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각종 비리 의혹들이 쏟아진다. 돈봉투를 뿌리다 적발되기도 하고 유흥주점에서 하루에 300만원 가까운 접대비를 쓰거나 부실한 회계처리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경북경찰청은 조합원에게 1인당 최대 100만원의 금품을 뿌린 경북 상주 축협조합장 출마 예정자를 구속했다. 광주지검은 5만원권 지폐 10장을 고무줄로 돌돌 말아 악수하면서 조합원 손에 준 광주 광산 축협조합장 후보를 구속했다.

▲ 5만원권 지폐 10장을 말아 악수하면서 돈을 건네 조합장 후보가 구속되기도 했다. (연출된 사진입니다)
▲ 5만원권 지폐 10장을 말아 악수하면서 돈을 건네 조합장 후보가 구속되기도 했다. (연출된 사진입니다)

이번 조합장 선거는 농협 1113개, 수협 90개, 산림조합 140개 등 전국에서 1343개 조합장을 뽑는다. 오는 26~27일 후보등록을 거쳐 14일간 선거운동을 한 뒤 다음달 13일 조합원 투표로 조합장을 뽑는다.

조합장은 1억원 안팎의 연봉에 그 보다 많은 판공비를 쓰고 기사와 차량을 받고 단위농협 직원 100여명의 인사권도 가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선거를 앞두고 전현직 조합장들의 회계비리 폭로도 잇따르고 있다. 서인천농협 조합장은 2015년 인천 검암동 개발제한구역 내 땅을 영농자재센터 설립용으로 사면서 시세보다 비싸게 사면서 한 부동산 중개인에게 정상보다 3억8000만원이나 더 줬다. 인천지검은 지난해 말 조합장을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인천 강화옹진축협에선 조합장이 2017년부터 외상으로 몇몇 축산물업체와 거래하면서 한 해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 논란이다. 협동조합노조는 “이 축산물유통센터 사업에서만 15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합장은 “외상채권은 회수가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조는 “C업체는 이미 파산해 채권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인천지검은 노조의 고발에 조합장을 수사중이다. 농협중앙회도 조합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을 권고했지만 해당 조합은 조합장 징계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당시 관련 사업을 담당했던 강화옹진축협 직원이 축산물유통센터 사업으로 거래하던 D업체 강원지사장과 함께 강원도 원주의 유흥주점(룸싸롱)에서 하룻밤에 295만원을 사용하는 등 여러 차례 100만원을 이상을 술값과 봉사료 등으로 지출한 카드영수증도 발견됐다. 조합장과 당사자는 “거래하던 D업체 직원이 자신이 마신 술값을 강화옹진축협 직원 이름을 팔아 접대비로 회계처리하다가 들켜 최근 D업체가 이 직원을 해고한 것으로 안다”며 “축협 직원이 접대받는 자리에 나간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D업체 지출결의서 결재란엔 해고됐다는 직원 외에도 D업체 강원지사장과 전무도 결재사인을 한 것으로 드러나 접대 의혹이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 2017년 7월과 12월에 지출한 강화옹진축협 거래업체 D사 직원이 접대비로 처리한 영수증. 오른쪽 2개는
▲ 2017년 7월과 12월에 지출한 강화옹진축협 거래업체 D사 직원이 접대비로 처리한 영수증. 오른쪽 2개는

서울 서초구 영동농협은 2013년 농협 청계지점을 짓기 위해 SH공사로부터 공급예정가 64억여원의 서울 서초구 신원동 1130제곱미터의 땅을 148억원에 낙찰 받았다. 입찰보증금 5%인 7억여원을 지출했지만 영동농협은 이 땅을 포기했다. 영동농협은 이 땅을 포함해 이웃한 다른 땅을 샀다. 이때 들어간 비용에 앞서 포기한 보증금 7억여원을 함께 비용 처리해 배임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 여기에 지은 5층짜리 영동농협 청계지점 4~5층을 영주한우축협에 식당으로 임대하면서 인테리어 비용 15억여원을 건물주인 영동농협이 부담해 역시 배임이란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영동농협 조합장은 “포기한 입찰보증금만 보면 손실로 볼 수 있지만, 1건은 높은 가격으로 입찰하고 다른 건은 낮은 가격으로 입찰해 높은 가격의 입찰보증금 7억여원을 포기해 전체적으론 영동농협에 회계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조합장은 건물주가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한 것에는 “도농 상생 차원에서 시골 축협을 도와주기 위해서 지원했다”고 했다.

▲ 서울 서초구 영동농협 조합장과 직원들의 업무 카톡방
▲ 서울 서초구 영동농협 조합장과 직원들의 업무 카톡방

영동농협은 조합장을 포함한 직원들 업무 카톡방에서 상대 후보가 지난해 연말주요 거리마다 인사 말을 넣은 플래카드를 걸자 이를 조합장에게 알렸고, 조합장은 구청에 신고해 철거토록 지시하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 직원 A씨는 지난해 12월29일 카톡방에서 “역삼동 사거리에 (상대 후보) 플랭카드가 걸려있네요”라고 말하면, 조합장은 “신고해주세요. 논현역에는 00씨가 신고 철거완료”라고 말했다. 

이에 상대 후보는 “조합 임직원의 선거운동이 엄격히 금지돼 있는데 조합장과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한 게 명백해 선관위에 조합장 등을 고발했다”고 말했다. 현 조합장은 2001년부터 현재까지 20년 가까이 조합장으로 재직해 이번에 당선되면 5선이 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명절 때 인사말을 넣은 플래카드를 거는 것이 선거법상 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광고법상 불법 광고물이라 신고가 들어오면 지자체가 철거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에 영동농협 조합장은 “불법으로 생각하고 구청에 신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축협에선 동물성유지 임가공사업과 관련해 기존 업체와 계약만료를 앞두고 경쟁입찰로 임가공업체를 뽑자는 담당부서의 의견을 무시하고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해 경쟁입찰시보다 비용을 더 지출했다. 이에 노조는 조합장을 업무상 배임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해당업체와는 7년째 수의계약을 체결중이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조합장에게 돈을 전달됐다는 정황을 담은 녹취록을 공개하자, 조합장은 지난 19일 명예훼손 등으로 노조 지부장 등을 고소했다.

담양농협은 조합원 3000여명에게 영농자재 상품권 10만원씩 모두 3억5000만원어치를 지급해 선거 앞둔 퍼주기란 지적을 받았다. 이에 선관위는 이사회 결의로 상품권을 지급했으면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반면 포항 농협에선 2015년 상품권 지급을 기부행위로 처벌하기도 했다.

조합장 선거와 관련에 현재까지 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된 위법행위는 200여건에 달해 검찰과 경찰쪽까지 합치면 더 많은 의혹제기가 나오고 있다. 중앙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협동조합이란 게 원래 경제공동체라는 좋은 취지에서 생겨 났는데 같은 지역에서 혈연, 지연, 학연이 엉키면서 혼탁선거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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