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오전에 만나 진일보한 결과를 기대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긍정적 결과를 기대했던 국내·외 취재진과 언론은 당혹스럽다는 태도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2차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에서 합의문 서명 없이 각자 숙소로 향했다. 두 정상은 오후 2시 오찬과 오후 4시 예정한 합의문 서명식을 모두 취소했다.

▲ YTN 보도화면 갈무리.
▲ YTN 보도화면 갈무리.

곧이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오후 4시 합의문 서명식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진행된다”이라고 밝히면서 정상들 전용차가 나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현지 취재진과 언론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현지에 있는 정아영 KBS 기자는 “기대감을 보이면서 회담장을 들어갔던 두 정상이 회담을 중단하자 기자들도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여기저기 전화로 확인하기도 했다. 모든 취재진들이 하노이 국제미디어센터(IMC) 스크린에서 각국에 기사를 타전했다. 전례 없는 일이라며 당황한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박현우 연합뉴스TV 기자는 현지에서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이곳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미 간 정상회담 일정이 당초와 다르게 흘러가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이곳 IMC도 술렁이는 모습이다. 긴장감 속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취재진들이 합의문 서명식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진= 위쪽부터 연합뉴스TV, MBC 보도화면 갈무리.
▲ 취재진들이 합의문 서명식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진= 위쪽부터 연합뉴스TV, MBC 보도화면 갈무리.

홍신영 MBC 기자도 “취재진도 다소 여유롭게 이곳 숙소에서 방송을 통해 회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오찬이 취소됐다, 서명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이곳에도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서효정 JTBC 기자 역시 “전세계에서 몰린 기자들이 빈틈없이 자리를 채우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대체 왜 회담이 중단된 것이냐고 집중 질문을 했습니다. 몇몇 기자들은 이 술렁이는 분위기를 촬영하면서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고 말했다. MBN 취재진도 “취재진 탄식이 쏟아지는 소리도 들었다. 기자들도 난항 정도는 예상했지만, 합의문 결렬에는 당황스러워했다”고 말했다.

방송사들은 예상치 못한 소식에 메인뉴스 큐시트를 조정하고 나섰다. JTBC 기자 A씨는 “다들 똑같은 상황이지 않겠나. 큐시트 바꾼다고 정신없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채널A 기자 B씨도 “긍정적 결과를 예상했으나 예상치 못한 결과에 메인뉴스 큐시트를 다 갈아엎고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신문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9일자 아침신문 발행을 위해 지면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서울신문 기자 C씨는 “오후 4시20분에 ‘긴급 지면 계획’이 올라왔다. 오후 2~3시에 써놓은 기사들이 죄다 보류됐다. 트럼프가 오후 4시에 기자회견을 했으니 오후 5시까지 기사를 새로 쓸 수 있다. 1시간 안에 고칠 부분은 다 고치고 필요한 멘트도 급하게 땄다. 판갈이 되는 신문에 새 멘트를 넣으려고 급하게 수정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회담을 보는 언론매체들의 시선도 다양했다. 합의 지연인지, 결렬인지 언론사마다 다르게 표현했는데, 그만큼 언론도 회담결과를 예상치 못했다.

다음은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보도전문채널 2곳의 제목이다. TV조선·MBN·채널A·연합뉴스TV는 ‘결렬’, JTBC·KBS는 ‘불발’, MBC는 ‘실패’, SBS는 ‘중단’, YTN은 ‘종료’라고 썼다.

TV조선 : 하노이 핵담판 결렬
MBN : 북미 핵담판 결렬
채널A : 북미 하노이 선언 결렬
연합뉴스TV : 북미 핵담판 결렬
JTBC : 2차 회담 합의 불발
MBC : 북미회담 합의 실패
KBS : 북미 하노이 선언 불발
SBS : 돌연 중단 선언
YTN : 서명식 없이 회담 종료

합의 종료 원인과 분석이 불분명해 근거 없는 미확인 추측성 발언도 나왔다. 김정우 TV조선 정치부 기자는 자사 프로그램에서 출연해 협상 결렬 책임으로 북한에서 숙청이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회담 합의를 예상했던 석간신문들은 28일자 신문에 불가피하게 오보를 냈다. 내일신문은 이날 1면 머리기사 제목을 ‘한반도 새 이정표 북·미 하노이 공동선언 오후에 서명’이라고 달았지만, 양 정상의 ‘오후 서명’은 없었다. 문화일보도 이날 1면 머리기사 작은 제목에 ‘단독·확대회담 이어 하노이 선언 서명’이라고 달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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