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비평하는 시민이 언론을 바꾼다
미디어를 비평하는 시민이 언론을 바꾼다
[넥스트 미디어 리터러시 ⑦-1]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 비평교육 “시민사회와 협업, 수강생들 시민 대표로 방송 비평 참여”

미디어 리터러시가 화두입니다. 가짜뉴스, 혐오표현 등이 논란이 될 때마다 언론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지만 정작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할지 구체적 논의는 찾기 힘듭니다. 미디어오늘은 ‘넥스트 미디어리터러시’ 기획을 통해 현장을 들여다보고 급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대안적 교육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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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지금 말씀하신 뉴스 중에 지역 뉴스가 있습니까? 중앙은 일이 많고 시끄러운데 지역은 아무 일 없이 평화로운 걸까요?”

강단에 선 사람이 물었다. ‘ㄷ’자 형태로 서로를 마주보며 앉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 “아니요”라는 반응이 나왔다. 최근 본 뉴스 중 인상적인 뉴스를 꼽으라는 말에 “아무래도 버닝썬이죠” “조양호 회장이 물러난 사건이요” “요즘 다시 미투 이야기가 나와요”라는 답이 나온 직후였다.

지난 3월28일 오후 7시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강의실에 모인 대학생, 작가, 교사 등 다양한 시민들은 ‘뉴스’를 소재로 각자의 생각을 말했다. 이 강의는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와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이 함께 하는 시민비평 교육으로 센터가 강좌를 지원하고 민언련이 실무를 담당한다. 이 강의는 부산 지역에서 오랫동안 미디어 교육 활동을 해온 복성경 부산 민언련 대표와 김영랑 보조강사가 맡았다.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기관인 시청자미디어재단 소속이다. 부산 센터는 2005년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장 먼저 설립한 1호 센터이자, 가장 적극적인 교육이 이뤄지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센터에서 하는 자유학기제 미디어교육은 19개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신청 학교만 69개에 달했다. 2018년 기준 센터 연 이용 인원은 10만9257명이다. 해운대에서 택시를 타고 “시청자미디어센터로 가주세요”라고 하면 단박에 알아듣는다. 

▲ 지난달 28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와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시민 비평 교육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 지난달 28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와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시민 비평 교육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시민비평 교육은 ‘비판적 미디어 읽기’ ‘지역언론의 역할’ ‘시청자 주권의 이해’ ‘교양 오락 프로그램 비판적 읽기’ ‘시사 프로그램 비판적 읽기’ ‘뉴스 읽기’ 등으로 나뉜다. 이날은 뉴스 읽기 수업이었다.

복 대표는 지역 언론 뉴스 중 기억에 남는 것을 물었다. “동서대 카페에서 괴한이 흉기를 휘둘렀다.” “엘리베이터가 17층에서 떨어진 일이 있었다”는 답이 나왔다.

복 대표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지역 뉴스가 대부분 ‘사건 사고’라는 점을 지적했다. “지역으로 내려올수록 남는 건 사건사고 뿐이거든요. 물론 사건사고도 중요하지만 세상에는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잘 알지 못해요. 한 번은 어떤 지역 방송사에 방송사 로고만 떼면 경찰청 뉴스 같다고 지적한 적도 있습니다. 부산이 그렇게 정치적인 문제 없이 조용하고 살기 좋은 곳일까요?”

언론이 주목하는 시사 현안에도 ‘함정’이 있다. 그는 최근 지역 뉴스에서 ‘신공항 문제’를 다뤘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 계기가 무엇인지 주목하게 했다. “공항 규모가 작아서 부산경남 사람들이 확장을 요구해왔어요. 공항 소음문제도 있었죠. 주민들이 문제제기를 할 때는 보도를 거의 안 하다가 정치권이 움직이니 보도가 많아져요.”

▲ 지난달 28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와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시민 비평 교육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 지난달 28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와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시민 비평 교육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그는 언론이 힘이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경향과 광고주 등의 압박으로 자유롭지 않은 문제를 지적한 뒤 “그래서 이 간극을 바라보는 시민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보도에 박수치고 문제 있는 보도에 지적을 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영랑 보조강사가 유인물을 나눠줬다. 자신이 보도국장이라고 생각하고 10가지 뉴스를 중요도에 따라 배치하는 활동이다. ‘센텀 2지구 개발-교통 점수 최악인데 교통대란 없다?’ ‘부산 고교 무상급식 시대 준비’ ‘살해 시신 4년 동안 집안에 감춰’ ‘대형마트나 대기업 마트 밀집도 높아 재래시장 한숨’ ‘스쿨미투... 학생피해 호소’ ‘민영화 충돌 철도에 이어 의료까지’ 등의 헤드라인이 보였다.

