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미오픽’은 미디어오늘이 소개하고 싶은 기사를 쓴 기자를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미디어오늘 미디어팀 기자들이 만난 기자들의 이야기가 담깁니다. ‘이주의 미오픽’ 1화의 주인공은 ‘셜록’의 김보경 기자입니다. 

김보경 기자는 1월11일 ‘박소연 지시로 개, 고양이 230마리 죽였다’는 기사를 시작으로 ‘구조의 여왕인가, 개 도살자인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보도된 것처럼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그동안 수백 마리의 동물을 안락사해왔는데 2011년부터 안락사를 하지 않았다고 공언해왔기에 큰 논란이 일었다.

셜록의 김보경 기자는 케어의 공익제보자와 함께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10편 이상의 기사를 연속으로 보도해왔다. 미디어오늘은 17일 오전 김보경 기자와 광화문 근처 카페에서 1시간 가량 해당 취재를 시작한 계기와 경과를 들었다.

 

▲ 셜록 김보경 기자의 프로젝트.
▲ 셜록 김보경 기자의 프로젝트.

셜록에는 지난해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과 관련된 단독 보도 이후 다양한 제보가 왔다고 한다. 동물권 단체의 이중성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고 여러 동물권단체 관계자를 만나면서 케어가 안락사를 하는 것 같다는 제보를 받았다. 김 기자는 취재하던 중 케어에 공익제보자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2018년 12월 이미 케어에 대한 언론사 취재는 진행 중이었다고 한다.

당시 케어의 공익제보자는 언론사에 제보한 뒤 ‘엠바고’를 걸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뉴스가 나가게 되면 동물권 단체에 후원이 끊길 것을 예상했고 추운 날씨에 후원이 끊긴다면 당장 보호가 필요한 동물들이 얼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렇게 셜록은 엠바고가 걸린 시점 취재에 뛰어들었다. SBS, 한겨레, 뉴스타파에 이어 마지막 합류였다. 제보자는 박소연 대표가 순순히 물어나지 않을 것을 알고 방송, 신문, 탐사보도 매체에 다양하게 제보한 상태였다.

 

보도 시점은 박소연 대표가 스스로 자신의 계정에 “이제는 동물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면서 앞당겨졌다. 박소연 대표는 안락사 보도 외에도 안락사한 개가 해외로 입양갔다고 거짓말하고, 언론사의 취재가 들어오자 개체수를 맞추려 다른 개들을 데려온 게 드러났어도 사퇴하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계속 안락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김 기자는 이런 박 대표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 유기견을 안락사 논란에 놓인 박소연 케어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근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김슬찬 기자
▲ 유기견을 안락사 논란에 놓인 박소연 케어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인근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김슬찬 기자

“안락사가 불가피한 경우가 있고, 합법인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박 대표는 후원자를 속이고 직원들을 속였다. 직원들을 속일 수 있었던 이유는 ‘케어’에 시스템이 없어서다. 평소 개체 수 관리가 되지 않았으니 직원들도 안락사를 눈치 채지 못했다. 시스템보다는 박소연 대표 지시에 따라 단체가 운영된 걸로 보인다.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김 기자는 “‘케어’는 개들의 보호소를 공언하면서 기부금(2017년 기준 케어의 연간 기부금은 20억원)을 받고, 후원금 모집안내 어디에도 안락사 안내를 하지 않았다. 이건 안락사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기자는 “직원과 후원자를 기만한 거다. 적어도 ‘우리 보호소는 어쩔 수 없을 경우 안락사를 한다’는 안내를 해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가 취재를 하면서도 놀란 제보가 있었다. 안락사된 서산 투견에 대한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박소연 대표가 투견을 사와 개체 수 맞추기를 시도했다는 것이었다. 셜록이 입수한 음성파일에는 박 대표가 “혹시 모르니 비슷한 애들 3마리 정도는 구해놔야겠다”, “주둥이는 우리가 염색해서 검은색으로 그렇게 해보고”라고 말한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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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기자의 '박소연의 투견 조작, KBS도 속았다' 화면 캡쳐. 

“제보자도 안락사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해당 개체에 대해 KBS ‘추적60분’에서 다루자 박 대표가 ‘미국에 입양을 갔다’고 말했다고 한다. 게다가 박 대표는 안락사 된 개들을 대신해 온 개들에게 ‘주둥이 염색’을 해 이를 숨기려 했다. 거짓말에 거짓말을 한 것이다. 박 대표가 자기 무덤을 팠다고 생각한다. 취재하면서 박소연 대표는 동물보호단체 대표로서 자질이 없다고 생각했다.”

 

케어는 동물 보호소를 운영하기 시작한 최초의 시민단체다. 케어는 그 점을 홍보의 포인트로 사용했고 대규모 구조를 할 수 있는 이유였다. 김 기자는 “박 대표는 다른 동물권 단체에 대해 구조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해왔다. 케어는 대규모 구조를 하고 언론의 주목을 받은 뒤 후원금을 모으고 그 후 사람들 몰래 안락사를 시켰다”고 말했다.

“사실 동물보호법이 미비해서 안락사 기준이 애매한 상황인 건 맞다. 법적으로는 수의사 진단 소견에 따라 안락사를 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아픈 아이들을 안락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케어가 네이버 해피빈에서 후원금을 모집한 개들을 보면 아픈 아이들이 굉장히 많다. 정말 아픈 아이들은 후원금을 모금하는데 이용하고, 그런 ‘스토리’가 없는 아이들은 안락사를 당했다. 도대체 안락사 당할 ‘아픔’의 기준이 무엇인가.”

김 기자는 셜록에서 일을 시작한 후 첫 기사로 박소연 대표 건을 썼다. 김 기자는 셜록의 추구하는 방향에 동의하고, 글쓰기의 형식적 면에 갇히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김 기자는 앞으로 박 대표 재판 등 이어지는 이슈들을 취재하는데 집중하겠다고 한다. 김 기자는 “박소연 대표가 노력을 많이 하신 점은 이해하는데, 책임을 인정하시고 이 책임을 지기위해 사퇴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다만 케어의 다른 직원들은 박 대표의 일에 대해 알지 못했고 피해자라는 점도 알려졌으면 한다. 지금 남아있는 분들은 후원금이 끊기면서 개들의 사료값이 끊길까봐 걱정하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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