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브리핑은 언론이 보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언론이 비보도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8일 본인의 25억원짜리 흑석동 상가건물 매입 경위를 해명했는데, 바로 그의 브리핑 경위에 대한 이야기다. 자칫 김 대변인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지나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었다. 애초 비보도를 전제로 하려던 브리핑이 기자들의 반대로 중단됐다가 15분 정도 뒤에 다시 하는 소동을 빚었다. 방식문제 때문에 브리핑을 하다 중단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라고 한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전 10시35분 정례 현안브리핑에서 별다른 모두 설명 없이 곧바로 질의응답을 했다. 한 기자가 상가구입건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문제는 내려가서 말씀하겠다고 했다. 내려가서 한다는 것은 중앙의 마이크 앞에서 자신의 실명을 걸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비실명 또는 비보도로 설명할 때 쓰는 표현이다. 다른 기자도 관련 질문을 했지만 같은 답이었고, 기자도 ‘직접 온마이크(실명) 브리핑으로 답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김 대변인은 ‘비보도’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기자는 “비보도 전제는 안맞는 것 같다. 보도와 비보도를 대변인이 일방적으로 정해서 하는 경우가 없다. 협의를 해서 결정하는 것이지. 대변인 개인의 문제를 비보도라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 비보도를 전제로 말씀 드리고, 그 내용 가운데 보도가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를 간사단과 다시 상의하는 것은 어떠냐”고 했다.

기자도 “차라리 질문을 받고 기사화해도 될 만한 것은 말씀하시고 하기 어렵다 생각하는 것은 답변을 안하면 되지 비보도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안맞다. 이미 일부 언론에는 해명을 하지 않았나”고 말했다. 다른 일부 기자도 “상황이 심각하다. 이 상황에서 말씀을 안하시면”이라고 했다. 또 다른 기자도 “기본적으로 대변인의 입장을 밝혀달라. 그 외에 추가로 얘기하기 곤란하다고 정리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비보도를 전제하는 브리핑이 아니면 얘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자단 총간사를 맡고 있는 이상헌 연합뉴스 간사가 비보도는 한 사람이라도 반대를 하면 지켜질 수 없으니 반대를 하는 언론사가 있는지 공개적으로 의사를 물었다. 기자는 손을 들고 비보도는 못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대변인은 그렇다면 다시 방식을 생각해보겠다면서 브리핑을 중단했다. 약 15분 가량 중단됐다. 이내 김 대변인이 다시 와서 준비해온 본인의 입장을 모두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의응답도 상세히 주고 받았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북미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청와대 춘추관 1층 에서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북미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청와대 춘추관 1층 에서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부 청와대 출입기자는 이를 두고 “대변인이 되도록 자기 문제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보도할 수 있도록 브리핑했어야 하는데 아쉽다. 협의과정에서 정 온브리핑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비보도를 전제로 해명을 듣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안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공직자로서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돼 있는 재산의 내역에 의문이 있어 직접 본인에게 설명을 구하는 자리에서 대변인이 비보도로 설명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질문을 들어보고 개인적 문제나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답변하기 어렵다고 하면 된다. 하지만 질문 자체를 비보도 질문으로 가두고 시작하는 질문은 기자들에게도 족쇄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들의 반발이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른 한 기자는 현실적으로도 비보도가 지켜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100% 합의된 것도 아니고, 대변인 요청으로 따라야 할 의무도 없다며 어디까지 쓰고 어디까지 안쓰도록 하는 제한을 두는 것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당국자 또는 공직자가 언론에 공개적으로 나설 때는 보도하기 위함이지 ‘비보도’하기 위함이 아니다. 국익에 비춰 아무리 중차대한 일이라 해도 비보도를 요청하거나 받아들이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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