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지 시사인의 한 보도가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알기 쉽게 표현된 그래픽, 다채로운 인터뷰, 적재적소의 통계, 직접 체험한 일상까지…

시사인은 신년기획으로 ‘작은 중국’ 대림동을 심층 깊게 그려낸 “大林(대림)_대림동에서 보낸 서른 번의 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시사인의 기사 형식은 텍스트를 기본으로 한 것이지만 영상과 사진, 그래픽을 통해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시사인 김동인 기자는 지난해 12월 2일부터 1월 2일까지 한 달 동안 대림2동 대림중앙시장 부근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김 기자는 “‘동네 주민’의 시선으로 이 지역의 삶을 들여다봤다”며 “통계와 법률로는 포착되지 않는 경계에 놓인 삶과 마주했다”고 밝혔다.

‘대림’은 주제별로 5장으로 조선족(중국동포)이 어떻게 대림동에 정착했는지,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삶을 꾸리고 있는지, 외부의 시선과 내부의 시선은 어떻게 다른지, 조선족 세대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을 해부했다.

▲ 시사인 신년기획 '大林' 웹페이지.
▲ 시사인 신년기획 '大林' 웹페이지.

시사인은 “많은 사람들이 재한 조선족과 대림동을 구분하지 않고 말한다. 마치 대림동이 곧 재한 조선족이고, 재한 조선족은 다 대림동에 모이는 것처럼. 하지만 공간과 사람, 역사와 문화는 다양하다. 삶은 다채롭다.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삶을 공간 안에서 보고 싶었다”며 “재한조선족은 왜 하필 대림동에 모이기 시작했을까? 동네는 얼마나 어떻게 변했고, 그곳에서 사는 삶은 또 어떨까? 대림동은 정말 위험할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등장하는 한편의 영상은 지난 한달 동안 만난 중국동포와 그들의 일상을 담았다.

대림동에서 왜 하필 대림2동에 사람이 모였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으로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의 대림역이 있고 구로디지털단지역이 인접해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서울시가 발표한 등록인구 통계를 통해서도 대림2동의 조선족 인구 급증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시사인은 지난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대림동 전체 인구 구성 변화와 대림2동 인구 구성 변화를 그래프를 통해 나란히 보여준다.

대림2동의 상권 변화도 그래프로 표현했다. 2013년 음식점, 직업소개소, 주점, 미용실, 종교시설을 지도에서 점으로 표시하고 똑같은 형식으로 2018년 대림2동의 시설들을 점으로 찍어 얼마나 대림2동의 상권이 변화했는지를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대림동의 독특한 부동산 구조도 조선족이 대림동에 모여든 배경임을 지적했다.

“대림2동 대다수 주택은 당시 유행했던 건축 구조를 따르고 있다. 2층 독채에는 주인집이 살고 있고, 1층은 둘로 나누어 전세를 놓는다. 지층은 공간을 3~4개로 나누어 월세를 놓는 식이다. 여기에 옥탑방이 추가되면서 8가구 정도가 함께 사는 공동주거 공간이 완성된다. 주민들은 이런 집을 ‘대림2동 표준형 주택’이라고 불렀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대림2동이 아파트촌으로 바뀌긴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한 대림동 토박이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1990년대에 집을 산 집주인들에게 월세 수익은 사실상 노후 생활자금에 가깝다. 이걸 포기하고 아파트로 전환하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내국인 집주인과 이주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 2013년과 2018년 대림2동 음식점 등 변화 구현 그래픽
▲ 2013년과 2018년 대림2동 음식점 등 변화 구현 그래픽

빅데이터도 적절히 활용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과 스마트폰 이용량을 분석해 전체 행정구역을 1시간 단위로 쪼개서 유동인구를 파악하는데 이를 활용해 지난 1월 5일 토요일 기준으로 “중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와 시간대가 저녁 9시 대림2동(약 8070명)이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한국어와 중국어를 사용할 줄 아는 조선족 3세대가 2010년대 대림동을 입체적으로 바꿔놓았다면서 ‘재한조선족 3세대 중산층’을 파헤치는 대목도 인상 깊다.

시사인은 “대림동에서 만난 한 한족 출신 중국인은 ‘여기서 한국인은 1등 시민, 조선족은 2등 시민, 한족은 3등 시민이지 않나’라며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조선족이 소수민족으로 차별받는 것과는 반대 양상이 대림동에서 펼쳐지는 셈이다. 특히 한국에서 ‘언어(한국어)’는 일종의 권력이고 자산이 된다”고 보도했다.

시사인은 “대림동을 돌아다니다보면, 유독 낯선 기호가 눈에 띈다.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 C38, H2, F4, F5따위를 행정사, 여행사, 학원, 이동통신매장, 직업소개소 외벽에서 찾을 수 있다”며 비자에 따라 분화된 조선족의 삶도 조명했다.

아예 한국에 뿌리 내린 조선족 3세대에서 태어난 조선족 4세대는 중국어를 하지 못해 고민이라면 중도에 입국한 자녀 조선족 4세대는 한국어를 하지 못해 방황하고 청소년 범죄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내놨다.

시사인은 식당을 운영하는 3세대 중산층, 중국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한국으로 건너온 조선족, 귀화를 선택한 조선족, 어머니가 있는 한국으로 온지 1년도 채 안된 청년 등을 인터뷰했다.

직접 한달 동안 대림동을 들여다봤기 때문에 알 수 있는 디테일한 내용도 담겨 있다.

“대림동 사람들은 칭다오(청도) 맥주를 즐겨 찾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얼빈 맥주가 인기 있는 것도 아니다. 대림동 거주 생활 3주차에야 체감한 사실이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종은 ‘카스’다. 만취한 손님들 테이블에는 파란색 딱지를 붙인 카스 맥주병이 쌓여 있었다. 식당에서 칭다오 맥주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들리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게 된다. 열에 일곱 여덟은 표준 서울말을 구사하는 내국인이었다. 밖에서 생각한 것과 안에서 보는 건 달랐다.”

기사를 쓴 김동인 기자는 통화에서 “사회팀에서 서울시 인구 데이터 이야기를 하다가 대림동의 내국인 인구 변동 현황을 보다가 ‘서울 초교 첫 全(전) 신입생 다문화학생’의 동아일보 기사를 보고 직접 대림동에 살고 취재를 하면 어떨까라고 해서 취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대림2동에 위치한 대동초등학교 2018년도 신입생 전원이 다문화가정 자녀라고 보도했다가 “1학년 70명 중 54명이 다문화가정 자녀”라고 바로잡았다.

김 기자는 “한 달 동안 대림2동에서 살았고, 일주일 정도 준비 기간이 있었다. 추가 취재를 해서 모두 6주 정도 진행하고 제작을 하는데 2~3주가 걸렸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조립되는 과정에서 제일 공들였던 게 동네 지도다. 상가 현황 지도인데 2013년도와 비교해 2018년 어떻게 변했는지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경계심이 있는 사람이어서 접촉하는 게 힘들었다. 시간이 안 맞아 다시 찾아가는 식으로 취재원으로서 신뢰를 받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사인의 이번 기획은 웹페이지에 구현한 것으로는 2만 4천자 분량이고, 지면으로는 3만 6천자 분량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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