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가는 지난달 28일 오후 1시30분 2만740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떨어져 2일 오후 2만5800원으로 장 마감했다. 

주가가 정점을 향하던 지난달 28일 오후 2시 SBS 이사회가 열렸다. 시장의 기대를 모은 SBS 드라마본부 분사가 이사회 안건에 오르지도 못하고 좌절되면서 주가도 추락했다. 3·28 이사회를 둘러싸고 노·사가 반목하며 스튜디오 분사를 통한 SBS의 미래수익도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파국의 중심에는 대주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있다. 윤 회장의 SBS 경영 개입 논란은 ‘대주주 권리’와 ‘경영·소유 분리’ 원칙이 충돌해 빚는 파열음과 같다. 이는 1990년 창사 이래 노·사 또는 대주주가 반복적으로 부닥친 이슈이기도 하지만 지난달 25일 태영그룹 회장에 취임한 윤 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서고 SBS 창업주 윤세영 전 회장이 태영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어느 때보다 구성원들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목동 SBS사옥 로비에서 대주주의 경영 개입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목동 SBS사옥 로비에서 대주주의 경영 개입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이사회를 통한 경영.’ 윤석민 회장이 태영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내세운 경영 방침이다. 먼저 살펴봐야 할 곳은 SBS 자회사가 된 SBS콘텐츠허브다. 콘텐츠허브는 SBS미디어그룹 콘텐츠 유통 사업을 총괄하는 기업이다. 방송사 수익이 크게 광고와 협찬, IP(지적재산권) 유통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룹 내에서 어느 회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SBS 노조와 대주주 사이 갈등은 콘텐츠허브 경영권을 둘러싼 것이기도 하다.

SBS 대주주이자, 태영이 지배하고 있는 지주회사 SBS미디어홀딩스는 SBS 중심의 수직 계열화를 약속한 지난 2월20일 노·사·대주주 합의에 따라 다음날 “지배 구조 효율성 제고”를 위해 809억원을 받고 자회사 SBS콘텐츠허브 주식 1394만3122주(지분율 64.96%)를 SBS에 전부 매각했다. 

SBS노조(언론노조 SBS본부)와 구성원들은 콘텐츠허브와 SBS 사이 불공정 계약으로 SBS 수익이 콘텐츠허브를 통해 미디어홀딩스, 즉 대주주 태영으로 빠져나간다고 지적해왔다. 이른바 ‘터널링’(tunneling)이다. 미디어홀딩스가 SBS 지분보다 콘텐츠허브 지분을 더 높은 비율로 갖고 있다는 점에서 수익을 콘텐츠허브에 몰아주고 배당으로 수익을 끌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20합의에 따라 미디어홀딩스가 SBS에 콘텐츠허브를 매각한 이유다. 

콘텐츠 유통 권한을 SBS로 회수하는 건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간주됐다. 언론노조 SBS본부도 이를 ‘역사적 대타협’으로 규정하고 “대주주와 SBS의 관계를 정상화해 상생의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첫 발”로 평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말 ‘10년 갈등’에 종지부 찍은 줄 알았다.

▲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사진=SBS
▲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사진=SBS
대주주 욕심이 낳은 파국

문제는 공교롭게도 윤 회장이 밝힌 ‘이사회를 통한 경영’이다. 노조는 윤 회장이 콘텐츠허브 이사진을 자기 측근으로 채웠다고 주장한다. 콘텐츠허브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장진호 연세대 교수가 윤 회장의 하버드 경영대학원 동문이고 지난 2000년부터 SBSi 경영에 함께 참여했던 최측근이라는 것. 콘텐츠허브 이사회 다수가 SBS 자회사 편입 전 윤 회장이 임명한 이사들이다.

