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산불 강풍 타고 속초 시내 위협… 대피령 확산”(4일 KBS 뉴스특보)
“소방본부, 재난대응 최고단계 발령”(4일 MBC 뉴스특보)
“강원 고성군·속초시 주민들 대피령 내려” (5일 SBS 나이트라인)
지난 4일 산불 재난이 발생한 강원도 일대 지역 주민들은 즉시 대피소로 대피해야 한다는 지상파 뉴스와 특보가 방송됐지만, 정작 활동지원사가 없는 탈시설 청각장애인들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실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받은 재난방송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날 지상파 3사는 산불이 도심과 민가를 덮치기도 했던 다급한 순간에도 재난 방송을 하면서도 수어(手語) 통역을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
국가재난주관 방송사인 KBS는 재난 발생 다음 날인 5일 오전 8시에 수어 통역 방송을 시작했고 MBC는 오전 8시30분, SBS는 오전 9시50분부터 수어 방송을 실시했다. 외려 지상파 3사보다도 종합편성채널인 JTBC(6시59분)와 TV조선(6시57분). MBN(7시), 채널A(9시20분)가 이날 오전 먼저 수어 통역을 시작했다.
전장연은 “KBS, MBC는 지금 당장 화재 뉴스 속보에 수어 통역을 도입하라. 속초-고성에 사는 장애인도 재난 속보를 듣고 안전해질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지만 화재가 발생하고 거의 반나절 동안이나 두 공영방송은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청각장애인들에게 수어 통역이 필요한 이유는 이들의 중심 언어는 수어여서 한국어 자막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수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자막방송을 읽으려면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 또 자막이 제공된다 하더라도 수어와 달리 감정, 억양, 느낌 등이 전달되지 않아 충분한 통역 수단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5일 논평을 내고 산불 재난 사태에도 제대로 수어 방송을 하지 않은 KBS 등 방송사들을 향해 “장애인들의 안전을 내팽개치는 재난 수준의 재난방송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 제52조 장애인의 시청지원) 제1항에는 “방송사업자는 장애인의 시청을 돕기 위하여 방송프로그램에 대해 한국수어·폐쇄자막·화면해설 등을 이용한 방송을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40조에 따른 재난방송 프로그램은 방송사의 의무편성 비율과 상관없이 무조건 수어 통역 서비스 등을 해야 한다.
관련기사
이와 관련해 민언련 방송통신위원회에 이번처럼 방송사가 재난방송에서 수어방송 지원 등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 벌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언련은 방송 재허가·재승인 평가에 반영하는 방송평가의 ‘장애인 시청지원 프로그램 편성 평가’ 항목에서 단순히 장애인방송 편성 고시에서 의무로 정한 편성 비율을 달성했는지 여부만을 평가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시청자의 시청권 보장에 차이를 두는 인식 자체를 개선하지 않으면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 시청자를 차별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은 단언컨대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