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신화’ 멤버 김동완씨가 제작현장의 밤샘촬영 관행과 방송산업의 성상품화를 두고 “사람을 지나치게 도구로 취급한다”며 “갑을관계 속의 구조적 문제라면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발언해 주목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 21일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 공연 뒤 팬들과 대화에서 “일이 바빠서 밤에 3시간 정도 밖에 못 자는데 오빠는 스케줄이 많아서 밤에 잘 못 주무실 텐데 그래도 컨디션 관리하는 비법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잠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잠 못 자는 일은 안 한다”는 말로 밤샘촬영 관행을 지적했다.

김씨는 “드라마하고 이러면 진짜 한 시간도 못 자는 일들이 많은데 나 같은 사람들이 잠을 못 잔다고 말을 해줘야 한다”며 “내가 6시간 자면 스태프들은 4시간 밖에 못 자서 내가 늘 얘기한다, 잠 못 자는 일은 안 한다고”라고 말했다. 이어 “잠도 못 자게 하는 일은 정상적인 일은 아니”라며 “그런 일을 정상적이지 않다고 자꾸 말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정상이랑 닮아가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서울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에 출연하고 있는 김동완씨가 공연을 마친 뒤 기다리는 팬들과 함께 대화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완두콩' 화면 갈무리
▲ 서울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에 출연하고 있는 김동완씨가 공연을 마친 뒤 기다리는 팬들과 함께 대화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완두콩' 화면 갈무리

김씨는 지난 8월말 신화 데뷔 2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HEAR’ 발매 기자간담회에서는 ‘성상품화’와 관련해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김씨는 “아이돌이 일하는 세상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 자살한 후배를 봤을 때 그리고 처절하게 성 상품화된 여자 후배들을 보며 선배로서 반성한다”며 “이쪽 업계 우리 같은 선배들이 스스로 자각하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김씨의 발언이 화제가 되자 그는 지난 30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생각을 더 적었다. 그는 “짧은 일정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올 때 누군가 밤을 새서라도 끝을 맺자고 종용하는 경우가 있고, 어떤 경우에도 낮은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은 고용된 스태프”라고 했고, 성상품화에 대해 “남녀를 불문하고 각종 광고, 의상, 자극적인 장면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 성상품화가 문제임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언뜻 보기에 두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람을 지나치게 도구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결을 같이한다”며 “이 같은 도구화가 본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계약 관계와 갑을 관계 속에서 비자발적으로 ‘선택해야만’ 하는 환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 신화 멤버 김동완씨. 사진=김동완 페이스북
▲ 신화 멤버 김동완씨. 사진=김동완 페이스북

김씨는 이 문제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때는 밤샘 촬영과 성 상품화가 오로지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고 나 역시 이를 자처했던 경우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 때 누군가의 희생과 좋지 못한 선례가 따랐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따라서 밤샘촬영과 성상품화가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갑을관계 속 구조적 문제라면 논의해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이고 진짜인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될 때까지 작은 목소리라도 내어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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