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일제강점하 3·1운동을 계기로 항일무장투쟁 등 독립운동전선에 뛰어든 독립유공자 34명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소개하며 재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들의 역사가 대한민국 정의의 역사이자 평화의 역사라며 국내든 해외든 마지막 한 명의 독립운동가까지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4일 해외 독립운동가 후손을 청와대 영빈관에 초청해 ‘100년의 역사 함께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주제의 오찬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독립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이 대한민국의 뿌리라는 것을 되새기며 커다란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고 계신 독립유공자 후손, 여러분의 이야기가 곧 대한민국의 역사이다. 단지 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오늘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자유와 독립, 정의와 평화의 역사”라고 재평가했다. 특히 미국, 중국, 러시아, 브라질, 호주, 카자흐스탄, 영국, 캐나다에서 선조들의 정신과 뜻을 지키고 전해오신 후손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3·1독립운동 당시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때까지의 독립운동에 투신한 지도자와 이를 계기로 독립운동에 평생을 던진 인물 34명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그 행적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13도 연합 의병부대를 이끌고 서울로 진격했던 왕산 허위 선생의 꿈이 봉화와 횃불로 타올랐다고 소개했고, 러시아에서 국권회복을 도모하다 순국하신 이범진 공사의 염원이 자유와 독립의 외침으로 되살아났다고 평가했다. 100년 전 3·1독립운동이 시작된 바로 그날, 각각 다른 곳에서 만세를 부른 네 명을 두고 문 대통령은 경성고보 4학년생 상훈 선생이 서울 탑골공원에서, 숭실학교 학생 노원찬 선생이 평양에서, 남본정 교회 오현경 목사가 황해도 해주에서, 무역상을 하던 전성걸 선생이 평안남도 안주에서 외쳤다고 소개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 초청한 해외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인사하며 예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 초청한 해외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인사하며 예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일본 육사를 졸업한 김경천 선생은 1919년 6월 만주로 망명해 독립군 지도자의 길을 걸었고, 이경재 선생은 독립군에 가담해 청산리 전투에 참전했다.

문 대통령은 항일무장투쟁의 길에 뛰어든 이들도 소개했다. 이원수 선생은 간도에서 3·1독립운동 1주년 시위를 준비했고, 심용준 선생은 평안북도 천마산에서 무장항일결사단체를 조직했으며 함경북도 온성 출신 황운정 선생은 연해주에서 항일무장부대를 창설했다. 황해도 송화에서 만세시위를 주도한 한철수 선생은 광복군사령부 제2진영 대장으로 군자금 모금을 담당했다. 강인수 선생은 의열단원이 됐고, 김산해 선생은 중국 동진청년회 부회장으로 항일운동에 뛰어들었다.

이밖에도 청년이었던 안홍 선생은 만주의 광복군총영 모험대장으로, 김연군 선생은 만주 의민단 부단장으로, 김정규 선생은 훈춘의 독립단원으로 일제와 맞서 싸웠다. 간도 15만원 사건의 주역인 최이붕 선생은 연해주와 만주를 무대로 군사활동을 펼쳤다. 구철성 선생은 레닌그라드 국제군사학교를 졸업한 후 항일전쟁에 참전했다.

3·1독립운동 당시 9살이었던 임평 선생은 조선의용대원으로, 당시 10살이었던 배경진 선생은 신의주 위화청년단 단장으로, 15살 유남수 선생은 참의부 특파공작원으로 활약한 사실도 전했다.

조선왕조의 복원에 그치지 않고 민주공화국의 염원으로 4월11일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기여한 이들도 소개됐다. 문 대통령은 박계천 선생과 전일 선생이 임시정부에 참여해 독립운동의 구심점을 만들었고, 미국에 있던 권도인 선생과 장병훈 선생도 임시정부에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했다고 했다.

3·1독립운동과 일제의 제암리 학살사건을 전 세계에 알린 스코필드 박사, 임시정부가 국제적으로 승인받도록 노력한 연희전문학교장 애비슨 선생, 독립운동가의 망명과 무기반입, 군자금전달을 도운 루이스 쇼 선생, 대한매일신보의 발행인으로 일제의 침략과 만행을 세계에 알렸던 베델 선생 등 해외 독립운동가도 문 대통령은 빼놓지 않았다. 1919년 4월 필라델피아에서 재미한인들과 함께 한국의 독립을 외쳤던 톰킨스 목사에게는 2015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으나 후손을 찾지 못하다 마침내 증손자를 찾아 훈장을 전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4월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이 건립 선포되는 점을 들어 “오늘 참석한 후손들의 자랑스러운 선조 서른네 분의 삶이 민주공화국 100년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해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 포상기준을 개선해 투옥 사실 등이 공식기록으로 확인되지 않더라도, 일기나 회고록 같은 자료를 반영하고, 학생의 경우 독립운동으로 퇴학당한 분들도 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여성과 의병독립운동가 2000여명을 발굴해 이번 3·1절 기념식에서 역대 최다인 333분을 포상했다. 문 대통령은 “분단이나 해외 거주 등의 이유로 발굴하지 못한 독립유공자가 많다”며 “독립기념관의 독립운동사연구소의 기능을 더욱 확대하여 독립운동 사료수집과 함께 국내외에서 마지막 한 분의 독립유공자까지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독립유공자들의 뜻과 정신이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 함께 잘사는 나라로 열매 맺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여러분 선조의 희생과 헌신은 영원히 빛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유철 광복회장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정말 많은 공과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 과업은 대한민국 국민, 세계 (안 들림)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대통령님께서 꼭 성공하시기를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한완상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은 “100년 전 3·1운동 때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조국독립과 자유를 위해 온 몸과 마음을 던져 헌신했던 모든 애국동포들과, 일제의 잔인한 총칼 앞에서도 용기 있게 저항했던 이름도 빛도 없이 헌신하셨던 많은 애국동포들을 이 잔에 담겠다”고 건배사를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 초청한 해외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오찬 행사를 열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 초청한 해외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오찬 행사를 열고 있다. 사진=청와대
한편, 이날 오찬 자리엔 심순복(장병훈의 외손녀-애족장), 수잔 제인(베델의 손녀-대통령장), 이승희, 전춘희(전성걸의 자녀-애족장), 한희정(한철수의 손녀-애국장), 송잔나(이원수의 손녀-대통령표창), 허춘화(허위의 증손녀-대한민국장) 등 미국·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호주·캐나다·브라질·영국 8개국 독립유공자 후손과 박유철 광복회장(백암 박은식 장손, 박시창 장자) 등이 참석했다. 정부측에서는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국가보훈처 보훈선양국장, 한완상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이, 청와대에선 노영민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주영훈 경호처장,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조한기 1부속·신지연2부속·정현곤 시민참여·김현종 국방개혁비서관, 고민정·한정우 부대변인 등이 동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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