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권선거로 감리교회 대표(감독회장)로 당선된 한 목사가 날 두 번이나 해고했다. 첫 해고는 그의 금권선거를 비롯한 수많은 불법·부정부패를 보도했다는 이유였다. 두 번째는 감리회 안팎으로 내 편이 돼주는 목사가 단 한 명도 없어서 잘렸다. 그 목사의 ‘막가파식’ 불법을 눈 감아온 한국교회의 현실도 한 몫 했다.

최근 법원은 나를 해고한 그 목사에게 “000의 감독회장 지위는 부존재한다”고 선고했다. 선거의 절차적 하자 뿐 아니라 선거권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불법 등으로 “선거가 무효”하고 “당선 또한 무효”라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해고 역시 무효라는 얘기다.

지난 2년간 무자격자의 폭주는 기독교에 큰 피해를 끼쳤다. 금전적 피해는 차치하더라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독교 본질의 상실이다. 성직자의 거룩함은커녕 헌금으로 투전하듯 선거를 치렀고, 더 많은 금전이익을 핑계로 사이비집단에게 성전을 팔았으며, 이를 보도한 기독교인 청년 기자 전원을 해고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기독교타임즈분회(분회장 신동명)가 지난해 4월 서울 광화문 기독교타임즈 사무실에서 기독교타임즈 정상화를 주장하며 투쟁하는 모습. 사진=기독교타임즈분회
▲ 전국언론노동조합 기독교타임즈분회(분회장 신동명)가 지난해 4월 서울 광화문 기독교타임즈 사무실에서 기독교타임즈 정상화를 주장하며 투쟁하는 모습. 사진=기독교타임즈분회

사실 더욱 슬픈 건 목사의 탈을 쓰고 탐욕에 충실했던 한 인간 때문이 아니다. 본질을 잃은 한국교회임을 더욱 확신하게 해주는 목사들과 기독교인들 때문이다. 그들은 이단 집단에 성전 매매를 공식 결의할 뿐만 아니라 은폐를 위해 회의록까지 찢어버린 그 목사의 행태를 묵인했다. 공동체를 위협하는 부정을 보도한 청년 기자들이 집단해고 당한 일을 듣고도 모른 척 했다. 묵인을 일삼는 기독교가 과연 세상을 품고 그들이 말하는 선교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내 일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으로 가득 차고, 공공성과 공익성을 잃은 기독교는 더 이상 공교회가 아닌 사교(邪敎)일 수밖에 없다.

적폐 목사들을 마주하고 보도할 때마다 진심으로 기도했다.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진심으로 뉘우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들의 악행은 나날이 더 치밀해지고 조직적으로 발전했다. 기자는 직장인이기 전에 공공재다. 특히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목숨까지 버린 예수님을 따르는 기독청년들에게 특정 교회와 목사가 아닌 하나님의 공의와 인류의 공익 추구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목사 혹은 장로라는 탈을 쓴 인간들의 탐욕으로 변질된 사교집단 기독교는 미래를 이끌어 갈 기독청년들을 박해하고 공공재 훼손까지 일삼고 있다.

성경에 이스라엘 사람 모세가 나온다. 이집트 왕 파라오의 박해로 피난을 간 모세는 파라오의 딸에게 구출되어 이집트 왕자로 양육된다. 모세와 달리 그의 동족이었던 이스라엘 민족은 이집트의 노예가 돼 극심한 학대와 모진 고난을 받고 있었다. 모세는 고통 받는 동족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명예와 부귀영화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동족의 해방을 위해 기꺼이 광야의 삶을 택한다.

모세 이야기는 목사들의 설교 예화로 자주 쓰인다. 많은 목사는 성도들에게 모세처럼 내려놓고, 광야같은 삶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구하라고 외친다. 그런데 가짜 목사들은 정작 광야로 내몰린 성도들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무자격자에게 극심한 정신적 학대를 받는 해직기자들을 외면하고, 이들을 죽기 직전으로 내몰고 있는 사교집단의 우두머리를 따르고 있을 뿐이다.

곧 부활절이다. 부활절을 앞두고 한국교회는 스스로 믿음의 본질을 잃고 자정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노력조차 원하지 않는 집단임을 증명했다. 개신교회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부활절연합예배에 설교자로 기자들을 두 번 해고한 무자격자 그 목사를 세웠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의 현실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나님을 잊은 기독교는 더 이상 기독교가 아니다. 이단보다 더 탐욕스럽고 사익에만 충실한 나머지 요사스럽기만 한 기독교가 사교라 불리는 이유다. 역사상 반사회적 이단 사이비 종교는 늘 있어왔다. 이제는 그들보다 지나친 방관·묵인·동조를 일삼는 가짜 기독교인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짓밟고 있다. 상상을 초월한 도둑질을 벌이고 있는 가짜 기독교인들은 어처구니없게도 하나님 앞에 회개가 아닌, 은폐와 은닉을 간절히 빌고 있다.

▲ 김목화 기독교타임즈 기자.
▲ 김목화 기독교타임즈 기자.

한국교회 청년들이 본받고 싶은 목사, 가고 싶은 교회 하나 없는 현실. 그래서 더욱 슬프다. 부패한 기독교에 맞서 함께 기자정신을 보였던 동료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공의를 위해 함께했던 동료들이 더 이상 목사들에게 고통 받지 않고,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일터에서 꿈을 이뤄가고 있기를 바란다. 여전히 가짜가 넘쳐나고 욕망이 꿈틀대는 한국교회이지만 부디 가짜에게 받은 상처로 예수님마저 떠나가지 않기를, 조용히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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