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징역 6년을 받은 연극연출가 이윤택씨(67)의 항소심 재판에서 50대 여성이 증인으로 나와 이씨의 성폭력을 공개 증언했다. 26일 이 여성의 증언을 듣는 동안 방청석 곳곳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1심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이날 항소심 공판에서 추가 기소된 사건을 병합해 이씨에게 더 늘어난 징역 8년을 구형했다.

경향신문 “나는 48세에 또 성폭력을 당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이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면서도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이 여성의 피해사실까지 추가 기소했다.

이 여성은 이날 비공개를 원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전 마지막 자리”라며 공개를 요청했다. 이 여성은 이날 법원에서 “제 나이 30세 때부터 5년간 성폭력을 당했고, 48세에 또다시 성폭력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이 여성은 이전 성폭력 때문에 이윤택씨의 극단을 떠나 12년간 청소일을 하며 살았다고 했다. 가족이 없는 이 여성은 불안정한 일자리와 노후 걱정이 커질 무렵 다시 연희단거래패와 다시 인연이 닿았다고 했다. 이 여성은 13년만에 다시 만난 이윤택씨의 제안에 다시 희망을 안고 극단에 들어갔다.

그러나 재입단한 이 여성을 기다린 건 역시 성폭력이었다. 이 여성은 “저는 48세에 또다시 성폭력을 당했다”며 “요구를 거절하면 연희단에서 예술작업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각인됐고, 이런 두려움과 공포는 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 여성은 종종 피해 여성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에 항변했다. 이 여성은 법원에서 “41페이지에 걸쳐 진술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고 진실이다. 저는 단 한순간도 예술감독(이윤택)에게 합의한 적도 동의한 적도 없다. 이씨가 응당한 처벌을 받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이 부분에서 방척석 곳곳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 27일자 경향신문 8면(위)과 한겨레 10면
▲ 27일자 경향신문 8면(위)과 한겨레 10면
이윤택씨는 최후진술에서 “관행처럼 잠재된 것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노출되고 책임을 받게 된 입장”이라고 했다. 이씨는 이 여성에겐 “제 불찰이 있었고 젊은 친구를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못한 게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이윤택 변호인 “청바지 입으면 성범죄 어렵다”

이날 재판에서 이씨의 변호인은 꽉 끼는 청바지를 입으면 바지 안으로 손가락이 들어가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범죄 사실에 항변했다. 방청석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씨는 최후진술에서 응당한 대가를 받겠다고 했지만 변호인을 통해서는 꽉 끼는 바지를 입은 여성을 상대로 성추행은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과거 법원이 이 같은 논리로 무죄 판결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날 이씨의 항소심 재판 과정을 27일자 지면에 보도한 신문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밖에 없었다. 경향신문은 8면에 이 사실을 ‘그렇게 나는 48세에 또 성폭력을 당했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10면에 ‘청바지 입으면 성범죄 어렵다, 이윤택 변호인의 황당한 항변’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한겨레는 10면 기사 뒷부분에 이윤택씨 측 항변을 추가로 옮겼다. 이씨 측은 “배우들은 판타지와 허구에 매우 익숙하다”며 배우인 피해자들이 ‘허구의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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