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 비리와 박수환, 언론의 민낯
수서 비리와 박수환, 언론의 민낯
[미디어오늘 1187호 사설]

수서 택지개발 비리가 벌어진 서울 강남구 수서동은 이성계의 일곱째 아들 무안대군 부부와 광평대군 자손들 묘가 있어 궁마을 또는 궁촌으로 불렸다. 원래는 경기 광주군 대왕면이었다. 서울 편입 때 한강 서쪽에 있다고 수서동이라 불렀다. 옆 마을은 동네에 있던 ‘일원’서원의 이름을 따서 일원동이 됐다. 수서지구 개발 때 수서동과 일원동이 한꺼번에 금싸라기 땅이 됐다. 원래 개펄이던 개포동이나 뽕밭이던 잠실도 반세기 전엔 버려진 황무지였다.

부동산 투기와 부패정치의 결정판인 수서비리는 1991년 2월3일자 세계일보 이용식 기자의 특종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 수서 택지개발 비리를 첫 보도한 1991년 2월3일자 세계일보 1면.
▲ 수서 택지개발 비리를 첫 보도한 1991년 2월3일자 세계일보 1면.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을 샅샅이 뒤지지 않고 몇몇 단역들만 잡아넣었다. 한보쪽 비자금이 300~400억원에 달한다는 보도에도 검찰은 12억원밖에 안된다고 축소했다. 청와대 장아무개 비서관 혼자서 그렇게 덩치 큰 일을 해낼 수 없으리라는 심정만 깊었지 검찰이 안 움직이는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일벌백계를 피해간 정태수 회장은 믿는 것이 있었다. 기자들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정태수 회장이 서울시청 기자들을 상대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촌지를 돌린다는 사실은 90년대 초 파다했다. 90년대 서울시청을 출입하다가 정 회장의 돈봉투를 받았다가 되돌려 준 기자에 따르면 액수가 상상을 초월해 놀랐다고 한다. 1990년 결혼한 한 언론사 기자는 정 회장에게 축의금으로 1000만원을 받았다.

사실 정태수 회장은 언론계에 뚜렷한 인맥이 없었다. 4·19세대로 고려대 법대를 나온 이아무개씨를 사장으로 앉힌 뒤부터 대언론 로비에 적극 뛰어들었다. 이 사장은 언론사 사장과 국장급 이상 간부진으로 구성된 ‘4월회’를 로비 창구로 이용했다.

동아일보는 1997년 4월5일 한보 리스트를 보도했다. 여기엔 중견 언론인 40명이 등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역시 덮고 말았다. 90년대 초부터 집권한 신한국당 내 일부 민주계 의원들은 기자들에게 공공연히 “한보 사건에서 기자들은 과연 깨끗하냐”고 힐난했다.

1991년 수서비리가 터지자 언론은 요란하게 자정선언을 했지만 나아진 것은 없었다. 기자들이 의원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지경에 이르자 내부 개혁을 위한 극약처방이 필요했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1995년 미디어오늘도 태어났다.

자정을 위해 노력하는 사이 90년대 중반 대부분의 출입처에서 촌지 문화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보는 더 통 크게 놀았다. 1996년 한 해에만 3개 지상파 방송사 150여편의 프로그램 협찬 명목으로 50억원을 지원하고 언론재단 설립까지 추진했다. 당진제철소 완공을 앞두고는 출입기자와 논설위원까지 모셨다. 1996년 9월 인도네시아 한보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났지만 대부분의 언론이 외면했고 당시 유력 공영방송은 취재기자가 출고한 기사도 누락시켰다.

한보 비자금 이면엔 언론의 민낯이 드러나는데도, 우리 언론은 더 이상 캐려 들지 않았다. IMF로 한보가 무너진 뒤 돈 먹은 기자들은 조용히 가슴을 쓸어 내렸을 뿐이다. 그 때만 해도 기자들이 담합해 보도 안 하면 천지개벽할 사건도 묻혔다. 더구나 자신들 치부였으니 오죽했겠나.

▲ 강경희 조선비즈 디지털편집국장(왼쪽), 송의달 조선일보 편집국 선임기자, 박은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오른쪽). 뉴스타파는 이들이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와 그의 고객사로부터 선물 또는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갈무리
▲ 강경희 조선비즈 디지털편집국장(왼쪽), 송의달 조선일보 편집국 선임기자, 박은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오른쪽). 뉴스타파는 이들이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와 그의 고객사로부터 선물 또는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갈무리

날마다 다이내믹한 한국에서 1등 신문의 민낯을 잠시 드러냈던 ‘박수환 문자’도 금세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은 20년전이 아니다. 온라인으로 무장한 시민군이 곳곳에 저격병처럼 도사리는 21세기에 아직도 머리 처박고 엉덩이만 빼면 없었던 일이 될 걸로 믿는다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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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2-17 16:06:17
조선일보 강경희, 조선일보 송의달, 조선일보 박은주. 참 부끄럽다.

수서동은.. 2019-02-17 10:45:15
수서동이라는 동네 이름은 한강의 서쪽에 있다 해서 붙여진게 아니라, 한강의 지류인 탄천의 서쪽에 있어서 붙여진 겁니다...한강에서 보면 수서동은 완전 남쪽이죠!

음.. 2019-02-17 10:42:20
역시 쓰레기의 아이콘 10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