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의견 수렴 결과 안건 상정을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방통위(위원장 이효성)는 원래 지난 20일 전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의결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지상파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한국신문협회 등의 반발이 거세고, 정부와 청와대에서 우려 입장을 밝히면서 안건 상정이 무기한 미뤄진 상황이다. 방통위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방통위원들이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면 국무회의 최종 의결 절차를 거친다.

앞서 지난해 12월12일 방통위는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허용과 중간광고 고지 자막 크기 규정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마련했다”며 “지난 11월9일 미디어 환경 변화를 고려해 방송광고제도 전반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으며, 시행령 개정안은 위원회 내부 논의 등을 거쳐 확정된 단기 과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통위 입법예고 후 관련 부처 간 의견교환 과정에서 한국신문협회 등을 관할 단체로 두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에 대한 일부 우려 의견을 방통위 쪽에 전달했다.

이후 ‘문체부가 방통위의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강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문체부 측은 문체부가 중간광고 도입을 반대하거나 제동을 걸었다는 건 무리한 해석이고 각 부처나 단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은 주관부처인 방통위에서 내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방통위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방통위
문체부 관계자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가 관할하는 신문협회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신문협회의 주장이 꼭 맞다는 게 아니라 이런 우려 입장을 우리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 방통위에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며 “보통 정부부처에서 입법예고하면 실무적으로 관련 부처들의 의견에 대해 답신을 주는 절차가 있다. 그런 의견 교환 과정이 있었지 우리가 적극 나서 제동을 건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체부에 이어 청와대도 방통위에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관련 자구 방안이 미흡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통위 내부에서도 지상파 중간광고 전면 도입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종합편성채널을 겸영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일보, 매일경제를 비롯한 다른 신문을 적으로 만들어서 득 될 것이 없다는 정무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상파보다 신문협회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정부가 서둘러 지상파에만 중간광고라는 선물 보따리를 안겨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청와대에서도 지상파의 경영 효율화 등 자구 노력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사실상 반려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신문협회 등의 압박이 통한 거로 볼 수 있다”며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중간광고 도입 시 약속한 경영 자구 계획을 수용해 개정안을 추진한 것이고 방통위 의결을 앞두고 있지만 당분간 안건 상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협회 측은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이 조금 늦춰진다고 해도 철회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하진 않고 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이제는 누구도 중간광고를 허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나 어떤 측면으로 보나 반대 명분이 없다고 본다”고 방통위 결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지상파의 핵심 인력 유출이 많고 대기업 유료방송사업자의 회당 제작비나 전체 매출 대비 신규 프로그램 제작 비율 등 지상파와 콘텐츠 경쟁력의 조건 자체가 비교가 안 되는 정책적인 선택을 해놓고 지상파에 더 자구 노력을 요구하는 건 과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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