누가 믿겠는가 해서 대응하지 않았으나 일부 정치인들이 면책특권에 기대 정치적으로 악용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설명은 이런 모든 의혹이 한마디로 거짓말이라는 얘기다. 강력대응은 문 대통령의 당일 행적과 산불대처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그렇다면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당일 무엇을 한 것일까. 청와대 풀기자단이 작성한 취재기록을 보면,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3회 신문의날 기념 축하연에 참석해 6시23분 축사를 한 뒤 6시36분 떡케잌을 자르고 나서 6시37분 머리숙여 인사한 뒤 현장에서 퇴장했다.

청와대는 그후 문 대통령이 관저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이에 따르면 언론사 사장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후 문 대통령이 관저로 들어온 뒤부터 첫 산불 대처 지시를 내린 11시15분(고민정 부대변인)까지 무엇을 했는지 청와대가 아직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특히 문 대통령이 0시20분 국가위기관리센터에 와서 긴급회의를 주재하기 전까지 모습은 공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보수 유튜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숙취설, 지병설, 보톡스설까지 제기한다. 하지만 문제는 문 대통령이 관저에 복귀한 시간은 산불이 발화한 오후 7시17분 이전이라 관저에 있는 게 당연한데도 이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은채 7시간이 비운 것과 단순 비교하는 건 합리적 의심이라고 할 수 없다.

청와대가 진성호방송과 신의한수 등에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취하겠다고 한 만큼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면서 취하는 조치를 지켜보는 게 우선이다.

청와대는 아직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 신중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그 시간동안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일정이나 행적을 알려달라고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여러 차례 문의했으나 아직 답하지 않고 있다. 다만 고민정 부대변인이 지난 9일 “이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누가 믿을까 해서 대응하지 않았다”고 공식으로 밝힌 만큼 조만간 대통령 일정도 밝힐 것으로 보인다.

▲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이언주 페이스북
▲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이언주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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