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윤리위원회가 조선일보 현직 간부들의 금품 수수와 기사 청탁 의혹에도 조치를 내놓지 못했다. 자문기구 역할을 하는 윤리위 입장과 달리 조선일보가 자체적으로 징계를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윤리위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금번 사태는 윤리규범 정비 이전인 2013~2015년에 발생한 일”이라며 “이에 관해 윤리 규정을 소급적용해 어떠한 불이익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지난 1월28일부터 2월15일까지 ‘로비스트’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와 언론인들 간 기사·인사 청탁 의혹을 보도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박수환 문자’에 등장하는 기자 179명 가운데 조선일보 소속은 35명에 달했고, 뉴스타파는 “(조선일보 기자) 상당수가 박수환과 금품과 청탁을 주고받거나 기사를 거래했다”고 보도했다. 자녀 인사 청탁 의혹, 전별금 및 명품 수수 등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로비스트와 자사 간부들 유착에 내부도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 강경희 조선일보 논설위원(왼쪽), 송의달 조선일보 편집국 선임기자, 박은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오른쪽). 뉴스타파는 이들이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와 그의 고객사로부터 선물 또는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갈무리
▲ 강경희 조선일보 논설위원(왼쪽), 송의달 조선일보 편집국 선임기자, 박은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오른쪽). 뉴스타파는 이들이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와 그의 고객사로부터 선물 또는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갈무리
조선일보 윤리위는 입장문에서 “이번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드러난 일부 조선일보 재직 기자들의 지난 행태는 언론인으로서 준수해야 할 기본적 윤리규범을 위반한 사례라고 판단한다”면서 “더 나아가 이러한 사례는 조선일보에 대한 신뢰와 평판 훼손이라는 엄중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조선일보는 2017년 12월 신중한 연구 검토를 거쳐 미국의 뉴욕타임스나 영국의 BBC 등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 윤리 규정과 비교해 손색이 없는 ‘조선일보 윤리규범’ 및 ‘조선일보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을 정비한 바 있다”며 “또한 이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함으로써 조선일보가 그 일차적 책무로 높은 수준의 언론윤리를 준수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윤리위는 윤리규범 및 가이드라인 소급 적용에 난색을 표했다. 대신 윤리위는 “조선일보의 경영진과 편집책임자들 앞으로, 이번에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밝혀진 일부 기자들의 윤리 위반 행태에 대한 분명한 사실 확인 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을 요청한다”고 했다.

윤리위는 “과거 일이긴 하나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추후 유사한 윤리규범 위반 사례가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함은 물론, 언론 윤리 준수에 대한 조선일보의 의지를 다시금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비리 의혹이 터지자 2016년 10월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자사 윤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듬해 12월에는 ‘윤리규범’을 새로 제정했다. 윤리규범 가이드라인 제18장은 ‘금품 수수 및 향응 금지’ 규정, 제20장 1조는 부당한 청탁 금지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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