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빅이슈’ 방송사고와 KT ‘케이툰’ 사태의 불편한 공통점
SBS ‘빅이슈’ 방송사고와 KT ‘케이툰’ 사태의 불편한 공통점
[성상민의 문화 뒤집기] 두 사건 잇는 핵심적 맥락, 콘텐츠 실제 제작자 권리를 존중하지 않아 벌어진 사건

#1. 지난 3월 21일 SBS의 수목드라마 ‘빅이슈’에서 그야말로 ‘빅이슈’가 터졌다. CG 작업 지시 문구나 미처 마무리되지 않은 가편집 상태의 CG가 그대로 전파를 타고 만 것이다. 인터넷상에서는 방송국과 제작진에 대한 성토가 터져 나왔다.

SBS는 방송 다음 날인 22일 보도자료를 통하여 방송사고에 대한 사과를 전달하였지만, 정작 23일 ‘서울경제’의 보도에 의하면 SBS는 여전히 사고 경위에 대한 대답을 회피하며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동시에 ‘서울경제’의 기사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 등의 인터뷰를 인용하여 ‘빅이슈’의 방송사고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촉박한 제작일정을 맞추지 못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강조하였다. [관련 기사: 서울경제 ‘연이은 방송사고에 휘청대는 K드라마’]

 

▲ SBS '빅이슈' 방송사고 화면.
▲ SBS '빅이슈' 방송사고 화면.

#2. KT가 소유하고 만화 에이전시인 ‘투니드엔터테인먼트’가 콘텐츠 공급과 위탁 운영을 담당하는 웹툰 플랫폼 ‘케이툰’이 일방적인 작품 연재 종료 논란에 휩싸였다. [관련 기사: KT ‘케이툰’ 일방적 연재 종료 논란)

 

이미 ‘케이툰’은 2018년 6월부터 수익 부진으로 인한 운영 예산 삭감을 이유로 원고료 지급 중단을 작가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전송권 역시 원고료 전액을 반환해야 돌려주겠다며 논란이 되었다. 반발 여론이 높아지자 KT는 해당 논란이 논의 중에 와전된 것이라며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지난 1월 KT는 투니드가 전체 콘텐츠를 공급하는 현행 ‘케이툰’의 운영 체계를 투니드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 제공업체(CP)가 작품을 공급하는 체계로 변경하는 것을 이유로 기존 서비스 작품의 연재 중단을 작가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자 ‘케이툰’ 논란에는 다시 불이 활활 타오르게 되었다.

 

▲ KT 웹툰 플랫폼 '케이툰(KTOON)' 홈페이지 갈무리.
▲ KT 웹툰 플랫폼 '케이툰(KTOON)' 홈페이지 갈무리.

이 두 개의 사건은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공통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연관된 분야도 다르며, 사건이 발생한 경위도 같지 않다. 그러나 두 사건을 하나로 잇는 핵심적인 맥락이 존재한다. 바로 콘텐츠를 실제로 제작하는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아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이다.

 

방송 제작 현장은 일상적으로 노동권이 침해받는 대표적인 노동 현장이다. ‘쪽대본’으로 대표되는 촉박한 제작 일정은 여전히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으며, 관행이 된 밤샘-장시간 촬영은 방송 노동의 주 52시간 노동제의 시행을 앞둔 지금도 아무런 대책 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KBS의 경우, 최근 인기리에 방송 중인 ‘닥터 프리즈너’를 비롯한 모든 드라마에 대한 근로 계약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매일 16~18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촬영을 스태프들에게 요구해 방송스태프노조가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한 상태이다.

만화 창작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금처럼 웹툰이 대표적인 주자가 되기 이전부터 한국 만화계에서는 원고료와 단행본 인세의 체불이 만연했다. 웹툰이 대세가 된 2010년대 현재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고료 지급 기준은 아직도 작가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2013~2014년부터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와 ‘탑툰’이 도입하며 널리 퍼진 ‘MG’(미니멈 개런티, 선수금) 제도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고정적으로 수익을 지급한다’는 그럴듯한 명분과 달리 아무리 유료 결제로 인한 수익이 발생해도 정산을 사실상 받을 수 없는 수준으로 허들을 높이는 제도로 쉽게 악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3월 18일 ‘다음웹툰’이 발표한 2019년 작가 복지 정책에 담긴 ‘명절 연휴 휴재’, ‘30화 연재 단위로 회사와 협의 하에 휴재’, ‘연재 중 상을 당한 작가에겐 페널티 없이 휴재 지원’ 같은 조항들은 역설적으로 다음 웹툰 같은 대형 웹툰 플랫폼에 연재하는 작가들 또한 쉽게 ‘쉴 권리’를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을 드러냈다.

하지만 창작자들은 더는 자신들이 겪는 권리 침해를 그저 참지 않는다. 방송작가유니온, 방송스태프노조, 전국여성노조 산하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디콘지회’) 등 창작자들을 위한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물론 한빛센터, 레진불공정행위규탄연대(‘레규연’) 같은 연대 조직을 통하여 창작자가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요구한다. 2016년부터 창작 노동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던 것은 이러한 노력이 한몫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업자들은 이들이 제기한 요구를 한 귀로 듣고 다른 한 귀로 흘리고 있을 뿐이다. 가장 작품에 헌신하고, 더 나은 작품을 위해 노력하는 창작자들의 권리가 보장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혁신적인 콘텐츠가 등장하기는 쉽지 않다. 사업자들 스스로 콘텐츠 제작 환경을 후진적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을, 정작 그들만이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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