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안과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이 요구한 노동3권 논의에 반대 입장을 전했다. 문성현 위원장은 “논의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노총과 경총이 합의해 요청하면 나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대회의실을 지키고 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공동투쟁단(공동투쟁단)’ 80여명은 5일 오후 서울 새문안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은 “경사노위가 합의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는 노조 없는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직격탄이다. 그런데 이제는 노동기본권마저 빼앗으려 한다. 경사노위를 앞세운 노동권 파괴를 당장 멈추라”고 요구했다.

▲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5일 오후 서울 새문안로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뒷모습) 등 비정규직 대표단과 면담하고 있다. 문성현 위원장은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을 지냈고, 왼쪽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민주노총 연구전문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이날 항의면담한 비정규직도 대부분 민주노총 노조원이다. 사진=김예리 기자
▲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5일 오후 서울 새문안로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뒷모습) 등 비정규직 대표단과 면담하고 있다. 문성현 위원장은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을 지냈고, 왼쪽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민주노총 연구전문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이날 항의면담한 비정규직도 대부분 민주노총 노조원이다. 사진=김예리 기자

비정규직 대표단 10명은 오후 2시 문 위원장과 대회의실에서 만나 1시간 가량 면담했다. 앞서 기자회견이 끝난 뒤 공동투쟁단이 경사노위 건물에 들어서려 하자 경찰 50여명이 막아 대치상태가 벌어졌고, 이에 경사노위 측은 ‘문 위원장이 부재 중’이라며 상임위원 면담을 제안했다. 공동투쟁단이 항의하자 경사노위 측이 응해 위원장 면담이 성사됐다.

비정규직 대표단은 오는 7일 본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안 의결을 강행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언론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안이 7일 촤종 합의된다고 해 위기감을 갖고 여기까지 찾아왔다. 사회적 대화기구라 한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하는데, 같이 얘기하는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공동투쟁단’이 5일 오후 서울 새문안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앞에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에게 항의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공동투쟁단’이 5일 오후 서울 새문안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앞에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에게 항의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정병욱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재계가 요구하는 안이 ILO 위반 사항이다. 이를 위원회서 논의하는 것도 충격이지만, 회의록도 없이 찻집이든 사무실이든 다른 곳에서 논의해서 경사노위가 추인하는 방식을 사회적 대화라고 할 수 없다.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논의하라”고 주장했다.

문성현 위원장은 “확정된 것은 없다”며 “탄력근로제 합의는 최종 본위원회를 남겨뒀다. 그리고 노사관계관행제도개선위원회도 경영계가 한번 해 봤으면 좋겠다고 제출한 내용”이라고 했다. 문 위원장은 “경사노위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의견은 없다”면서도 “탄력근로제는 노총과 경총이 만나 주고받으며 합의했다. 그들이 요청하면 나는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황호인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장은 “마치 탄력근로제 합의가 다 된 것처럼 여론몰이를 경사노위가 주도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은 “경사노위를 만들던 초기엔 끊임없이 정규직 노조를 향해 ‘비정규직을 위해 양보하라’고 참여를 압박했다”며 “노조 없는 노동자를 거명하며 우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것은 명확한 항의”라고 강조했다.

▲ 서울 새문안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앞에서 단식 중인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이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면담 중인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에게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서울 새문안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앞에서 단식 중인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이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면담 중인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에게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면담은 1시간 가량 이어졌다. 문성현 위원장은 “중요한 회의가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다”라며 3시께 자리를 떴다. 대표단과 기자회견에 참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오후 7시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사노위는 오는 7일 본위원회를 열고 탄력근로제 합의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본위원회 회의는 각 대표별로 과반 이상이 참석해야 열린다. 노동자대표 가운데 양대노총 외 여성·청년·비정규직 대표 위원 3명은 6일 본위원회 보이콧 여부를 발표한다. 이들이 모두 보이콧하면 본위원회 회의는 열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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