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여명 승객과 대화, 녹취만 24시간 분량.

한겨레 이충신 기자가 택시 운전을 하고 취재한 내용이다. 이충신 기자는 1월부터 7편의 연재 시리즈 기사를 통해 자신이 직접 택시를 몰았던 경험을 털어놨다. 이 기자는 택시운전자격증을 땄다. 택시회사에 취업해 어느 운전기사와 마찬가지로 하루 12시간씩 운전하고 사납금을 채우고 급여를 받았다. 택시업계를 들여다본다며 운전기사를 인터뷰하거나 ‘짧게’ 택시운전을 한 경우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이 기자가 쓴 기사는 택시에 대한 승객들의 비난, 만취승객을 태운 경험, 택시 수급 부족 및 사납금 문제, 택시 기사의 급여자료 등 택시운전 기사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세계를 담았다.

이 기자는 택시회사에 취업한 첫날 “인상도 좋은 신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주행거리와 영업거리, 수입금액 등 운행 기록이 저장되는 미터기 조작법과 운행기록일보 작성법을 배우고 운전대를 잡았다. 첫 승객이 불광동이라고 자신의 목적지를 밝히고 내부순환도로로 가자고 요구했지만 찾지 못하자 승객은 짜증을 내며 도중에 내려버렸다.

승객들의 불만은 컸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택시업계가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꼬집는 승객부터 택시를 불친절과 승차거부의 대명사라고 생각하는 승객까지 다양했다.

한 30대 남성은 “승차거부를 신고해도 녹음이 안 돼 있으면 어떻게 할 수 없고, 바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오래 걸린다”며 “기사들은 생업이니 기사들 편을 많이 들겠지만, 승객들은 승차거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열만 난다”고 말했다.

서울 택시의 승차거부 현황에 따르면 2012년 1만 6741건에서 2018년 11월 5652건으로 줄었지만 현실 속 승객의 택시에 대한 불만은 크게 다가왔다. “한국 택시 서비스는 100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소위 길거리에서 승객을 발견하고 태우는 ‘길빵’을 하지 않고 카카오택시 콜을 이용했더니 자연스레 단거리 목적지의 승객에 대해서는 ‘승차 거부’를 하게 된다는 경험도 털어놨다. 심야시간 주요 도심지에서 택시가 잡히지 않은 것은 법인택시의 경우 80%가 심야시간에 영업을 하지만 개인택시는 많이 나오지 않으면서 6천 대 정도의 택시 수급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 기자가 날 것 그대로 승객들의 불만만 들은 건 아니다.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우는 승객도 있었다. 만취승객을 태웠는데 문을 닫지 않은 채 운행한 아찔한 경험도 했다. 이 기자는 뒷좌석에서 취객의 구역질 소리가 들릴 때마다 걱정을 해야 했고 “내일부터는 비닐 봉투를 가지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택시발전법에는 택시운송사업자가 세차비용을 기사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현실은 운전기사들이 비용을 들어 내외부 세차를 하고 있었다. 점심 때가 되면 대학 캠퍼스로 향하는 택시가 많은데 이유는 택시 기사들이 값이 싼 대학의 ‘학식’을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소소한 사실도 전했다.

이 기자가 택시운전기사로 살아남기 위해 사납금을 채우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주간근무는 새벽 5시 30분에 교대해 오후 5시 30분까지 일하고 야간근무는 반대로 오후 5시 30분에 교대해 새벽 5시 30분까지 일했다. 주간 근무 5일, 야근 근무 3일을 일했지만 사납금은 이틀 밖에 채우지 못했다.

이 기자가 취직한 택시회사의 사납금은 주간 12만9천원, 야간 14만9천원이었다. 그가 8일 동안 일하고 받은 급여는 35만6617원. 월급여액으로 환산하면 133만원이 나온다. 서울시가 밝힌 2017년 기준 택시기사 월평균 수입은 217만원인데 차이가 크다. 사납금을 채우고도 추가 수입금으로 84만원을 더 벌어야 하는 액수다.

