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로펌과 통신사 및 유관단체로의 방송통신 분야 공무원 재취업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김종훈 민중당 의원에 제출한 퇴직 공무원 현황 자료를 미디어오늘이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퇴직한 부이사관(3급) A과장은 지난 3월 김앤장 고문으로 취업했다. 그는 방송통신위원회 출신으로 중앙전파관리소 지원과장,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 파견 근무를 했다.

복수의 방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 등에서 근무한 B사무관(5급)은 지난해 퇴직 후 김앤장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C박사도 김앤장으로 이직해 전문위원이 됐다. 전문위원은 실무를 담당한다.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공무원들의 김앤장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김앤장이 방송통신분야 인력 영입에 적극 나섰고 장차관급이 아닌 실무진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앞서 2017년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 출신 오남석씨가 김앤장 고문으로 옮기고, 비슷한 시기 김준상 전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이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으로 옮기면서 ‘국장급’의 로펌행이 화제가 됐는데 최근에는 그보다 더욱 낮은 직급의 로펌행도 이어졌다.

김앤장 등 로펌이 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 규제와 유료방송 인수합병 등 미디어시장 재편에 대응하면서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선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앤장은 통신사는 물론 진행 중인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소송에서 페이스북 법률 대리인을 맡았고 구글의 공정거래법 법률 자문도 맡았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공무원들이 대거 김앤장에 재취업하면서 재직 때 정보와 인맥을 로펌의 사익을 위해 쓴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시사저널 ‘김앤장 공화국’ 기획기사에서 김앤장 출신 한 변호사는 “김앤장의 대정부 릴레이션십은 따라올 경쟁자가 없다. 김앤장의 힘은 변호사가 아닌 행정부·국회·청와대 출신들에게서 나온다”고 했다.

방송통신분야 4급 이상 고위 공무원의 로펌행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방통위가 김종훈 의원실에 제출한 방통위 퇴직 공무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 2월까지 퇴직 공무원 10명 가운데 4명이 로펌으로 옮겼다.

최성준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가 됐고 김재홍 전 부위원장은 법무법인 바른 상임고문을 맡았다. 최 전 위원장 보좌관으로 영입됐던 김상순 변호사는 2018년 법무법인 클라스의 파트너 변호사로 일한다. 최재유 전 과기정통부 2차관은 2017년 퇴직 직후 법무법인 세종 고문을 맡았다. 세종은 통신사의 대정부 소송을 전담하고 있다.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조항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공직자윤리법에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후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나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 있는 기관에 취업하려면 윤리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로펌행은 업무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부분 허용되고 5급 이하 실무진은 적용대상도 아니다.

정부 관계자는 “로펌에서 공무원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뻔하다”며 “업무 경험을 활용해 추후 정부 대상 소송에 활용하고,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데 취업 제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 공무원의 통신사 및 유관단체행도 눈에 띈다. 통신사와 관련한 정책을 만들고 감독해온 공무원들이 통신사를 대변하는 자리에 취업하는 것이다.

▲ 통신3사 대리점. ⓒ 연합뉴스
▲ 통신3사 대리점. ⓒ 연합뉴스

과기정통부 퇴직 공무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2018년 동안 과기정통부 서기관 3명이 각각 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 SK경영경제연구소 연구위원, LG경영개발원 수석연구위원으로 옮겼다. 2017년 퇴직한 장관 정책보좌관은 한국IPTV방송협회 사무총장으로 재취업했다. 2015~2019년까지는 통신사가 소속된 이익단체인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한국사물인터넷협회 고위직에 과기정통부 공무원 6명이 재취업했다.

김종훈 의원은 “KT가 정관계 출신 경영고문단을 꾸리고 정치권 로비를 해온 의혹이 최근 불거졌다”며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등 중앙부처 공무원 채용도 정부와 정치권에 인맥과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지 않겠나”라며 관련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