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기본급)을 판단하는 데에 상여금과 식대,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를 포함(최저임금산입범위)시킬 수 있도록 개악한 것과 ‘과로사법’으로 불리는 탄력근로시간제 확대안을 비판한 명숙 인권운동네크워크 바람 상임활동가의 글에 대해 한정애 국회의원실 조선옥 보좌관이 반론성 글을 보내왔습니다. 건강한 논쟁이 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주


3월 임시국회가 5일 막을 내렸다.

애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개편안이 처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두 법안은 첨예한 여야의 입장 차이에 민주노총의 반발이 더해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입법과정을 내내 지켜본 입장에서 무엇보다 7월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사업체의 주52시간 적용을 감안할 때 3월 국회 처리가 절실했음에도 그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국정과제를 통해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 대표적이다.

최저임금의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적용 최저임금부터 2년에 걸쳐 27% 이상 인상되었다. 단순인상 뿐 아니라 임금 격차 완화에도 뚜렷한 효과가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바탕으로 한 2018년 사업장 규모별, 업종별 임금상승률 통계에 따르면, 소규모 사업장과 임금수준이 낮은 업종을 중심으로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구체적으로는 사업장 규모별 임금 상승률의 경우, 5인 미만 사업장은 6.2%, 5인에서 9인 사업장의 경우 5.5%의 임금 상승률을 보여, 규모별 전체 임금상승률인 5.3%를 웃돌았다. 업종별 임금상승률도 마찬가지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 전 산업 평균 임금에 비해 임금 수준이 낮은 숙박음식업(8.6%), 개인서비스업(7.0%) 등을 중심으로 월평균임금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금상승률 4.6%)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다보니 최저임금에 대한 우려와 오해도 많아지는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이다.

지난해 6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최저임금법이 개정되어 올해부터 시행중이다. 산입범위 확대는 지나치게 복잡한 우리나라 임금구조가 초래하는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종전에는 상여금 등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기본급 외에 상여금 비중이 높은 경우 최저임금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고임금 근로자임에도 최저임금에 위반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인상된 최저임금이 현장에 안착되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다양한 지원 대책과 더불어 합리적인 임금구조 정착을 위한 여건 조성이 불가피했다. 다만, 최저임금법 개정시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가 한꺼번에 최저임금에 포함되어 저임금 노동자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산입범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도록 하였다.

최저임금위원회 역시 이를 감안하여 2018년 최저임금 16.4% 인상에 이어 2019년 최저임금 10.9% 인상을 결정할 때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보전분 1%를 추가로 반영하였다. 산입범위 확대에 대한 노동계의 애초 우려와 달리, 대부분의 저임금 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탄력근로제와 관련하여 ‘경사노위(노동시간개선위원회) 합의안’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제도개선에 반대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제도개선에 도움이 되기에 몇 가지 오해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면 주 최대 52시간제가 무의미하다?

가장 큰 오해 중의 하나가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이 확대되면 근로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탄력근로제는 단위기간 내에 주 최대 52시간을 지키는 것을 전제로, 업무량 변동에 따라 집중근로와 그 보다 짧은 근로가 허용되는 제도이다. 실제로, 작년 11월 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제도 도입후 연장근로에 변화가 없는 기업이 대부분(81.5%)이었으며, 나머지 18.5%의 기업은 오히려 연장근로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정 합의안’은 현행과 동일하게 1주 평균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하도록 하고 있어 주 최대 52시간제의 시행 효과는 그대로 유지된다.

둘째, 탄력근로제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안은 과로를 합법화한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경사노위 논의과정에서 단위기간 확대로 인해 건강권 훼손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 하에, 건강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조치로서, 그간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11시간 연속 휴식제를 포함하였다.

11시간 연속 휴식제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에서 주로 활용하는 제도로, 근로시간의 주(週)간 상한만 있던 우리나라에 있어서 일(日)간 상한이 설정되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변화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합의안에 11시간 연속휴식제가 서면 합의만 하면 예외로 인정하도록 되어 있어, 실제로는 형해화 될 것라고 걱정한다. 그러나 최근 발의된 한정애 의원 법안에서는 예외사유를 시행령에 명확히 규정하도록 하여 악용되지 않도록 하였다. 경사노위 과정에서도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사례를 참고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예외사유는 그에 준하여 한정적으로 규정될 것이다.

▲ 금속노조 현대그린푸드지회 노조원들이 지난 2월17일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앞에서 ‘현대그린푸드 최저임금 무력화 규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임연철
▲ 금속노조 현대그린푸드지회 노조원들이 지난 2월17일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앞에서 ‘현대그린푸드 최저임금 무력화 규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임연철
셋째,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면 연장근로 수당 없이 장시간 노동을 시킬수 있다? “잘못된 주장” 이다.

기본적으로 탄력근로제는 집중근무 시기에 주 52시간, 그렇지 않은 시기에는 주 28시간을 근무하여 단위기간을 평균한 소정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이 되는 구조이다.

집중근로 시기에 주 52시간을 초과하거나, 그렇지 않은 시기에 주 28시간을 초과하는 모든 연장근로(주 최대 12시간)에 대해서는 할증수당이 붙게 된다. 따라서, 탄력근로제가 개선될 경우 연장근로수당이 없어진다는 것은 탄력근로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장이다. 실제로 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 대다수(94.2%)에서 임금감소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를 악용하여 고의로 임금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는 노동계 주장을 감안하여, 새로운 제도에서는 사용자가 임금보전방안을 마련하여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포함하였다.

이에 일부에서는 임금보전방안 신고의무가 서면합의만 하면 면제하도록 되어 있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임금보전방안 신고의무는 서면합의만 하면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 ‘임금보전방안이 서면합의에 마련된 것을 정부가 확인한 경우’ 에 한해서 면제되기에 지나친 우려이다.

위원 일부의 불참으로 인해 본회의 의결이 무산된 것을 들어 탄력근로제 노사정 합의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사노위 논의가 국회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것을 외면한 지적이다. 지난 11월 국회 요청에 따라 논의가 진행된 두달 동안, 노사정이 보여준 양보와 타협의 모습, 그리고 대승적인 결단을 통해 도출한 탄력근로제 합의의 의미는 결코 퇴색될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디딤돌이다. 그러나 그간 이와 관련하여 지나치게 단기적인 시각에서 손익계산이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사회적 갈등이 지나치게 부각된 경향이 없지 않다. 지속가능한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이해당사자인 노사간 신뢰구축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 상호 양보는 불가피하다.

이번 탄력근로제 합의를 계기로 이제 우리나라 노사관계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지혜가 모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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