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보도에 목숨을 걸다, 필리핀 언론인의 현실
진실 보도에 목숨을 걸다, 필리핀 언론인의 현실
[아세안의 자유언론을 찾아서 02]

동남아시아는 한반도와 지리적으로 근접하고 식민지의 역사를 겪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신남방정책을 통해 한국의 새로운 경제적 동반자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 국가들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많지 않다. 한국 국민에게 이들 나라들은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가기 쉬운 해외여행지 정도로 인식되고 관광정보만 공유되는 실정이다. 이에 자유언론실천재단과 미디어오늘은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아세안(ASEAN) 이웃국가들의 언론 상황과 탄압 실태, 진실 보도와 자유언론 수호를 위한 현지 언론인들의 활동을 취재한 기록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 연재의 내용은 자유언론실천재단에서 기획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2018년 12월에 발간한 책 ‘우리는 말하고 싶다 : 현장 르포, 분투하는 아시아의 자유언론(박성현·김춘효 지음, 이루 펴냄)’을 토대로 요약, 보완한 것이다. -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01) 낯선 이웃 아세안, 분투하는 자유언론
02) 진실 보도에 목숨을 걸다, 필리핀 언론인의 현실
03) 태동하는 언론의 자유, 베트남의 시민언론
04) 언론탄압으로 퇴색한 미얀마의 민주화
05) 새 시대의 길목에 서다, 말레이시아의 독립언론


국제기구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가 발표한 2018년 ‘세계불처벌지수’(Global Impunity Index)에서 필리핀은 소말리아, 시리아, 이라크, 남수단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이 지수는 2008년 9월1일부터 2018년 8월31일 사이 각국에서 발생한 언론인 살해 사건 중 피의자가 전혀 처벌을 받지 않고 미해결로 남은 사건의 수를 인구 대비 백분율로 계산해 순위를 매긴 것이다. 필리핀이 인구 비율로는 5위이지만 불처벌 사건 수만으로는 40건으로 가장 많다. 게다가, 조사에 포함되지 못한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까지 감안한다면 필리핀의 언론인 살해와 불처벌의 실제 건수는 더 많을 수 있을 것이다.

▲ 세계불처벌지수(Global Impunity Index) 2018. 출처=언론인보호위원회(CPJ) 데이터(2008년 9월1일~2018년 8월31일)
▲ 세계불처벌지수(Global Impunity Index) 2018. 출처=언론인보호위원회(CPJ) 데이터(2008년 9월1일~2018년 8월31일)
최고의 검열은 살인, ‘오토바이 2인조’를 조심하라

“당신은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자유롭게 당신을 죽일 수 있다.”(You are free to report, but others are also free to kill you.) 필자가 취재 중에 만난 필리핀의 중견 언론인 엘렌 토르데실랴스의 말이다. 그녀의 말처럼 필리핀의 언론인들은 무슨 말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그들이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순간 언제든지 고용된 킬러에 의해 살해될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인터뷰를 한 필리핀 언론인들은 어김없이 ‘미디어 킬링(media killings)’, 즉 ‘언론인 살해’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진실을 보도하는 대가로 그들이 내놓아야 하는 것은 목숨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전쟁을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두테르테의 지옥]을 만든 공동감독이자 프리랜서 사진기자인 루이스 리와낙은 기자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따르는 두려움을 이렇게 고백한다. “영화 직후 두테르테의 트롤 아미(troll army)*가 우리를 쫓아다니면서 괴롭히기 시작했다.…(중략)…늦은 밤 또는 이른 새벽 골목길을 전에는 두려움 없이 다녔지만 지금은 두렵다. 우리는 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탄 자들에 의해 언제든지 공격당할 수 있다.” (*트롤 아미 : 온라인에서 언론인에게 협박과 공격을 가하고 증오댓글을 다는 두테르테의 지지자 부대)

▲ 인터뷰 중인 기자들. 왼쪽부터 노노이 에스피나, 인다이 에스피나-바로나(둘은 남매 언론인이다), 루이스 리와낙. 사진=박성현 역사학 박사·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
▲ 인터뷰 중인 기자들. 왼쪽부터 노노이 에스피나, 인다이 에스피나-바로나(둘은 남매 언론인이다), 루이스 리와낙. 사진=박성현 역사학 박사·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

필리핀에서 언론인을 살해하는 대표적인 방식은 ‘오토바이 2인조’의 킬러가 총을 쏘는 것이다. 2014년 필리핀의 ‘올해의 단어’에 선정되었던 ‘라이딩 인 탠덤(riding in tandem)’이라는 영어 표현은 본래 2인용 자전거(또는 오토바이)에 앞뒤로 나란히 앉아 있는 평화로운 모습을 뜻하지만, 필리핀에서는 오토바이 2인조에 의해 자행되는 범죄를 가리킨다. 필리핀전국언론인노조(NUJP)의 자료에 따르면, 1986년부터 현재까지 비판적 언론활동으로 인해 살해된 언론인 수는 총 185명이고 두테르테 행정부 하에서만 12명이다. 가장 최근인 2018년 12월28일에 피살된 라디오 진행자 가브리엘 알부로의 경우는 NUJP의 조사 결과 직무 관련 사건이 아니어서 희생자 수에서 제외되었다.

