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가장 많은 시정권고를 받은 언론사는 중앙일간지 중에는 조선일보, 인터넷매체에선 인사이트였다.

언론중재위는 지난 한 해 모두 11차례 시정권고 소위원회를 열어 개인 혹은 사회적 법익을 침해해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언론보도에 시정권고를 의결해왔다. 지난해 시정권고 건수는 1275건이었다. 중앙일간지가 받은 시정권고는 38건이었고 이중 조선일보는 7건을 받았다. 뒤를 이어 한국일보 4건, 동아일보 3건 순이었다. 뉴스통신 매체는 모두 62건의 시정권고를 받았는데 이중 뉴시스가 12건을 받았다.

시정권고를 받는 매체는 인터넷 매체에 집중됐다. 모두 1102건의 시정권고를 받았는데 이중 가장 많이 시정권고를 받은 인터넷매체는 인사이트(28건)였다. 시정권고를 많이 받은 상위의 인터넷매체로는 디스패치뉴스(18건), 세계닷컴(20건), 위키트리(14건), 인터넷 국민일보(26건), 인터넷 국제신문(21건), 인터넷 서울경제(21건), 인터넷 헤럴드경제(16건), 조선닷컴(20건), 톱스타뉴스(20건) 등으로 나왔다.

예를 들어 세계닷컴은 지난달 25일 유럽의 한 국가에서 시행하는 어린이 성교육 내용을 선정적으로 보도해 시정권고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담당의사 남궁인씨가 피해자 상태를 묘사한 글을 그대로 실은 세계닷컴의 기사도 충격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시정권고를 받았다. 위키트리는 “투신하는 여성 맨손으로 받으려다 사망한 경비원(영상주의)”라는 기사를 내보내 충격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시정권고를 받았다.

뉴데일리의 “[단독] 이혼 조정 주인 최태원 SK 회장, 동거인·딸과 주말 영화 관람”이라는 기사는 사생활 침해 이유로 시정권고를 받았다. “[단독] ‘저는 구원받았습니다’ 박진영, ‘구원파'’전도 포착” 디스패치 기사 역시 사생활 침해 이유로 시정권고를 받았다. 지난해 8월 “장하성 실장이 사는 아파트에도 '경비원 감원' 바람 불어닥쳤다”라는 한국경제의 기사도 사생활 침해로 시정권고를 받았다.

인사이트는 “‘X녀,걸X, 잘 봤다 네 XX’ 양예원 ‘유출 사진’ 보고 조롱한 누리꾼들”이라는 기사를 작성해 성폭력 피해자 보호가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정권고를 받았다, 인사이트의 “쪽방촌에 혼자 사는 90대 할머니집 침입해 성폭행한 40대 남성”이라는 기사도 폭력을 상세히 묘사해 시정권고를 받았다. 비즈트리뷴은 지난해 2월 “유명배우 아내, 필리핀서 지인에 성폭행 피해 당해…가해자 실형”이라는 기사를 통해 성폭력 피해자 신원을 특정해 시정권고를 받았다. 인터넷경북신문은 미투 당사자의 이름과 함께 그가 출연했던 작품을 소개해 시정권고를 받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피해자인 김지은씨의 병원 진단서를 공개한 매체들도 시정권고를 받았다. 조선일보의 “몹쓸 짓 해놓고도...80代 노인 ‘손녀 같아 그랬다’”라는 기사도 성폭력 피해자 보호 소홀로 시정권고를 받았다. ‘몹쓸 짓’이라는 표현은 성폭력 범죄를 가볍게 인식하도록 만들 수 있다. 가해자의 진술을 따옴표 전체로 전하는 보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도 있다.

▲ 지난해 8월 인사이트 기사
▲ 지난해 8월 인사이트 기사

중재위에 따르면 전체 시정권고 중 자살관련 보도가 전체의 22.5%를 차지했다. 성폭력 가해자의 범행수법 등 묘사로 인한 2차 피해를 줘 시정권고를 받은 것도 22.4%에 달했다.

성폭력피해자 신원을 공개해 시정권고를 받은 횟수는 54건으로 전체의 4.2%, SNS와 특정 사이트의 선정적 사진이나 영상을 보도해 시정권고를 받은 횟수는 13건으로 전체의 1.0%로 나왔다.

중재위는 당사자 동의 없이 성폭력 피해자의 초상 및 성명 등의 정보를 공개한 기사와 성과 관련된 내용을 지니치게 선정적으로 묘사하는 보도에 대해 시정권고를 내려왔다. 하지만 현재 체육계 미투 국면에서 언론은 당사자 동의를 구하지 않고 SNS상 공개돼 있는 피해자의 사진을 노출시키고 있다. 시정권고는 앞으로 유사한 법익 침해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제도인데 성폭력 관련 보도에 있어서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올만하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방북을 하지도 않았는데 방북했다고 써 대형 오보를 냈던 연합뉴스를 포함해 이를 따라 쓴 매체도 무더기로 시정권고를 받았다. 연합뉴스는 지난해 11월 29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방북…‘김정은 답방 물밑 논의’ 주목”이라는 기사를 내보냈고, 이에 세계닷컴과, 인터넷경향신문, 매경닷컴, 인터넷 문화일보, 인터넷 스포츠조선, 인터넷 헤럴드경제가 따라 썼다. 언론중재위는 연합뉴스와 이를 따라쓴 매체의 기사를 보도윤리 위반으로 봤다. 중재위법 제10조는 “언론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현저히 침해하는 보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재위는 10조에 “언론은 객관적 사실이 아닌 내용을 진실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하여 독자를 혼동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을 조항으로 넣어 새로 개정했다.

미디어오늘도 지난해 1건의 시정권고를 받았다. 미디어오늘의 “[단독] 조선일보 사장 손녀, 운전기사 ‘폭언’ 녹취록 공개” 보도와 MBC의 “[단독] 구두 닦고 자녀 학원 등원까지…‘폭언’ 항의하자 해고” 보도는 사생활 침해 이유로 시정권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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