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혹한 건 아닌가. 노모도 모셔야 하고 30년 동안 무주택자가 마지막 노후 생활을 위해서 빚내서 집 산걸 가지고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청렴한 사람이 있겠느냐. 솔직히 그런 개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면 투자 안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10억여원 빚을 안고 재개발을 앞둔 흑석동 2층 상가를 25억원에 사서 논란이 되자 하루만에 사퇴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두고 36세 김아무개씨가 한 말이다. 그가 사는 곳은 경기도. 그는 1억 5천만원짜리 오피스텔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김씨는 김의겸 대변인의 행동을 ‘인서울’에 자가 주택을 갖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으로 봤다. 평생 전세 살았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내용이다. 노모도 모셔야 하고, 노후 생활을 보내기 위한 투자로 ‘모험’처럼 수억원을 빚내서 ‘인서울’ 상가를 매매한 게 그렇게 잘못이냐는 반문이다.

김의겸 대변인이 사퇴하면서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건물주가 되고, 자가 주택 소유가 뭘 뜻하는지 근본 질문을 던졌다.

‘투기나 투자냐’라는 쟁점을 넘어 자연인 김의겸과 대변인 김의겸으로 구분이 가능할지 그리고 한국 사회 노후 생활의 안전망은 건물주일 뿐일까라는 의문, ‘빚 내서 아파트 사서 시세 차익 노리지 마라’는 문재인 정부에 반하고 기강해이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 여러 문제가 중첩돼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자가 소유 주택이 자산 증식의 수단이라는 점이다. 상식적인 얘기다. 하지만 실거주 목적의 집 한 채를 놓고 어디까지를 투자 혹은 투기로 보느냐의 문제가 걸려 있다. 김 대변인이 매매한 상가는 재개발될 경우 아파트 두 채와 상가를 받는다. 수십억원의 빚을 내고 수십억의 상가 건물을 사는 게 흔한 것도,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니지만 청와대 대변인의 ‘똘똘한’ 투자라고만 볼 수 없다는 국민 정서가 존재한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이번 정부공직자윤리위가 공개한 재산 변동 내역은 정기적으로 발표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주목 받았던 이유는 주택은 실거주 목적이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달리 청와대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즉 다주택자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볼 수 있어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레이더망에 걸린 것도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에 어긋난 측면이 있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보수 진영은 매매 심리가 실종되고 주택 거래가 사라지면서 경기부양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는데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서민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 하향 안정 기조가 지속될 필요성이 크다”면서 “경기 여건상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주택시장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사용하는 일은 없다”(윤종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3월24일 브리핑)고 못 박았다.

정부는 여러 비판에도 주택 가격을 낮추려고 규제 정책을 쓰는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반대로 수십억원 빚을 내고 상가를 사고 수익을 기대했다. 김 대변인 뉴스에 서민은 생각지도 못한 수억대 대출을 받았다는 지적이 많은 것도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와 반한 행위라는 비판과 연결돼 있다.

중산층의 서울지역 주택 대출이 규제 때문에 매매가 어려웠는데 알짜 개발 정보를 얻고 수십억원의 대출을 받았다는 것에 심리적 박탈감도 컸다. 위법성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청와대 대변인 김의겸이니까 가능한 게 아니냐는 의심어린 시선을 보낸 것도 사실이다.

김의겸 대변인이 “일부에선 25억원을 주고 산 건물이 현재 35억원의 가치가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저도 그러면 좋겠다”고 한 것도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투기가 아니었다는 반어법의 일종이지만 청와대 대변인이 할 말은 아니었다. 사퇴 입장문에서도 “여러분들(언론인)의 보도를 보니 25억을 주고 산 제 집이 35억, 40억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군요.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시기 바란다. 시세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다”고 농을 던진 것도 이번 사안의 심각성에 비하면 처신이 가볍다.

김의겸 대변인 문제는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맞물려 민심 이반의 전조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7명의 신임 장관 후보자 검증에서 모두 부동산 문제가 불거졌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미국 유학 중인 장남이 외제 차량을 타고 월세 240만원짜리 집에서 살고 있다며 황제 유학이 가능했던 이유를 묻자 “제 소득 외에 전세 자금을 올렸다”고 말했다. 실거주 목적의 집 한 채를 장려하면서도 영세세입자의 마음을 헤아려한다고 하는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 후보의 입에서 나올 얘기는 전혀 아니다.

가수 손담비의 노래 ‘미쳤어’를 불러 깜짝 스타가 된 지병수 할아버지 뉴스는 그래서 더욱 사람들의 머릿 속에 각인시켰다. 그의 사연은 한국 사회에서 ‘집’이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지병수 할아버지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밝은 건 마음을 다 비워서 그렇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제가 기초생활수급자인데 받아봐야 50만원 조금 넘게 나온다. 옛날에 도장을 잘못 찍어서 아파트 두 채 날아가서 지금 월세 산다. 이 나이에 월세 살면서도 한 번도 ‘끙~’ 이렇게 안 살았다. 주머니에 1000원만 있어도, 이거 1000원으로 만족하고 살자. 다른 때 (돈이) 좀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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