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폭행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사건 당일 손님이던 김상교(29)씨가 클럽 이사 장아무개씨와 보안 요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면서 사건이 불거졌고 이와 관련해 경찰과의 유착·성범죄·마약 거래 등 각종 의혹이 연달아 제기됐다.

버닝썬 내부 CCTV 영상에는 보안 요원이 한 여성을 거칠게 끌고 나가는 장면이 담겨 한동안 ‘물뽕’ 성범죄 피해자가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이후 약물 성범죄와 관련된 제보와 보도들이 잇따랐지만 버닝썬 측은 지난 3일 “물뽕 및 성추행 성폭행 의혹은 전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며 “경찰 조사 후 의혹이 사실이라고 판명될 시에는 버닝썬을 폐쇄하겠다”는 공고문을 내놓았다.

지난 8일 버닝썬 VIP룸 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변기 위에 앉아있는 여성에게 유사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담긴 40초짜리 동영상이 SNS와 온라인 성인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퍼지자 버닝썬 측은 부랴부랴 VIP룸 폐쇄를 결정했지만 마약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MBC 등 언론보도를 통해 ‘버닝썬’에서 마약 복용을 권유받았던 사례나 관련 목격자 증언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클럽 폐쇄여부와 상관없이 논란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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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내부에서 발생하는 약물·성범죄 등 논란은 ‘버닝썬’만의 이슈는 아니다. 1993년부터 2017년까지 통계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생한 범죄 57만4494건 중 유흥업소에서 일어난 범죄는 3만7732건으로, 노상(15만4083건), 아파트·연립·다세대(3만8513건)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범죄 유형 중 성폭력은 총 3만2824건에 달했는데 유흥접객업소에서 발생한 성폭력은 2588건으로 네 번째로 높았다. 또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범죄는 모두 6798건이었는데 유흥업소 마약 범죄는 173건으로 여섯 번째로 높았다.

버닝썬 폭행 사건과 함께 논란이 된 약물, GHB(일명 물뽕)는 상대방을 성범죄 대상으로 삼기 위해 정신을 잃게 만드는 약으로 ‘데이트 강간 마약’이라 불린다. 해당 약물을 탄 술을 마시면 10~15분 이내에 기분이 좋아지고, 취한 상태가 되면서 몸이 이완된다. 약물 복용 이후에는 당시 기억을 모두 잃어 감금·납치 등 심각한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

실제 클럽 내에서는 물뽕과 같은 약물을 먹인 뒤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매우 일상적인 일로 여겨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비슷한 경험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최근 홍대 인근 클럽에 다녀온 대학생 A(23세, 남)씨는 “옆 테이블에 있던 손님 5~6명이 술을 권해서 받아 마셨다. 그랬더니 점점 신체 일부 부위가 가려워 그곳을 황급히 빠져 나왔다. 다행히도 집에 무사히 귀가했지만, 몸이 가려운 탓에 쉽사리 잠들지 못했고 다음 날 몸 전체에 두드러기가 퍼져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B(22세, 여)씨는 “얼마 전 이태원 클럽에서 약이 든 술을 마시고서 거품 물고 쓰러졌다는 친구 소식을 전해 들었다. 물뽕 관련 성범죄가 가까운 곳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실감해 무서웠다”고 말했다. 대학생 C(24세, 남)씨는 “아는 형들을 따라 클럽에 간 적이 있다. 여성들이 있는 룸으로 데려갔고, 그들이 나에게 강제로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 이를 거부하자 주변 형들이 ‘쟤한테 뭐 좀 타줘’라고 말하며 웃어댔고 뭔가를 먹이려고 하자 너무 놀라서 그곳을 달아났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20대가 주로 찾는 클럽에선 약물 복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실제 피해를 본 사례는 상식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드러나지 않은 게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환각을 유도하는 약물은 인터넷 사이트나 메신저 등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여성을 대상으로 한 클럽 내 성추행은 반복되고 있다. 대학생 D(21세, 여)씨는 “홍대 클럽에서 춤을 추고 있었는데 어떤 남성이 다가와 몸을 밀착시킨 뒤 내 몸을 만지려했다. 급기야 입맞춤해달라는 요구까지 해 자리를 피했지만 화장실 앞까지 따라와서 같이 술 마시자고 강요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학생 E(24세, 여)씨 또한 “한 남성이 다가와 자신의 신체 부위를 허락 없이 들이밀어 돌아봤더니 다짜고짜 팔을 잡고 끌고 나가려 했다”고 말했다.

이런 피해가 자주 일어난다 하더라도 어둡고 밀폐된 공간의 특성상 가해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가해자들은 이런 정황을 두고 ‘클럽 문화’의 일종이라 여기며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버닝썬’ 폭행 사건을 계기로 클럽에서 발생하는 약물 복용이나 성추행·성폭행 등 실태의 심각성이 알려져 클럽 내 안전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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