‘미디어 킬링’의 희생자인 언론인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점은 그들이 자기 지역의 정치인이나 고위 관리들의 비리를 보도·비판했고 이 정치인·관리들이 고용한 킬러, 즉 오토바이를 탄 무장괴한들에 의해 총탄을 맞았다는 것, 그리고 살해되기 전 협박 메시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필리핀의 언론인 살해는 공공연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일어나지만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필리핀의 총기문화와 권력자들에 대한 정권의 은밀한 비호는 이를 돕는 요소들이다.

스스로를 보호하라, 지방 언론인의 상황

필자가 ‘필리핀전국언론인노조’로 번역한 NUJP(National Union of Journalists of the Philippines)는 1988년에 설립되었는데, 아직까지는 직장노조들의 연합이 아닌 길드 형태여서 단체협상을 하지는 못하지만(그 때문에 ‘노조’ 대신 ‘연맹’으로 번역하는 국내언론사도 있으나 ‘노조’가 본래의 목적에 맞는다는 것이 NUJP 위원장의 의견이다), 전국에 50개의 지부를 가진 가장 활동적인 조직이다. 사실, 필리핀의 여러 언론사들이 기자들에게는 회사 노조의 가입을 금지하고 설비·기술직 직원들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NUJP 위원장 노노이 에스피나는 TV5의 뉴스포털 [인테르악시온](InterAksyon)의 수석편집인으로 일하다가 회사의 비용절감을 이유로(그것을 믿는 언론인들은 없지만) 약 20명의 동료들과 함께 2018년 3월 말에 해고당했다. 그는 NUJP의 태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유감스럽게도, 민주주의 회복이 기대되었던 1986년 이후부터 언론인들이 살해당하기 시작했다.…(중략)…NUJP가 조직되었을 때 원래의 의도는 노조 건설이었는데, 언론인들이 위협당하고 살해당하자 우리의 상황이 나빠졌고 새로운 일이 부과되었다. 특히 지방에서 언론인에 대한 위협이 악화되었다. 언론인들의 피살은 NUJP가 전국을 가로질러 확장되기 시작한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언론인 살해는 지방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NUJP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건을 조사하고 지방 언론인들을 조직하게 되었다.”

▲ 마닐라의 드 라살(De La Salle) 대학교 학생미디어국이 주최한 미디어 주간에 초청된 노노이 에스피나 NUJP 위원장이 강연을 마친 뒤 감사장을 받고 있다(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박성현 역사학 박사·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
▲ 마닐라의 드 라살(De La Salle) 대학교 학생미디어국이 주최한 미디어 주간에 초청된 노노이 에스피나 NUJP 위원장이 강연을 마친 뒤 감사장을 받고 있다(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박성현 역사학 박사·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
▲ 마닐라 드 라살 대학 미디어 주간 게시판을 장식하는 학생들. 사진=박성현 역사학 박사·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
▲ 마닐라 드 라살 대학 미디어 주간 게시판을 장식하는 학생들. 사진=박성현 역사학 박사·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
필리핀의 언론인들이 처한 상황은 NUJP뿐만 아니라 여러 단체들이 언론인의 안전에 관한 워크숍이나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만들고 있는데, 미디어자유·책임센터(CMFR)의 멜린다 킨토스 데 헤수스 소장은 기자가 취재를 나갈 때 주의해야 할 안전수칙을 다음과 같이 상기시킨다. “뉴스룸은 그들의 기자가 위험하고 예민한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면 그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당신은 편집장에게 가는 곳을 알려야 하고 편집장은 당신이 어디 있는지를 항상 추적해 알고 있어야 한다.…(중략)…당신은 자신이 처한 안전상의 한계를 앎으로써 자신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배워야 한다. 당신이 위험한 취재를 한다면 이동 경로가 항상 같지 않도록 길을 바꾸는 법을 알아야 하고 회사나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쉽게 공격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 다바오시에 위치한 인터넷신문 [다바오 투데이] 사무실에서 회의 중인 기자들. 이틀 동안 필자의 지방 취재를 도운 카트 코르테스 기자(맨 오른쪽)도 현장 취재 도중 괴롭힘을 당했고 온라인에서 지속적인 협박을 받았다. 사진=박성현 역사학 박사·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
▲ 다바오시에 위치한 인터넷신문 [다바오 투데이] 사무실에서 회의 중인 기자들. 이틀 동안 필자의 지방 취재를 도운 카트 코르테스 기자(맨 오른쪽)도 현장 취재 도중 괴롭힘을 당했고 온라인에서 지속적인 협박을 받았다. 사진=박성현 역사학 박사·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
수도권인 메트로마닐라와는 달리, 지방의 언론인들은 살해의 위협이 클 뿐만 아니라 급여와 노동조건 면에서도 훨씬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지방의 기자들은 모든 분야를 다 취재해야 하고,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 취재를 갈 때도 교통비·식비·통신비 등을 모두 직접 해결해야 한다. 지방의 기자들 중 정규직은 약 10%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비정규직 프리랜서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사 건당으로 급료를 받는데, 언론인들 사이에서 그들의 임금은 ‘기아 급여’(starvation pay)로 불리고 있다. 급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지방 언론인들은 종종 생계를 위해 정치인들로부터 돈을 받아 부패하게 되고 서로 다른 정치세력들의 입이 되어 대리전을 치르다가 살해되기도 하는데, 이는 지방 언론인 희생자들을 증가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마긴다나오 학살에 희생된 언론인 32명

