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8색 동아일보’가 떴다
광화문에 ‘8색 동아일보’가 떴다
프랑스 작가 다니엘 뷔렌과 건물 외관 ‘아트 프로젝트’

“넌 무슨 색 층에서 일해?”
“나는 빨강. 너는?”

최근 동아일보 사원들 사이에서 나누는 대화라고 한다. 지난 8일 이후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외관을 본 사람들은 이 대화를 이해할 수 있다.

동아미디어 센터는 오는 2020년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 현대미술가 다니엘 뷔렌(Daniel Buren·81)을 초청해 ‘한국의 색, 인 시튀 작업’(Les Couleurs au Matin Calme, travail in situ)이라는 건축물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품은 서울 광화문역 앞 지상 21층의 동아미디어센터 5~20층까지 창문 979개에 8가지 색 컬러 필름을 부착했다.

▲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다니엘 뷔렌이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 센터 외관에 만든 작품 '한국의 색, 인 시튀 작업'의 모습. 사진=동아일보 제공.
▲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다니엘 뷔렌이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 센터 외관에 만든 작품 '한국의 색, 인 시튀 작업'의 모습. 사진=동아일보 제공.
20일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프랑스 현대미술가 뷔렌은 “8개의 색을 정하고 그 색의 순서를 가나다순으로 배열해 8개 층씩 반복해 총 16개 층에 색깔을 입혔다”고 설명했다. 그가 선택한 색은 ‘노랑’, ‘보라’, ‘오렌지’, ‘진빨강’, ‘초록’, ‘터키블루’, ‘파랑’, ‘핑크’로 번역됐고 가나다순으로 그 색을 배열했다. 동아미디어센터 5층부터 시작되는 작품이라 5층엔 노랑, 6층엔 보라, 7층엔 오렌지색 컬러 필름을 붙이는 식이다.

뷔렌은 기자간담회에서 동아일보 건물 자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뷔렌은 “동아일보 사옥이 강철과 유리로 된 점 때문에 밖에서 투명하고 빛이 잘 들 것 같다는 환한 느낌을 받았다”며 “또 건물 전체가 유리창으로 돼 있어 빛을 반사하면서 큰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뷔렌은 동아일보 보도 논조나 정치적 입장 등이 작품에 영향을 미친 건 아니라고 말했다. 뷔렌은 “한국어를 잘 몰라 동아일보가 어떤 논조로 보도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동아일보와 협업하면서 나름대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확고한 철학을 갖고 세워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전에 세워진 동아일보인 만큼 그 시대상을 생각하면 용기 있는 결정들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아일보 철학이 이번 작품에 직접 영향을 줬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뷔렌은 “그러나 작업을 진행하면서 동아일보사도 만족스러워 하는 것을 보면 나름대로 사측의 사고나 사상이 굉장히 열려있다고 생각했다”며 “사옥 전면을 변화시키는 대규모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사장으로서 껄끄럽거나 거절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는데도 동의해주시고 진행해주신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뷔렌에게 평소 어떤 신문이나 미디어를 읽는지 질문하자 뷔렌은 “제가 읽어볼 수 있는 언어는 대부분 독파하려고 한다. 영어와 불어, 스페인어와 이탈리어 쪽 매체를 자주 읽고 민주주의를 진정성 있게 수호하고자 하는 언론과 매체들을 주로 즐겨본다”고 답했다.

▲ 20일 오후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다니엘 뷔렌이 서울 광화문 동아 미디어 센터 20층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20일 오후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다니엘 뷔렌이 서울 광화문 동아 미디어 센터 20층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다니엘 뷔렌은 1960년대 후반 ‘개념 미술’ 시대에 ‘장소 특정적’(site-specific) 작품을 해온 작가로 꼽힌다. 장소 특정적 작품이란 작가가 건물과 주변 환경을 캔버스 삼아 시공간이 주는 영감을 바탕으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는 1960년대 기존 미술 틀을 깨는 아티스트 그룹인 ‘베엠페테’(B.M.P.T)를 결성했다. 이 그룹은 1968년 기존 권위에 저항하는 프랑스 68혁명 시기 등장한 그룹으로 기존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권위적 공간을 거부하고 제도권 바깥으로 미술을 끌어내는 작업을 했다.

프랑스 파리의 팔레 루아얄(Place du Palais-Royal·루이 14세의 거주지)에 260개의 흑백 줄무늬 기둥을 설치한 작품 ‘두 개의 고원’(Les Deux Plateaux·1986)이 대표 작품 가운데 하나다.

뷔렌은 그 외에도 프랑스의 루이비통재단 미술관, 스트라스부르 현대미술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베이징 천단공원, 도쿄 긴자식스, 런던 지하철역 등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해왔다.

뷔렌의 작품은 동아일보가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인 2020년 12월30일까지 전시된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평화 2019-03-21 15:15:24
나름 공은 들였네. 동아일보가 건물뿐만 아니라 마음에서도 열린 사고방식이 더 생기길 바란다.

qODEJDL 2019-03-22 07:51:52
어떤색을 입히든지 관심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