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고등학생 사상자가 나온 가운데 언론이 해당 학교 학생들을 무리하게 취재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서울 대성고 익명 페이지인 ‘대성고 대신전해드립니다’에 조선일보, TV조선 등 기자들의 무리한 취재 요청 내용이 올라왔다.

대성고 학생들이 올린 자료에 따르면 기자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의 친구 또는 같은 학교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피해자와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피해자는 어떤 친구였는지, 심경이 어떤지 등 취재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대성고 앞에는 취재 인파가 몰리고 학생들을 무리하게 인터뷰한다는 지적도 있다. 누리꾼들은 해당 기자 페이스북 페이지에 찾아가 항의글을 남기기도 했다. 

▲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릉시 경포의 아라레이크 펜션 사고현장에서 18일 밤 국과수 관계자들이 조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릉시 경포의 아라레이크 펜션 사고현장에서 18일 밤 국과수 관계자들이 조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성고 대신전해드립니다’ 페이지 관리자는 “사람이 죽었어요. 누구에게는 친구, 누구에게는 후배, 누구에게는 선배이자 선생님들께는 사랑스러운 제자들입니다. 그 질문을 듣는 사람의 기분은 고려하지 않고 그저 당신들이 쓸 기사를 위해서만 질문을 하는 것이 기자의 직업정신입니까?”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취재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제정된 재난보도준칙과 거리가 멀다. 재난보도준칙은 △사망자와 부상자 등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에게 인터뷰를 강요해서는 안 되며 인터뷰에 응한다 할지라도 질문 내용과 질문 방법, 인터뷰 시간 등을 세심하게 배려해 피해자의 심리적 육체적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19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관련 내용이 언급됐다. 방통위가 일선 언론사의 취재 문제를 직접 언급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친구를 잃은 학생들이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취재과정에서 신중하게 이 사안을 다뤄주고, 세심하게 피해자와 가족들, 학생들을 배려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효성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때도 그런 경향이 있었다. 피해 유족들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을 참조해서 지나치지 않게 취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왜 언론이 바뀌지 않는가. 인간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기자의 숙명이다. 어려운 언론고시를 통과한 젊은 기자들이 정작 감수성이 없는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인권을 지키는 게 언론의 본분이고 의무인데 특종을 쓰고, 당사자들로부터 입장을 받아오는 데만 치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은 현상을 보도하고 구조적인 문제를 파헤쳐야 하는데 감성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취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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