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영 뉴스통신사 뉴시스와 MBC ‘PD수첩’팀이 ‘고(故)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장씨의 모친 기일이 언제가 맞는지 사실관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는 지난달 25일 ‘[단독]장자연, 어머니 기일에 술접대 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방정오(40) 전 TV조선 대표가 탤런트 장자연(1980~2009)을 만난 날로 알려진 ‘2008년 10월28일’은 장자연 어머니의 기일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뉴시스가 방정오 전 대표와 장자연이 만난 날이 장씨의 모친 기일이 아니었다는 근거로 든 자료는 장씨의 유족이 경찰에 제출했다는 제적등본이다. 이 제적등본에는 장씨의 모친이 2005년 11월23일(음력 10월22일) 전북 정읍시 시기동에서 별세했으며, 사망신고는 그해 12월1일 장씨의 오빠가 한 것으로 나온다.

뉴시스는 지난달 30일 후속 보도에서도 장씨의 소속사 팀장급 매니저 백아무개씨가 재판에서 “그런 사실(장자연이 차에서 ‘어머니 제삿날 술 접대를 했다’면서 울었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장자연 어머니 제삿날은 겨울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고 부연했다.

▲ 지난 7월24일 방송된 MBC ‘PD수첩’ ‘故 장자연’ 편 1부 내용 갈무리.
▲ 지난 7월24일 방송된 MBC ‘PD수첩’ ‘故 장자연’ 편 1부 내용 갈무리.
결국 장씨가 모친 기일에도 김종승 소속사 대표와 함께 방정오 전 대표 등 사회 유력인사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선행 보도를 비롯해 방송 후 많은 파장을 일으킨 MBC ‘PD수첩’이 부실하게 취재해 오해를 키웠다는 게 뉴시스 보도의 요지다.

하지만 뉴시스 보도의 맹점은 장씨의 유족이 제출했다는 제적등본을 너무 맹신했다는 데 있다. 장씨의 가족이 모친의 사망일로 신고한 날과 실제 기일, 혹은 제삿날이 다를 가능성도 존재해 모친의 실제 기일이 언제인지는 유족을 통해 확인을 받는 게 가장 정확할 수밖에 없다.

뉴시스 보도가 나간 후 장자연 사건을 재조사 중인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지난 31일 출입기자단에 “조사단이 조사, 확인한 결과 장자연 어머니의 제적등본과 다르게 장자연 어머니의 제삿날은 음력 9월30일이 맞다”며 “2008년 10월28일은 장자연 어머니 제삿날이 맞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검 조사단 관계자는 “우리가 최근에 다시 확인한 결과 뉴시스의 오보가 맞다”며 “뉴시스 쪽에선 기사와 관련해 우리한테 장자연 모친 기일을 확인하는 연락이 없었고, 뉴시스의 다른 기자가 속해있는 기자단에 해명 입장을 냈는데도 기사를 쓴 기자나 출입기자로부터 판단 근거를 묻는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뉴시스가 확인한 제적등본을 비롯해 장씨의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모두 살펴봤고, 여러 경로로 장씨 모친의 실제 제사일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1년 11월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명예훼손 혐의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김아무개 장자연 소속사 로드매니저 진술 내용 중.
지난 2011년 11월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명예훼손 혐의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김아무개 장자연 소속사 로드매니저 진술 내용 중.
반면 해당 기사를 쓴 뉴시스 기자는 “대검 조사단에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아직 기사를 정정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기자는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사를 쓴 이유는 우리가 확보한 자료(제적등본)와 PD수첩의 방송 내용이 다르고, 관계자들의 증언도 달랐기 때문”이라며 “(김종승 대표와 소속사 매니저 등) 그날이 장씨의 모친 기일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어 사실관계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 기자는 “만약 장자연이 모친 기일에 술 접대를 간 게 아니라면 김종승 대표는 억울할 수 있고, 방정오 전 대표도 장씨의 기일을 모르고 술자리에 갔을 텐데 ‘장자연 어머니 기일, 방사장 아들 방정오는 그 자리에 있었다’는 PD수첩 보도에 억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가진 재판 기록이나 검찰 조서를 봤을 때 PD수첩이 보도한 부분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이지, 검찰 과거사위나 유족을 통해 확인한 것은 아니다”며 객관적 근거로 장자연 모친의 기일이 PD수첩 방송 내용과 일치한다고 확인되면 기사 정정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PD수첩 측은 장자연 모친 기일 관련 뉴시스 기사는 사실이 아니며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지엽적인 사안으로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증인인 장씨 로드매니저의 주장 전체를 무력화해 김종승·방정오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의도를 가진 기사로 보고 있다.

PD수첩 관계자는 “뉴시스는 제적등본의 기록이 틀릴 가능성이 있다는 고려는 하지 않은 듯하고, 장자연의 가족 등을 취재해서 제적등본이 맞는지를 확인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PD수첩은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정정보도 청구과 민사 대응 등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경 수사 결과 2008년 10월28일 장자연과 만난 것으로 확인된 방정오 전 대표는 지난달 13일 대검 조사단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후 보도자료를 통해 “장씨를 여러 차례 만났다거나 장씨와 직접 통화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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