NUJP의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유독 2009년에 희생자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몇 명을 제외한 대부분은 2009년 11월23일 민다나오섬 마긴다나오주 암파투안에서 발생한 마긴다나오 학살(또는 암파투안 학살)의 희생자들이다. 언론인 32명을 포함해 총 58명이 살해된 이 사건의 희생자들은 불루안 타운의 부시장 이스마엘 망구다다투의 2010년 주지사 선거 후보 등록을 위해 선거위원회 사무소로 가다가 100여 명의 무장괴한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학살의 배후조종자는 당시 마긴다나오 주지사로 재임 중이던 안달 암파투안 시니어의 아들 안달 암파투안 주니어로, 다투 운세이 타운의 시장이던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주지사가 되려 했고 망구다다투가 주지사에 도전한다는 사실 자체를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경찰과 행정력을 장악하고 지역의 ‘왕국’으로 불리던 암파투안 가문의 이 집단살인은 필리핀 가문정치의 극단적 패악을 보여주고 있다.

▲ 마긴다나오 학살에 희생된 제너럴 산토스 출신 언론인 묘지. 사진=박성현 역사학 박사·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
▲ 마긴다나오 학살에 희생된 제너럴 산토스 출신 언론인 묘지. 사진=박성현 역사학 박사·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
▲ 마긴다나오 학살 희생자인 여동생의 묘비를 쓰다듬는 브렌다-달마시오 아크마. 사진=박성현 역사학 박사·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
▲ 마긴다나오 학살 희생자인 여동생의 묘비를 쓰다듬는 브렌다-달마시오 아크마. 사진=박성현 역사학 박사·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
일간신문 [속사르젠 투데이]의 칼럼니스트였던 여동생 엘레아노르 달마시오를 잃고 동생이 남긴 세 딸을 길러온 브렌다-달마시오 아크마의 말에 따르면, 학살 당시 2개월 된 아기였던 동생의 막내딸이 엄마의 사건을 말해주지 않았는데도 이미 이해하고 있으며 자기가 크면 그들을 처벌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인터뷰 당시(2018년), 학살이 일어난 지 9년이 지났지만 가해자들의 유죄판결을 보지 못한 유가족들의 눈빛에는 지난 세월의 고통과 간절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금지된 뉴스 ‘마약과의 전쟁’, 그리고 온라인상의 전투

이른바 ‘토캉’(Tokhang)이라 불리는 ‘마약과의 전쟁’ 혹은 ‘마약소탕작전’은 아마도 필리핀 언론인들이 가장 크게 목숨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취재거리일 것이다.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시로 진행된 ‘마약과의 전쟁’은 빈민 학살의 무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언론인 탄압의 유용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두테르테 시기의 ‘미디어 킬링’은 ‘마약과의 전쟁’과 연계되어, 언론인이 살해되면 그가 정치인의 부패를 폭로하고 비판했기 때문이라기보다 마약에 연루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또한, 언론인들이 마약전쟁에 대해 보도하면 그들은 단지 그것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추종자들로부터 공격과 위협, ‘트롤’(troll)을 당하게 된다.

