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과 만남에서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한울 3, 4호기 공사 재개 주장과 관련 에너지전환 정책흐름의 중단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등 대기업으로 3년간 4만명 일자리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 삼성의 인도공장 외에 국내 공장과 연구소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실적이 부진하면서 국민에게 걱정을 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 국제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시장이 축소됐다는 것은 핑계일 수 있다. 기업은 그럴 때일수록 하강 사이클에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 게 임무이기 때문이다. 저희가 자만하지 않았나 성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대한민국 1등 대기업으로서, 작년 숙제라고 말씀드린 ‘일자리 3년간 4만명’은 꼭 지키겠다. 이것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기업의 의무이다. 개인적 이야기를 하자면 두 아이 아버지로서 아이들 커가는 것 보며 젊은이들 고민이 새롭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수출이다. 현대자동차는 내년 5% 늘려 202만대 수출을 목표로 한다. 무역확장법 232조 등 관세·통상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미세먼지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요즘 대기·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위해 전기·수소차 등에 향후 4년간 5조원을 투자하고, 몽골 2700만평 부지에 나무를 심는 식재사업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해운업은 현재 산소 호흡기를 쓰고 있는 것처럼 어렵다. 규제 일부만 개선해도 일어설 수 있다. 재무구조만 개선되면 수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부채비율이 조금만 높아도 자금조달이 어려워 사업추진이 어렵다. 건설 회사들 부채비율을 개선한 사례를 참조해 개선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해운이 살아나기 위해선 물동량 회복과 이를 통한 운임회복이 전제돼야 한다. 그 전에는 어떤 대책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재무구조는 전문가와 기업이 의논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기업인과 대화 끝난 뒤 박용만 대한상의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기업인들과 경내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기업인과 대화 끝난 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기업인들과 경내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두고 “현재 원전 5기를 건설중이다. 3기는 2022년까지 준공 예정이다. 이후에도 2기가 더 준공된다. 현재 전력 설비 예비율이 25% 넘는다. 5기를 더 준공하면 전력설비예비율은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에너지 정책 전환의 흐름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기술력, 국제경쟁력 떨어지지 않도록 정부는 이 분야 지원을 계속하고, 기자재·부품업체의 어려움을 귀 기울이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규제혁신 의지를 피력하고 여당과 노력해왔다. 기업 입장에서 속도에 아쉬움 있을 수 있다”며 “규제혁신 부분은 대한상의와 정부가 TF를 구성해,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검토하며 성과를 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들을 향해 “기업에 당부드리고 싶다. ‘투자와 혁신이 중요하다. 다시 한번 투자와 혁신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기업은 경제적 과제와 아울러 사회적 과제 해결도 중요하다. 이와 관련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에 감사한다. 사회적경제기본법과 사회적가치기본법이 국회 계류중이다. 이 법이 통과되도록 기업도 관심을 갖고 마음을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안전, 환경, 지역경제 기여, 노동자 복지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도 중요하다면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좋은 일자리, 둘째 상생과 협력이라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과 대기업 대표들은 대화를 마치고 경내 산책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도 한번 와달라”고 요청하자 문 대통령은 “얼마든지 가겠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죠”라고 답했다.

요즘 반도체 경기를 묻자 이재용 부회장은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죠”라고 답했다. 이를 듣던 최태원 SK 회장은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다”고 했고, 이재용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며 “이런 영업 비밀을 말해버렸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시면 된다.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반도체 비메모리 쪽 진출을 묻자 이재용 부회장은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죠”라고 답했다.

함께 산책하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세계 바이오시장이 1500조원이다. 이 가운데 한국이 10조원 정도밖에 못한다. 저희 삼성 등이 같이하면 몇백조원은 가져올 수 있다. 외국 기업은 한국을 바이오 산업의 전진기지로 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이공계 학생들 가운데 우수한 인재가 모두 의대 약대로 몰려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제는 바이오 의약산업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기업인과 대화 끝난 뒤 박용만 대한상의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과 경내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기업인과 대화 끝난 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과 경내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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