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방송 출연이 방송법에 어긋나게 일명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에 따라 이뤄졌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위원장 정필모, 이하 진미위)는 6일 경영진에 의해 출연이 무산되거나 출연을 지시한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조사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진미위는 최근까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출연이 무산된 사례로 음식평론가 황교익씨를 들었다. 2017년 1월 황씨는 아침마당 출연에 섭외됐지만 취소됐다. 당시 KBS는 황씨가 특정 대선후보를 공개 지지해 방송제작가이드라인의 공정성 가이드라인에 위반돼 출연을 보류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미위는 “선거와 관련 없는 교양 프로그램의 출연금지가 의무 사항이라 볼 수 없고, 설사 이 조항을 적용하더라도 당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과 대선 실시 여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선거기간에도 해당되지 않아 출연을 막을 근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황씨는 출연이 보류됐지만 2012년 박근혜 후보 자문위원으로 선정된 최불암씨의 ‘한국일의 밥상’ 출연은 이뤄졌다. KBS가 황씨와 최씨에게 이중잣대를 적용했다는 근거다.

▲ 왼쪽부터 음식평론가 황교익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고(故) 노회찬 정의당 국회의원. 사진=미디어오늘, ⓒ 연합뉴스
▲ 왼쪽부터 음식평론가 황교익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고(故) 노회찬 정의당 국회의원. 사진=미디어오늘, ⓒ 연합뉴스
‘블랙리스트’ 출연자 때문에 호평 받았던 파일럿 프로그램이 정규편성에서 취소된 정황도 나왔다. 고 노회찬 정의당 대표와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출연했던 “거리의 만찬” 프고그램은 8부작으로 기획됐지만 한편만 방송되고 정규편성이 취소됐다. 진중권 교수가 출연한 “표본실의 청개구리”, 유시민 작가가 출연한 “책번개”도 정규편성이 취소됐다.

진미위는 “시사프로그램 제작이 극도로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새로운 형식으로 시사를 풀어낸다는 기획의도로 방송 후 내외의 반응이 좋았고, 심의평도 정규편성에 긍정적이었으나, 방송 후 모두 별다른 이유 없이 정규편성이 되지 않았다”며 “정규편성이 되지 않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내부에서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출연자들을 출연시킨 것이 큰 원인이라고 인식”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제작진이 적합성을 판단해 출연을 요청하는 절차를 무시하고 제작진을 압박하거나 상명하달식으로 부당하게 출연 지시를 내리는 화이트리스트 사건도 많이 일어났다.

지난 2009년 11월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아침마당 화요초대석에 3년 동안 출연한 사람을 조사해봤더니 상부 지시로 출연한 전현직 정치인이 19명이었다. 진미위는 “이전에는 이 프로그램에 정치인이나 고위관료가 출연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고, 정치인이 출연할 경우 여야 정치인이 번갈아 출연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이런 균형이 전적으로 무시된 경우가 다수였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 2010년 1월 25일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대법원 판결 이틀 전 엄기영 전 MBC 사장의 출마가 확실시된 가운데 엄 전 사장은 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자격으로 아침마당에 출연했다. 책임프로듀서는 엄 전 사장의 출연에 KBS의 수치라면서 강하게 항의했지만 방송은 강행됐고 특정정당을 연상시키는 파란색 점퍼 착용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침마당에 화이트리스트 출연자가 대거 출연한 요인은 제작 주체가 외주제작자로 변경된 것과 관련돼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침마당 화요초대석이 외주화된 것은 당시 길환영 제작본부장 지시라는 진술이 나왔다. 진미위는 외주로 제작된 시기인 2010년 7월부터 2018년 1월까지 화이트리스트 출연자는 20명이 넘는다고 파악했다. 상부가 지시한 화이트리스트 출연자 명단은 안상수 전 인천시장, 정운천 전 농림부 장관, 이병석 전 의원, 나경원 의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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