ABS-CBN 뉴스데스크 편집인이자 전 NUJP 위원장인 인다이 에스피나-바로나는 자신의 취재 경험으로부터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두테르테 하에서 2년간 약 2만2000명이 죽었다.…(중략)…경찰이 한 늙은 여자를 감옥에서 데려온 모습이 목격되었는데, 그녀의 시체는 테이프로 감겼고 거기에는 “이 여자처럼 되지 마라”라고 쓰여 있었다. 경찰은 자경단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목격자들은 경찰이 저지른 일이라고 말했다.…(중략)…경찰은 증거도 없이 숙덕거려서 만든 명단을 가지고 와 당신의 집 문을 두드리면서 ‘우리가 당신을 친절하게 초대하니 항복 명령에 따라주기를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어떻게 하겠는가? 그들은 항복한다.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항복했다. 그들은 경찰과 관리들이 있는 바랑가이(행정구역) 센터로 가서 종이 한 장을 받는다. 이 종이에는 당신이 마약밀매자인지 마약중독자인지를 표시하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 마약전쟁이 벌어지는 메트로마닐라 외곽 지역. 사진=박성현 역사학 박사·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
▲ 마약전쟁이 벌어지는 메트로마닐라 외곽 지역. 사진=박성현 역사학 박사·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
소셜미디어에서 트롤을 당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약전쟁에 관해 보도하거나 두테르테와 마르코스주의에 반대하는 언론인들이다. 두테르테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자경단 ‘다바오 죽음의 분대’(Davao Death Squad, DDS)는 1998년 이래 다바오의 소형범죄자, 마약 연루자, 거리의 부랑아들을 마음대로 살해해온 그룹이다. 이들은 필리핀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에서 두테르테 비판자들을 공격하고 협박하는 대표적 그룹이기도 하다.

TV5와 원뉴스(One News) 채널의 앵커인 에드 링가오는 온라인 전투의 선봉에 서 있는 대표적 언론인이다. 그는 분쟁지역을 누비고 다닌 신문기자 출신의 베테랑 언론인이기도 하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현 행정부와 마르코스 가족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인으로 인식되어 있다. 마르코스와 두테르테는 온라인에서 매우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들의 지지자들은 내가 비판적인 글을 쓸 때마다 폭우처럼 쏟아져 들어와 온라인에서 맹공격을 한다. 페이스북에 글 하나를 올리면 3000개의 화난 댓글들이 올라오는데, ‘네 머리를 날려버리겠다, 내가 너에게 가고 있으니 방탄조끼를 사는 게 좋을 거야’, 이런 협박들이다.”

트롤 아미는 심지어, 그의 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네 딸이 죽은 이유는 네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네 딸이 지옥에 가기를 바란다”, “너와 네 딸은 지옥에서 서로 만날 것이다”라는 댓글들을 그에게 보냈다. 그러나 협박과 공격에 대응하는 에드 링가오의 방식은 적극적인 투쟁이다. “유해한 댓글일수록 대답을 해서 그들을 입 다물게 해야 한다. 나는 그 댓글들과 싸우고 그의 친구, 이웃들, 세상 사람들이 보게 해서 그런 글들을 막을 것이다.…(중략)…언론인으로서든 소셜미디어에서 책임 있는 사람으로서든 입장을 세워야 한다. 비판적이어야 할 우리의 일을 멈추고 침묵을 지킨다면 우리는 신뢰받지 못할 것이다.”

두테르테의 언론탄압 방식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언론사에 대한 직접적 압박으로, 비판적인 온라인 언론매체 [래플러]에 대한 폐쇄 시도와 ABS-CBN 방송국의 사업권 박탈 위협, 주요 일간지인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어러]의 소유권 이전 강요 등이 그 예이다. 두 번째는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포이고, 세 번째 방식은 앞서 말한 것처럼 두테르테와 마르코스의 온라인 군대 ‘트롤 아미’의 활용이다. 그러나 마르코스 정권의 오랜 독재를 겪은 필리핀 언론인들은 언론의 자유를 위한 저항과 투쟁의 역사 유산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그들의 자산이고 현 두테르테 정권하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소리 높여 무엇이든 말하고 비판할 수 있는 용기의 바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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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3-05 12:36:36
일단, 총기/사형/태형이 허용된 나라는 언론 탄압하거나 주무르기 쉽다. 공포는 사람에 대한 가장 큰 무기니까. 그리고 쉽게 큰돈을 버는 사업이 존재하는 한(마약, 매춘, 총기거래) 이익집단 간의 살해는 끝이 없을 것이다. 결국, 국민교육이 강화되고 대부분 사람이 자신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자각하는 순간에서야 죽음의 폭력은 줄어들지 않을까. 아이들의 교육, 고등학교까지의 무상교육이 살인자들도 살인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가장 최선이 아닐까. 보통 살인을 하는 사람은 살인이 가져오는 공포를 모르고 일단 저지르고 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