정황 증거도 폭로됐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2일 복수의 사측 관계자를 인용해 “SBS가 경영권을 인수한 콘텐츠허브 이사회에서 SBS 인사를 완전히 배제하라”는 윤 회장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SBS가 미디어홀딩스로부터 콘텐츠허브 경영권을 인수한 당일, 곧바로 콘텐츠허브가 이사회를 열어 새 주인인 SBS를 완전히 배제한 이사회를 구성했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향후에도 SBS 인사들을 허브 이사로 수용하지 않겠다고 일방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 입장에선 콘텐츠허브를 인수했는데도 그 경영권을 온전히 지배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대주주와 SBS 경영진의 배임 행위”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SBS 이사회 관계자는 “대주주가 SBS에 800억 받고 매각한 뒤 콘텐츠허브를 이런 식으로 직접 운영하는 건 배임 행위와 다름없다”며 “소액주주가 소송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SBS 수익이 이런 식으로 유출되는데 누가 SBS 주식을 사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여기서 따져봐야 할 것은 무엇이 SBS에 이익이 되느냐다. ⓛSBS가 자회사 콘텐츠허브를 합병하고 즉 콘텐츠 유통 기능을 완전히 내재화한 뒤 드라마 조직을 100% 자회사(더스토리웍스·SBS는 자사 PD들을 이곳으로 전적시키려 했지만 현재 무산)로 분사해 스튜디오 체제가 시장에서 성공할 경우 ②콘텐츠허브를 그대로 둔 채 콘텐츠허브와 더스토리웍스를 합병할 경우를 보자. 

②의 경우 자회사 콘텐츠허브 이익이 모회사 SBS의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콘텐츠허브 경영권을 대주주가 쥔 상황에서는 원활한 배당을 기대하기 어렵다. 콘텐츠허브 수익이 SBS 이익으로 귀결된다고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또 SBS가 지분 65%를 갖고 있는 ‘콘텐츠허브’가 ‘더스토리웍스’와 합병한다면 SBS가 더스토리웍스에 미치는 지배력은 지금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다시 말해 대주주가 콘텐츠허브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 SBS가 미디어홀딩스로부터 콘텐츠허브를 인수한 효과를 온전히 누리긴 어렵다.

▲ 박정훈 SBS 사장(왼쪽)과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이 지난 2017년 10월13일 사장 임명동의제 등에 합의하는 모습. 사진=SBS 제공
▲ 박정훈 SBS 사장(왼쪽)과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이 지난 2017년 10월13일 사장 임명동의제 등에 합의하는 모습. 사진=SBS 제공
태영에 열어준 SBS 조직개편

3·28 이사회에서 통과된 SBS 조직 개편도 논란이다. 골자는 기존 전략기획실이 담당했던 ‘경영기획’과 ‘자산개발’ 기능을 SBS 경영본부로 이동시킨 것. 두 기능은 계열사 간 사업을 조정하고(경영기획·관리) 부동산 투자 및 개발(자산개발)을 담당하는 곳으로 SBS 수익과 직결된다. 전략기획실의 힘을 뺀 대신 경영본부는 기존 재무와 인사, 기술에다 경영 전략과 자산 개발 기능까지 독점하는 부서로 격상됐다.

아울러 SBS 노조위원장, 언론노조위원장을 지내며 종편 출범을 저지하는 등 언론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최상재 전략기획실장은 보직 해임됐다. 사내에서는 박정훈 SBS 사장이 연임을 위해 최대 경쟁자이자 차기 사장 후보를 인선으로 좌천시켰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SBS 경영본부 정점에 선 이동희 경영본부장은 태영 쪽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SBS 이사인 최상재 전 실장의 잔여 임기 1년이 지나면 이사회 구도도 4대2에서, 4대1로 대주주 쪽으로 현격히 기운다.

지난달 말 부천영상단지 사업자 입찰에서 SBS의 파트너사 호반건설이 탈락한 사례는 대주주 경영 개입의 실패 사례다. 최상재 당시 전략기획실장 등 SBS 경영위원회가 결정한 사안을 대주주가 뒤집은 뒤 최종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탈락했다. 대주주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 최 실장이 배제된 채 파트너사가 호반으로 선정됐고, 그 결과는 SBS 이익이 아닌 태영 이익에 복무한 ‘경영 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SBS 한 관계자는 “SBS경영본부로 전략기획실 주요 기능을 이관한 건 대주주가 직할하겠다는 뜻”이라며 “윤석민 회장과 박정훈 사장이 의기투합한 결과”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2일 “3·28 이사회 핵심 의안은 모두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의 지시였다”, “박정훈 SBS 사장은 윤 회장의 이런 시도를 교묘하게 지원한 독립경영 파괴 공범”이라며 대주주와 SBS 경영진에 공세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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