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EBS 부사장이 EBS가 청와대 지시로 만든 ‘박근혜 홍보영상’에 대해 “큰 문제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언론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미디어오늘은 EBS가 청와대 지시로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 박근혜씨의 홍보영상(희망나눔 캠페인)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EBS가 영상을 만든 제작사에 ‘갑질’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를 근거로 같은달 21일 EBS 시청자위원회에서 관련 지적이 나오자 조규조 EBS 부사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이다. 시민단체와 EBS노조가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요구했지만 EBS는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겠다는 말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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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대통령 박근혜. 사진=이치열 기자
▲ 전직 대통령 박근혜. 사진=이치열 기자

이날 EBS 시청자위원회에서 김현식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이사는 보도를 근거로 “2015~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실 지시로 박근혜 홍보영상을 만들었는데 국민의 이익과 목소리를 담아야 할 공영방송 EBS가 부적절한 일을 했다”며 “민언련에서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논평을 발표했는데 EBS 내부 계획이 있다면 말해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EBS 측은 EBS가 정치적 편향을 보이지 않은 조직이라 과거청산보다 중요한 과제가 있다고 해명했다.

조 부사장은 “그동안 EBS는 프로그램에서 특정 정치 이슈를 다루거나 정치 인사들이 와서 경영한 회사가 아니었고 이에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그래서 EBS 구성원은 적폐청산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EBS의 사명을 더 구체화하고 방송목표를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구현할 것인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공익적 측면이 있는 정당한 사업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 부사장은 “희망나눔 캠페인은 EBS가 문화체육관광부 등 6개 부처에서 수주 받은 공익에 기반한 국가정책홍보 캠페인이었다”며 “EBS가 국가정책에 대한 공익 캠페인 협찬 사업을 할 때 공영방송사로서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관련 지침이나 규정이 필요한 것인지 이번 기회를 통해 살피겠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본 건은 2017년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추혜선 의원실에서 자료를 요청해 충실히 자료를 제출해 설명했고, 2018년 2월 (영상을 만든) 제작사가 지금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감사원에 민원으로 제기했던 내용인데 EBS가 성실히 응했고 감사원에선 내용을 살펴 민원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EBS 측은 보도 이전에도 미디어오늘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보도 이후에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 부사장은 ‘언론에 좀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국회에도 설명됐고 감사원에서도 우리 상황을 리뷰했는데 큰 문제점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라며 “언론의 동향을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 부사장은 이 사건의 핵심인 ‘청와대가 직접 나서 구체적으로 영상내용, 방영시기 등을 지시한 것’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조 부사장이 언급했던 감사원과 의원실 질의에도 당시 EBS는 ‘청와대 지시’ 부분을 해명하지 않았다.

▲ EBS 로고
▲ EBS 로고

EBS가 지난 2017년 12월 추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을 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EBS가 제대로 협찬계약을 맺고 영상을 만들어 EBS에 방영했다는 내용뿐이다. EBS는 2015년 미래부 등 5개 부처와 계약을 맺었는데 입찰이 필요 없도록 수의계약 한도 2000만원으로 부처들과 계약을 맺어 청와대 홍보영상 사업을 지원했다. 

EBS-제작사-청와대 행정관 등의 메일들을 보면 당시 정부부처에선 향후 감사에서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홍보영상에 자신들 부처 로고나 부처 관련 내용을 영상에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2016년엔 문체부가 EBS와 일괄 계약하는 방식으로 바꿨고, 실무는 여전히 청와대와 제작사가 진행했다.

EBS가 추 의원에게 보낸 답변을 보면 논란이 될 만한 2015년 자료를 빼고 2016년 자료만 첨부했다. 감사원 질의에서도 역시 EBS는 청와대를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제작사 대표는 해당 내용을 청와대에 진정을 넣자 감사원이 EBS에 이를 질의했다. 감사원이 받은 답변을 보면 EBS는 제작사에 계약서나 선급금 없이 일을 맡긴 것, 실제는 외주용역을 줬지만 계약은 EBS 자체제작처럼 체결해 제작사 측에 허위로 제작인원을 올리게 한 뒤 제작비를 우회지급하게 한 것 등에 대해서만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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