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할머니 다큐 감독으로 변신하다
70대 할머니 다큐 감독으로 변신하다
[넥스트 미디어 리터러시 ⑦-3] 부천시민미디어센터 시민 미디어 활동가 양성교육 “참여·관점 담은 제작이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가 화두입니다. 가짜뉴스, 혐오표현 등이 논란이 될 때마다 언론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지만 정작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 논의는 찾기 힘듭니다. 미디어오늘은 ‘넥스트 미디어리터러시’ 기획을 통해 현장을 들여다보고 급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대안적 교육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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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4년 다녔는데, 선생님들은 폭력적이기만 하고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마지막에 만난 선생님은 달랐다. 어떻게든 나를 졸업시키려 하셨다. 졸업한 게 내 삶에 이렇게 도움이 될지 그때는 몰랐다.” 영상 편집을 하는 30대 이제관씨 말이다.

“검정고시로 학교를 졸업해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다. 옛 직장에서는 무시하고 욕하는 상사가 있었는데 그 다음 직장에서는 나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분 밑에서 일했다. 이 분이 내겐 좋은 선생님이다.” 백발의 60대 조석빈씨가 이어 말했다.

빨간 목도리를 하고 꽃무늬 모자를 쓴 조양분씨도 입을 열었다. 그는 70대다. “복지관에서 컴퓨터를 배울 적에 선생님을 존경하게 됐다. 그 분이 처음으로 미디어 교육이라는 걸 알려주고 그거 받으면 좋다고 조언해줘서 배웠다. 그 덕에 이 나이에 내가 영상을 만든다.”

▲ 미디어 교강사 양성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조양분씨. 사진=금준경 기자.
▲ 미디어 교강사 양성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조양분씨. 사진=금준경 기자.

이날 이들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선생님’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했다. 부천시민미디어센터의 미디어교강사 양성과정 수업의 일환이다. 양성과정을 총괄하는 김수목 강사(다큐멘터리 감독)는 “연령도 다양하지만 직업도 다양하다. 청소년 관련 활동을 하는 분도 계시고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도 있다”고 했다.

이 수업은 센터에서 여러 교육을 받은 수강생들 가운데 적극 활동해온 이들을 선정해 실시하는 고급과정이다. 미디어 교육이 무엇인지, 다양한 실제 교육 사례와 실전에서 벌어지는 애로사항, 모의수업 실습 순으로 이뤄진다. 수업을 수료하면 자유학기제 미디어 교육, 마을미디어 교육 등에 강사로 참여할 수 있다.

2000년 이후 독립영화 제작자를 중심으로 한 영상 미디어 활동가들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미디어센터 설립 사업과 연계하면서 각 지역의 미디어 교육이 활발해졌다. 부천시민미디어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설립했고, 지금은 부천문화재단이 운영한다.

▲ 부천시민미디어센터 미디어 교강사 양성과정 교육 현장. 사진=부천시민미디어센터 제공.
▲ 부천시민미디어센터 미디어 교강사 양성과정 교육 현장. 사진=부천시민미디어센터 제공.

센터에서 미디어 강사를 양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범승 센터장은 “공동체 미디어 교육의 한계가 지속성이 약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교육 후 직접 미디어를 제작하는 마을미디어 활동을 시작했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이들에게 미디어를 알려주는 역량을 기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시민이 ‘마을미디어 활동가’가 되고, 그들이 또 다른 활동가를 키우는 교육을 하는 것이다.

부천시민미디어센터는 강사 양성과정 외에도 다양한 미디어 ‘제작’ 교육에 나선다. 지난 2월27일 양성과정 강의에서 한범승 센터장은 수강생들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 센터는 기술을 알려주는 곳이 아니다. 그러면 미디어 교육이 아니라 제작대행을 해주면 된다. 시민들이 능동적 주체가 돼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여러분은 그것을 알려주는 강사가 되셨으면 한다.”

2017년 센터는 사진강좌를 열면서 부천에서 재개발로 사라지는 동네 등의 역사를 기록하는 ‘부천 사진관’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기술 강좌는 백화점 문화센터에도 있지 않나. 우리는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시선이 중요하다고 했다. 처음에는 시민들이 반발했다. 손주 사진 찍고 싶고, 산에 가서 멋진 사진 찍고 싶어서 왔는데 왜 다른 걸 가르치냐는 민원을 많이 받았다. 그래도 이후에 수강한 분들 사이에서 평가가 좋았다. 일부 시민은 아마추어 작가가 됐다. 이렇게 미디어를 시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참여하고 재해석하는 걸 우리는 리터러시라고 정의한다.” 한 센터장 말이다.

▲ '에코맘들의 수다' 녹음 현장. 사진=부천시민미디어센터 제공.
▲ '에코맘들의 수다' 녹음 현장. 사진=부천시민미디어센터 제공.

센터 교육은 다양한 마을 미디어 활동으로 이어진다. ‘에코맘들의 수다’는 부천 시민미디어센터의 대표 팟캐스트다. 3년 동안 200편 가까이 제작했고 공개방송도 했다. 진행자 김지선씨는 팟캐스트 제작자이자 동시에 미디어 교육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김씨는 장난감 인체 유해성 평가 업무를 하던 직장인이었는데 투병 생활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 둔 이후 미디어 교육을 접했다.

김지선씨는 “아이들이 쓰는 용품이 위험한 게 많다. 지우개는 말랑말랑하게 하는 성분과 향기를 내기 위해 만드는 휘발성 물질이 몸에 안 좋고 슬라임은 땀을 통해 몸에 흡수가 된다. 그런 문제를 다루는 방송”이라고 했다. 그는 “전문가들은 어려운 용어를 말하지 않나. 어머니 입장에서 실용적인 환경 이야기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조양분씨와 조석빈씨는 시니어 영상제작 동아리 부시멘(부천시니어멘토스쿨)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니어 대상 미디어 교육을 받은 수강생들이 모여 활동하는 동아리다. 조양분씨는 자신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꽃보다 향기로운 삶’을 제작했다. 다큐에는 “처음 미디어 교육 받을 땐 너무 힘들었다. 기획이 뭔지 구성이 뭔지 머리가 아프고 밥맛이 떨어지더라. 그렇지만 보람과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몸이 더 힘들어지기 전에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내레이션이 담겼다.

조석빈씨는 “90세가 된 노인이 영어회화를 못 배운 게 후회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었다”며 “나도 뭔가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고 했다. 조양분씨는 노인 대상 미디어 교육을 하는 강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나도 할 수 있었다. 다른 노인들에게도 용기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장섭외에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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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4-08 12:49:12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