택시운전 기사 15명의 2017년 11월 급여명세서와 수입일보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고정급여 는 평균 101만4408원이었다. 사납금 이상 채운 추가 수입과 부가가치세 환급액을 더하면 실수령액은 늘지만 노동시간에 비하면 큰 돈은 아니다. 법인택시 기사 하루 노동시간은 12시간씩 26일, 한달 312시간에 달했다. 이 기자가 8일 동안 택시운전을 하면 달린 거리는 1404km, 손님을 한번 태울 때 평균 6.7km에 7858원을 벌었다.

이 기자가 택시운전을 하게 된 것은 취재원을 만나러 가기 위해 탄 택시 안에서 들은 운전기사의 고충을 어떻게 하면 생생히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시중에 나온 택시운전자격증 대비 문제집을 구입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적성검사를 하고 시험을 치러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취업은 쉽지 않았다. 서울시 택시물류과에 문의해 택시회사를 소개받으려고 했지만 기자의 취업을 환영한 회사는 없었다. 이 기자는 행정기관의 도움 없이 직접 택시회사에 취직하기로 결정했다. 취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한겨레 법무팀의 자문을 받았고, 운전 중 사고를 포함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곧바로 법무팀에 연락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준비했다.

이 기자는 택시운전을 마치면 녹취를 풀고, 실시간 기록해봤던 메모를 정리했다. 8일 동안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했다. 도저히 잠을 뿌리칠 수 없어 야간 근무 때는 길 한편에 차를 세워 눈을 붙이기도 했다.

이 기자는 “차 안에 앉아서 움직이기는 하지만 의자로 만든 감옥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다”며 “하루 12시간 의자에 않아 손님을 대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승객들도 각양각색이다. 다짜고짜 반말하는 사람, 담배피는 사람…스트레스가 심하겠구나라고만 했는데 이렇게 심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 1월3일자 한겨레 기사. 이충신 기자는 택시 기사에 취업해 운전을 한 경험을 7편의 연재 시리즈 기사로 풀어냈다.
▲ 1월3일자 한겨레 기사. 이충신 기자는 택시 기사에 취업해 운전을 한 경험을 7편의 연재 시리즈 기사로 풀어냈다.

 

이 기자는 “8일 동안 일하고 30여만원 정도 받았는데 추가 수입 없이 사납금을 딱 맞췄다고 가정하면 한달 12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며 “제가 일한 8일 동안 사납금을 맞춘 날은 이틀이다. 추가 수입금도 많아봐야 만원도 채 안되는 액수였다. 회사에선 사납금을 못 맞추면 처음 3개월 동안은 정해진 월급을 주지만 3개월 이후부터 사납금을 맞추지 못하면 제하고 준다. 3개월 이후 사납금을 맞출 자신이 있냐고 물으면 없다”고 말했다.

택시업계에서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택시업계는 카풀이 시행되면 하루 30만 건의 승객이 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독과점 영업인 택시의 가치가 떨어진다. 최근엔 개인면허를 따기 위한 비용이 천만원 정도 떨어졌다. 개인면허는 부동산과 같은 이치다. 자산 가치도 떨어지고 승객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서울시 택시 사납금은 2000년 7만 4천원에서 2017년 13만 500원으로 17년 동안 두 배 올랐다. 택시 기사들이 회사에 입금하는 운송수입금은 2013년 15만 1787원에서 1만 6580원 상승해 2017년 16만 8367원이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기본요금을 3천원에서 38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이 기자는 열악한 택시업계의 처우 개선을 위해선 사납금을 올리는 방향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기본요금을 올린 취지는 운전기사 처우 개선이다. 6개월 정도 사납금을 동결한 상태에서 택시 회사의 수입이 늘었다고 판단하면 사납금을 올리되 올린만큼 택시기사에게 월급으로 되돌려 줘 처우를 개선하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서울시의 방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제가 택시 기사를 체험한 것도 행정과 현실이 얼마큼 밀착돼 있는지 그리고 그 대안을 어떻게 균형감 있게 맞춰서 시행할 것인지를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며 “일반 시민들 입장에선 택시를 타면 불친절하고 승차거부까지 당하니 택시 비용을 올리는 것이 썩 내키지 않겠지만 지금까지 시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택시 이용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적정선의 비용을 지불하고 그 댓가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시민들도 상황 인식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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