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공인노무사들의 자발적 노동인권활동 모임인 ‘노동자들의 벗’(노벗) 가입자 규모가 올해 역대 최다를 기록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총 300명의 수습노무사들 가운데 135명이 노벗에 가입했다. 모임이 생긴 지 17년 만에 가장 많다. 촛불집회 국면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지난해 가입자 수(111명)보다도 많다. 가입자 비율도 45%로 역대 최대다. 노무사가 노동자를 위해 일한다지만 회사를 위해 일하는 노무사가 더 많은 현실에서 수습노무사가 돈도 안되고 고생만 하는 노벗에 대거 몰린 건 사회 현상을 반영한다. 

노벗은 한마디로 수습노무사들의 ‘공익 동아리’다. 가입 노무사들은 노동인권교육과 노동조합 지원 프로그램, 노동자 권리를 위한 기획사업과 연구를 직접 기획해 참여한다. 각종 노동 현장도 찾는다. 민주노총과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가 함께 공동으로 ‘노동자들의 벗’을 꾸려 18년째 이어왔다.

노벗 운영진들도 올해 가입자가 치솟은 것을 신기하게 본다. 편의를 생각하면 수습노무사가 노벗에 가입할 이유가 딱히 없다. 노벗 참가자는 수습 교육과정 내내 평일과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야 하고, 여러 노동현장도 찾아야 한다. 자발적 기획이라 10만원의 가입비도 낸다. 그런데도 수습노무사가 노벗을 택하는 이유는 뭘까.

▲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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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벗 회장인 박성우 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는 “노동문제에 거부감이 없어진 시대적 상황”을 들었다. 박 노무사는 “이유는 복합적인데, 기본적으로 바뀐 정부에서 노동인식이 변화했고 노동문제에 관심이 늘었다”고 했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사망 사건과 노동현장 성폭력 폭로 등 노동 이슈도 영향을 미쳤다. 한 노노모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비정규직과 산업안전보건 분야와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노동부가 한국노무사회에 위탁해 제공하는 공식 연수가 지난해보다 다소 부실해졌다. 박성우 노무사는 “연구 기간이 4주였는데 올해는 3주로 줄었고, 교육 내용도 보강되지 않았다”고 했다.

노벗 운영진인 여수진 수습노무사는 “근본적으로는 노동 현실을 알고 싶어서”라고 했다. 여 노무사는 “노동법 전문가라면 노동 현실에 관심 없을 수 없는데, 노무법인에 취업하면 노동자를 직접 만나 현실을 돌아볼 시간은 적다. 그래서 더 참여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노동자들의 벗’은 16일 오후 서울 은평구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입교식을 열었다. 노벗은 이날부터 오는 6월까지 약 다섯달 동안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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