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선이 끝내 언론인을 태우지 않고 출항했다. 정부가 승선을 요청한 김영미 시사IN 국제문제 전문편집위원(독립PD) 외 1명의 승선을 ‘불허’했고 이 방침을 유지해서다.

[관련기사 : 외교부, 스텔라데이지호 수색 ‘언론인 승선 불허’]

대한민국 역사상 심해수색이 처음인 만큼 김 편집위원은 이를 꼭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의지로 수색선이 출항하는 지난달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갔다. 지난 3일로 출항날짜가 알려졌지만 수색선 정비, 해상 상황 등으로 출항이 늦어지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편집위원은 약 2주간 케이프타운에서 승선을 요구했지만 끝내 탑승하지 못했다.

▲ 배우 정우성씨가 지난해 5월 실종 1년을 훌쩍 넘긴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들에게 위로와 지지의 메시지를 건넸다. 사진=영화인 클레어 함 페이스북
▲ 배우 정우성씨가 지난해 5월 실종 1년을 훌쩍 넘긴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들에게 위로와 지지의 메시지를 건넸다. 사진=영화인 클레어 함 페이스북

미국의 심해수색업체인 오션 인피니티의 심해수색선 ‘시베드 컨스트럭터호’(노르웨이 배)는 한국시각 8일 오후 10시20분, 케이프타운 현지시각 8일 오후 3시20분 사고현장으로 출항했다. 지난 7일 외교부와 해양수산부는 한국시각 8일 오전 7시에 수색선이 출항한다고 잘못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에 “현장 감독 책임이 있는 공무원이 현장에 가지 않아 벌어진 해프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외교부(장관 강경화)는 “언론인 승선 여부는 과거 사례·안전 문제·작업에 충실하고 싶다는 업체 입장 등을 고려해 곤란하다”는 입장을 몇 달 전부터 실종자 가족 측에 밝혔다. 실종자 가족들이 최근까지 항의했지만 외교부는 언론인 승선을 반대했다.

▲ 시사IN이 지난해 12월31일 외교부에 보낸 공문.
▲ 시사IN이 지난해 12월31일 외교부에 보낸 공문.

선령 25년짜리 노후 선박인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31일 남미 우루과이 인근 해역에서 침몰했다. 승무원 24명(한국 선원 8명, 필리핀 선원 16명)이 탄 이배는 철광석 약 26만톤을 싣고 브라질에서 중국으로 가던 중 침몰했다.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고, 22명이 실종됐다.

이번 심해수색에선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블랙박스 등을 수거해야 한다. 또한 확인되지 않았던 구명벌의 위치를 확인하고 스텔라데이지호 3차원 이미지를 작성하고 항해기록저장장치(VDR) 회수도 진행할 예정이다.

외교부와 실종자 가족들에 따르면 심해수색선은 약 1주일 후 사고현장에 도착해 열흘간 수색한 뒤 이달 말 우루과이 모테비데오로 철수한다. 이후 선원을 교체해 다시 사고현장으로 가 보름정도 2차 수색에 나설 예정이다. 노르웨이 법상 선원들을 28일 이상 해상에 둘 수 없어서다.

▲ 스텔라데이지호를 수색할 업체인 오션인피니티가 지난해 아르헨티나 잠수함을 수색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허영주씨는 "당시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렇게 홈페이지를 만들고 많은 사진과 함께 투명하게 보고서를 만들어 공유했다"며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도 한국 정부에 알권리 충족을 요구했지만 묵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아르헨티나 잠수함 수색 자료 홈페이지(한국어 번역버전)
▲ 스텔라데이지호를 수색할 업체인 오션인피니티가 지난해 아르헨티나 잠수함을 수색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허영주씨는 "당시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렇게 홈페이지를 만들고 많은 사진과 함께 투명하게 보고서를 만들어 공유했다"며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도 한국 정부에 알권리 충족을 요구했지만 묵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아르헨티나 잠수함 수색 자료 홈페이지(한국어 번역버전)

수색선엔 한국해양과학기술원(키오스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크리소) 전문가 각각 1명이 심해수색 용역 모니터링 및 기술 습득을 위해 타고 실종자 가족 중 1명이 탄다. 실종자 가족들은 언론인이나 공무원이 타지 않았으니 실질적으로 수색업체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색업체의 성과만 한국 정부를 통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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