수강생들은 고민 끝에 선택한 답을 차례대로 말했다. 김병수씨는 “제 삶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건 민영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했다. 이슬기씨는 “재래시장에 계신 분들을 위한 보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했다. 이어 박세미씨가 말했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게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해 여성과 어린아이가 대상인 스쿨미투를 꼽았어요.” 센텀2지구 소식은 지역 교통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있어 순위권 내에 자주 언급됐다. 뉴스가 너무 딱딱하지 않을까 싶어 연성 아이템을 앞 순위에 넣은 경우도 있었다.

▲ 지난달 28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와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시민 비평 교육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 지난달 28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와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시민 비평 교육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복 대표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닙니다”라고 했다. “언론사도 뉴스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정말 중요한 소식은 다뤄야 합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 뉴스가 왜 중요한지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부산 센터 미디어 교육의 특징은 전문성을 갖춘 시민사회와 연계하고 단순히 ‘비평 잘하는 시민’을 기르는 게 아니라 방송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목표로 한다는 데 있다. 수업 참가자 및 수료생들이 부산 민영방송 KNN의 ‘클릭 KNN 시청자세상’에 출연해 비평을 하고 제작진이 피드백하는 모습이 전파를 탄다.

박세미씨는 KNN에 출연해 ‘뛰뛰빵빵 로그인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을 비평했다. “지역민과 소통한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인데 지역민보다는 공무원이나 관계자들 위주로 나왔다고 지적했어요. 당시 날이 추워서 섭외가 쉽지 않았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 지난달 28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와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시민 비평 교육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 지난달 28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와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시민 비평 교육 현장. 사진=금준경 기자.

지난해 강의를 수료한 윤재영씨는 여러차례 KNN에 출연했다. 그는 ‘행복한 책읽기’라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작가들이 부산경남지역 구청장, 교수, 교육감 등 관료와 전문가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부산의 젊은 신진작가들도 많이 다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이 강의를 들은 이들은 입을 모아 ‘비평의 다양성’을 느꼈다고 했다. 박세미씨는 “사진 전공하시는 분은 방송의 컷 편집을 보시고, 국어 교사는 영어단어를 지나치게 많이 쓰는 점을 지적하셨어요”라고 했다. 함께 교육을 듣는 김병수씨도 “젊은 세대를 위한 방송이라고 얘기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나이 드신분은 너무 가볍지 않냐고 지적해 시각 차이를 느꼈습니다”라고 했다.

복 대표는 기자에게 “수업의 목표와 기대효과는 다릅니다”라고 했다. 그는 “교강사가 대신 판단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느끼게 해야 리터러시 교육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지역 시사 프로그램에 주목하게 된 점도 교육의 효과다. 박세미씨는 교육 과정에서 KBS 부산에 ‘시사합시다 수요반점’이라는 프로그램을 처음 알게 됐다. “지역민을 대변하는 방송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부산의 싱크홀 문제, 구해운대역을 어떻게 사용할지 시민과 시의 의견의 충돌을 다룬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복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코 끝이 찡해진다고 했다.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는 비평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시청자지원팀 배혜래씨는 “올해 시민비평단을 발족해 KNN 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현장섭외에 시청자미디어재단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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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4-01 18:57:05
지역신문, 지역방송은 지방자치만큼 시민들에게 외면받는다. 아직 직접적인 체감을 못 느껴서일까. 지역이 발전하고, 환경적으로 안전하려면, 지방자치와 지역신문/방송이 지역주민에게 신뢰받고 시민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서울방송에만 의존하다 보면, 나중에 지역에 문제가 있을 때 지역 시민의 단합된 목소리를 내줄 기관이 없어진다. 결국, 이번 포항 지열발전소처럼 포항지역 미디어가 신뢰받고 단단했다면, 포항지진은 안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ㅇㅇ 2019-04-01 17:05:59
좋은 취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