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렌도 가족이 인천공항에서의 삶을 끝내고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 받을까.

인천공항에 70일째 구금된 앙골라 난민 루렌도 가족 6인의 입국 허가와 난민신청권리 보장을 위한 법적 싸움이 시작됐다. 7일 인천지방법원에서 루렌도 가족의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인천공항 출입국 외국인청이 루렌도 가족의 행동이 명백히 이유없는 난민신청이었다는 걸 입증하지 못하면 불회부 결정이 취소되고 루렌도 가족은 정식 난민심사를 받을 수 있다. 

정의당 국제연대당원협의회 나눔문화, 난민과손잡고, 노동자연대, 이주공동행동 등의 연대체인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은 이날 인천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는 신속히 루렌도씨 가족의 손을 들어줘 최소한의 난민 심사를 받을 권리와 입국을 보장하고, 어린 아이들과 그 보호자들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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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국가 앙골라가 콩고 출신 이주민들을 탄압하자 콩고 출신 루렌도 가족은 지난해 12월28일 한국에 왔지만 정부는 입국을 불허하고 여권을 빼앗았다. 이어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내렸다. 정식 난민심사를 받을 기회조차 박탈했다.

 

루렌도 가족은 지금껏 세 차례의 앙골라 정부측 강제송환 시도를 거부하며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언론보도로 루렌도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진 뒤 시민사회단체의 도움이 이어져, 루렌도 가족은 불회부 결정에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은 “루렌도 씨 가족은 지난 70일을 버텨왔다. 10세미만 4명의 아이들은 교육을 받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대신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며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된 채 지내고 있다. 이런 환경은 루렌도 씨 가족의 건강을 점차 악화시키고 있다”고 전한 뒤 “생명의 위협을 피해 찾아온 곳에서 왜 다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라며 “안전하게 체류하며 제대로 된 정식 난민심사를 받게 해달라는 것은 최소한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이 7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난민과함께공동행동
▲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이 7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난민과함께공동행동

이들은 “정부가 (루렌도 가족의)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을 내린 과정도 어처구니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다 완성하지도 못한 난민신청서를 가져가는가 하면, 결정적 역할을 하는 인터뷰에 걸린 시간은 통역과 조서작성 시간을 포함해 고작 2시간 남짓이었다. 아이들의 의견도 청취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라며 “이런 식으로 어떻게 난민들의 절박한 처지를 파악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루렌도 씨 가족을 보면 정부가 지금껏 제대로 된 심사도 하지 않고 난민신청자들을 ‘가짜 난민’으로 낙인찍어 왔음을 알 수 있다”며 최근의 난민법 개정 시도 또한 난민에게 불리하다며 중단을 요구했다.

이번 소송은 약 6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천공항 출입국 외국인청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이라도 입국을 허가해달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이 때문에 루렌도 가족은 병원에 갈 수도, 자신이 제기한 소송의 재판에 출석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 온라인에선 루렌도 가족의 입국과 체류 허가 및 아동인권 보장 촉구 서명이 진행 중이다.

루렌도 가족 측 소송대리인 이상현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재판이 빨리 진행될 필요가 있는데 재판부가 다음 변론기일도 2주 뒤로 잡아주고 다음 기일에는 루렌도씨도 출석 가능하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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