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의 결정적 증거라는 이른바 ‘1번 어뢰’ 잔해의 부식상태와 생산지 추정을 조사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관이 ‘1번’ 글씨와 설계도 만으로 북한제라 단정지은 것은 미흡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내놓았다.

자신이 감정을 했을 경우 북한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정도로 쓰지 딱 북한이다라고 규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안함 사건 9주기를 맞아 천안함 사건 직후 국과수 공업연구사 자격으로 민군합동조사단 자문위원에 위촉돼 ‘1번 어뢰’(CHT-02D) 재질과 부식상태, 생산지추정 등을 조사해 감정서를 제출했던 김의수 한국교통대 교수를 지난 21일 충청북도 충주에 있는 본교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합조단은 ‘천안함 피격사건 조사결과 보고서’(합조단 보고서)에서 1번어뢰가 북한제라는 증거로 ‘1번 글씨’와 ‘설계도’ 상의 형태 정도만 제시했다.

이를 두고 김 교수는 “제품의 동일성 여부라는 것은 설계도 상의 형상 정도만을 갖고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와 더불어 강도와 재질, 물성 등이 필요한데, 이런 것이 제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것이 북한제라고 제시한 증거의 다라면 북한제라고 단정짓기엔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설계도 원본의 출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북한제냐 아니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출처 또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종성 단장은 2015년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설계도 원본을 국정원으로부터 받았다고만 밝혔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검증상에 여러 가지 미흡하지 않느냐고 생각이 든다. 제가 감정을 했다면 ‘북한산 어뢰일 가능성을 배제를 할 수 없다’고 하지 이 정도 수준으로 제시된 증거로는 ‘북한산’으로라고 단정하기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다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다가 아니고, 합조단이나 국방부 조사본부가 관할하면서 다른 여러 사유를 판단해서 북한제라 결론을 내렸을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발표할 때 보고 알았다. 내가 어뢰 일부 분석에 참여 했으나 설계도를 제시받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공업연구관 시절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자문위원으로 어뢰를 조사했던 김의수 한국교통대 교수가 지난 21일 충주 본교 교수연구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공업연구관 시절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자문위원으로 어뢰를 조사했던 김의수 한국교통대 교수가 지난 21일 충주 본교 교수연구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김 교수는 합조단으로부터 설계도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계도 있었다면 재질이 나와있었을테니 제가 달라고 얘기했을 것이다. 시제품 분석을 안하고, 설계도를 보면 된다. 그런데 아무 얘기 없었다…설계도를 보면 열처리 방법과 재질 강도가 나오기 때문에 북한제 설계도와 물건을 비교면 된다. 오히려 검증하기 좋다”고 말했다. 그는 “설계도를 못받았다. 모르고 안줬는지는 모르겠다. 어뢰를 건져올리고 나서 제가 간 것 같은데, 설계도 파악을 못했을수도 있다. 뒤에 찾아서 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천안함 부식상태를 조사한 결과 감정서에서 바닷속 환경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부식 정도로 해저 잔류 시간을 추정하기 힘들다고 결론을 냈으나 합조단 보고서(‘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엔 선체와 어뢰의 부식정도가 유사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작성한 것이 잘못이라고 밝혔다. 합조단 내에 조사활동을 한 사람 중 조사과정의 문제점을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

김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조사결과의 문제점도 거론했다.

그는 위원들이 국방부에서 조사를 해달라는 것 외에는 모르고, 결과 공유도 안된채 통보식으로만 결과를 들었기 때문에 발표를 하기 전에 충분한 상호 토의(피어리뷰)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떻게 검증해서 이렇게 나왔고, 피어리뷰해서 공유해서 발표전에 얘기가 돼야 한다. 그런데 합조단 참여한 사람 조차도 다른 쪽은 잘 모른다고 하니 진실 여부를 떠나 결과의 신뢰성 분야에 미흡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사건이 그냥 사건도 아니고 중요한 사건이고 많은 희생을 낳은 사건인데, 피어리뷰나 검증을 몇 번이고 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해소가 다 된 줄 알았으나 자꾸 가면 갈수록 참여했던 분들 입에서도 재판 쪽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그러면 검증이나 이런 부분이 미흡한 게 있으니 하나하나 검증을 해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 그런 측면에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9주기를 맞아 합조단 조사활동에 참여한 위원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문제제기를 한 이유를 묻자 김 교수는 “중요한 사건인데, 그것을 대국민 알권리 측면에서 학회에서 발표를 다 했던 내용이었다. 대한기계학회에 천안함 특별세션이 있었다. 학회에 발표했다는 건 공개했다는 얘기고, 국민 신뢰성 측면에서 (국과수측에서) 발표를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다 모여서 발표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발표한 내용하고 보고서가 안맞으니까 공개된 내용과도 안맞은 게 실려있으니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신상철 전 합조단 조사위원의 재판에 증인 출석하게 된 계기를 두고 “합조단 보고서도 검증의 필요성이 있지 않나 생각이들고 당시 조사 관여했던 담당자로서 아직도 여러 의혹이 제시되고 있으니 책임감을 느끼고 보다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 참석하게 됐다”고 답했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공업연구관 시절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자문위원으로 어뢰를 조사했던 김의수 한국교통대 교수가 지난 21일 충주 본교 교수연구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공업연구관 시절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자문위원으로 어뢰를 조사했던 김의수 한국교통대 교수가 지난 21일 충주 본교 교수연구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지난 2010년 5월20일 윤종성 합동조사단 과학수사분과장(국방부조사본부장)이 1번 어뢰를 제시하면서 천안함 침몰원인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2010년 5월20일 윤종성 합동조사단 과학수사분과장(국방부조사본부장)이 1번 어뢰를 제시하면서 천안함 침몰원인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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