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지난 14일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으로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차기환 변호사 등을 추천하자 광주 지역 언론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당 추천 위원들은 5·18민주화운동 이력이 없거나 되레 5·18 정신을 훼손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커지고 있다. 차 변호사는 2012년 9월 자기 트위터에 ‘경악! 북한군 광주 5·18 남파 사실로 밝혀져’라는 제목의 극우언론 글을 게시하고 “역사적 진실은 무엇일까”라는 등 ‘북한군 개입’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동욱씨는 1996년 월간조선 4월호에 ‘검증,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과장’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해당 기사는 공수부대의 혹독한 진압을 다룬 5·18민주화운동 관련 언론 보도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군 출신인 권태오 전 사무처장의 경우 5·18 진상규명과 관련한 경력이 없는 인물이다.

광주·전남 지역 언론들은 한국당과 추천 위원들을 비판하고 있다. 광남일보는 15일자 사설에서 세 인사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 광남일보 15일자 사설.
▲ 광남일보 15일자 사설.
특히 광남일보는 이씨의 1996년 기사에 “그는 당시 검찰이 발표하거나 언론이 보도했던 계엄군의 중화기 사용, 탱크진압, 계엄군의 지뢰매설 등을 모두 ‘과장 보도’로 규정했고,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사실상의 발포 명령자라는 검찰의 발표도 ‘검찰이 입맛대로 골라 쓰라는 식의 양면성 있는 발언을 한 것’이라며 진실을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광남일보는 “차 변호사는 과거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임을 위한 행진곡은 대한민국 정치 체제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에게 이 노래가 누구를 기리는지 알려야 한다’ 등 발언을 한 바 있다”며 “이들을 조사위원으로 포함시킬 경우 진상규명에 앞장서기보다는 훼방 놓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상식적인 생각을 가진 인사로 다시 조사위원을 추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등일보도 사설에서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5·18진상규명특별법’에 따라 지난해 9월 출범했어야 할 진상조사위다. 그러나 한국당의 외면과 몽니로 조사위원 추천이 늦어지고 조사위가 제때 출범치 못해 온갖 비난이 일었던 터”라며 “뒤늦게 추천한 이들 추천 위원들의 과거 경력과 관련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5·18 특별법이 규정한 자격요건에 부합하는지 엄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무등일보 15일자 3면.
▲ 무등일보 15일자 3면.
무등일보는 3면 “이동욱, 80년 가두 방송 시민에 명예훼손 발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선 “자유한국당이 5·18 진상규명조사위 조사위원으로 추천한 인사가 과거 강연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가두방송을 했던 시민을 지칭해 ‘시체를 끌고 다니며 시민들을 선동했다’고 허위 사실을 퍼뜨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씨가 2013년 6월 한 강연장에서 1980년 광주에서 가두방송을 했던 한 시민을 지칭하며 “자기 동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죽은 시체를 끌고 다니며 ‘내 동생이 이렇게 죽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저 좀 도와주세요. 꼭 좀 나와주세요’ 이러니 사람들이 안 나갈 수 없었다. 나가서 저항했던 모든 이들이 선량한 시민들이었다”고 발언하는 등 왜곡된 사실을 전했다는 비판이다.

▲ 전남일보 15일자 1면.
▲ 전남일보 15일자 1면.
광주일보도 사설에서 “이번에 추천된 인사 중에는 과거 검찰의 5·18 재수사 결과와 관련 언론 보도가 왜곡됐다는 주장을 펴거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대한민국 정치 체제를 부정한다는 입장을 보인 이들도 포함돼 있어 진상 규명에 되레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 밖의 언론들도 1면에서 “5월단체 ‘한국당, 역사의식 갖춘 인물로 재추천해야’”(광주매일신문), “‘한국당은 5·18규명위 추천위원 즉각 철회하라’”(전남일보) 등의 기사를 싣고 한국당의 인사 재추천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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