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재떨이 시중’에 집착하는 언론
김여정 ‘재떨이 시중’에 집착하는 언론
[비평] ‘김정은 대소변 회수’, ‘현송월 셀카’가 국민이 알아야 할 뉴스일까

“오빠 재떨이도 챙기는 백두동생 김여정”(연합뉴스TV), “김정은 생체정보 밀봉…김여정 이유있는 ‘재떨이 수발’”(JTBC), “오빠 재떨이까지 챙기는 김여정 밀착 의전…현송월도 동행”(KBS), “하이힐 신고 달리고 재떨이 수발들고...김여정, 이번에도 ‘밀착 수행’”(YTN)

이쯤 되면 지나치다. 이번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일정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과 수행원들이 누구인지는 대중의 관심사이긴 하나 주요 일간지 지면과 모든 방송에서 ‘김 위원장이 담배를 피워 물자 여동생인 김여정이 재떨이를 받쳤다’는 뉴스를 봐야 할 만큼 김여정의 ‘재떨이 시중’은 보도 가치가 있을까.

이를 처음 보도한 곳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일본 민영방송사 TBS다. TBS는 이날 오전 3시30분쯤 중국 남부 난닝역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전용열차에서 내려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포착했다. 특히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재떨이를 챙겨주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 지난 26일 연합뉴스TV 리포트 갈무리.
▲ 지난 26일 연합뉴스TV 리포트 갈무리.
김여정 부부장이 재떨이를 수발한 이유를 “대북정보 관계자들의 귀띔”이라며 ‘단독’을 붙여 보도한 중앙일보는 “담배꽁초에 묻어있을 타액을 통해 서방 정보기관 등이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나 DNA관련 정보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김정은 관련 신상정보를 철저히 차단하려는 북한 당국의 뜻이 숨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최고 실세인 김여정이 담배꽁초까지 챙기는 ‘허드렛일’까지 하는 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반응에 ‘정보 노출 차단 조치’라는 설명인데, “대소변의 경우도 완전 밀봉해 화학처리 등 특수한 과정을 거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북한으로 회수해 간다”는 걸 일반 국민이 꼭 알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중앙일보의 친절한 대북정보 제공에도 조선일보는 28일자 ‘만물상’ 칼럼에서 “많은 사람은 거기서 북한의 ‘왕’을 보았다”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열차에서 내려서 담배를 피운 것에 “상당히 인간적”이라고 말할 것도 문제 삼았다.

28일자 조선일보 칼럼.
28일자 조선일보 칼럼.
임민혁 논설위원은 이번 정 전 장관의 발언과 지난 판문점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은 것은 “예우 차원일 것”이라던 청와대 설명을 언급하며 “그렇다면 과거 김정은이 임신부와 유치원생 앞에서 태연하게 담배 연기를 뿜어댄 것은 어떻게 포장할까. ‘미리 면역력을 주려는 지도자의 배려’라고 할까”라고 비꼬았다.

언론의 지나친 관심은 김여정 부부장에만 있지 않다. “이번에도...김정은 수행단의 女性 실세들”(조선일보), “김정은 곁 4명의 여성…‘여성의 활약 보여주며 北 선전 강화’(국민일보), “[속보] 현송월 등 북한 수행원 할롱베이 관광 중”(한국일보) 등 이번 하노이 회담에 동행한 북한 여성 수행원들 모두 언론의 밀착 관심 대상이 됐다.

KBS는 “현송월, 북한 예술단원(추정)과 할롱베이에서 ‘셀카’ 포착”이란 제목의 인터넷 기사에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북한 대표단의 지극히 사적인 모습이 베트남 언론에 노출됐다”며 “크루즈에 타고 있는 현 단장은 다른 북측 두 명의 미녀와 함께 셀카를 찍으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베트남 언론에 그대로 노출됐다”고 전했다.

28일자 서울신문 6면.
28일자 서울신문 6면.
언론의 관심은 급기야 김정은 위원장의 영어 통역관에게까지 쏠렸다. 서울신문은 “김정은 영어통역관에 ‘뉴페이스’ 신혜영 투입” 기사에서 “베트남 하노이에서 공식 데뷔전에 나선 신 통역관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회담에 이어 하노이 2차 회담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통역을 맡은 이연향 미 국무부 소속 통역국장과 ‘여성 통역관’ 대결을 펼치게 됐다”고 소개했다.

한겨레도 “북한 ‘1호 통역관’ 바뀌었다…뉴페이스 ‘MS. 신혜영’”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했을 때도 김주성 통역관 대신 여성 통역관이 등장했다”며 “당시 신 통역관이 통역을 맡았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같은 인물일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왜 1호 통역관이 바뀌었는지 이 기사만 봐선 알 수 없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역사적인 남북 교류와 각국 정상들의 세기의 만남을 취재하러 가서 ‘가십’과 ‘의전’에 집착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는 이미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는데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 국민은 이번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실질적인 냉전 시대의 종식으로 이어질 낭보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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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2-28 17:04:34
기자들이, 좀 지나치긴 했다. 아무튼, 다음에 더 좋은 회담이 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