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고액수표 명단과 국정원 연루 의혹은?
‘장자연 사건’ 고액수표 명단과 국정원 연루 의혹은?
이달까지 검찰 과거사위 활동기한… 방용훈·방정오-장자연 만남 성격 규명이 관건

고(故) 장자연씨 사건을 재조사 중인 검찰 과거사위원회 대검 진상조사단이 오는 31일 활동기한 종료를 앞두고 그동안 남은 의혹 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검 조사단은 지난 5일 이른바 ‘장자연 문건’에 언급된 인물이라는 의심을 받는 방상훈(70) 조선일보 사장의 동생 방용훈(66) 코리아나호텔 사장을 조사했다. 조사단이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 사주일가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방용훈 사장은 지난 2009년 검·경 수사 때도 전혀 조사받지 않았던 인물이다.

방용훈 사장에 이어 실제 장자연씨가 숨지기 전 만난 것으로 확인된 방상훈 사장 차남 방정오(40) 전 TV조선 대표이사 전무도 13일 검찰에 출석해 약 두 시간가량 조사받았다. 방 전 전무는 이날 조사를 받고 나서도 보도자료를 통해 ”장씨를 여러 차례 만났다거나 장씨와 직접 통화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대검 조사단은 방용훈 사장과 방정오 전 전무가 장씨와 여러 번 만났거나 통화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에 무게를 두고, 장씨와 두 사람 간의 만남이 어떤 성격이었는지 규명하는 데 정황 증거와 증언을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3월7일 신인 배우였던 장자연씨가 자신의 이름과 사인, 지장 날인이 적힌 자필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노컷뉴스
2009년 3월7일 신인 배우였던 장자연씨가 자신의 이름과 사인, 지장 날인이 적힌 자필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노컷뉴스
① 방용훈·방정오와 장자연 만남, 성접대 성격이었나

방용훈 사장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조사단은 장씨가 2007년 10월에 이어 2008년 가을에도 방 사장을 만났다는 참석자들의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2008년 술자리에는 박문덕(68) 하이트진로 회장과 권재진(65) 전 법무부 장관(당시 대검 차장)도 합석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전직 조선일보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장자연이 방용훈 사장과 박문덕 회장, 권 전 장관을 만났다는 것은 방 사장 측근으로부터 나도 직접 들었다”며 “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에도 권 전 장관이 방 사장을 보호하려고 많이 힘썼다는 말이 있었고, 모 일간지 사회부 기자가 관련 내용을 취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검 조사단은 방 전 전무와 장씨가 자주 연락을 했다는 증언의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지난 12일 JTBC는 “전직 조선미디어그룹 계열사 사장 A씨가 ‘장씨와 방정오 전 대표 사이의 통화내역을 빼내느라 힘들었다는 얘기를 당시 조선일보 기자로부터 들었다’고 조사단에 진술했다”며 “장씨와 함께 생활했던 최측근 이아무개씨도 ‘장씨와 방 전 대표가 자주 만나는 사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② 재벌 임원과 검찰 고위간부까지 등장, 수사 외압 있었나

이미 검찰 조사 결과 2009년 사건 당시 경찰이 장씨의 집을 압수수색할 때 중요한 증거물들을 빠뜨리는 등 부실수사를 한 정황이 드러났으며 장씨의 휴대폰 포렌식 내역과 1년 치 통화내역을 수사기록에 남기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또 경찰은 장씨의 통신기록 약 5만 건을 분석하고도 일부 기록만 첨부한 채 전체 기록을 검찰에 송치하진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대검 조사단은 검찰 수사기록에서 빠진 장씨의 통신기록을 당시 수사 검사에게 제출받아 장씨와 방 전 전무 사이에 오간 문자 메시지가 있는지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였던 임우재(50) 전 삼성전기 고문이 장씨와 35차례나 연락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13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지난 13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검찰 과거사위는 장자연 사건 재조사를 결정할 때 검찰이 관련된 인권침해나 검찰권 남용 의혹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때문에 ‘장자연 문건’에 적시된 인물과 당시 피의자로 조사받았지만 기소되지 않은 인물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어떤 축소·은폐 정황이 있었는지 밝히는 것이 관건이다.

③ 고액수표 명단과 사라진 ‘성상납 리스트’ 미제로?

하지만 ‘장자연 문건’과 별개로 2009년 수사 당시 경찰과 검찰이 장씨의 금융 거래 내역을 조사하면서 장씨 계좌로 고액 수표를 입금했던 명단이 나오기도 했다. 이중엔 지난 7월 MBC ‘PD수첩’이 공개한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도 포함돼 있었다.

박 회장은 장씨에게 ‘김밥을 잘 만든다’며 김밥값으로 100만원권 수표 10장을 준 것으로 조사됐지만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박 회장 외에도 경찰이 확인한 계좌와 카드 내역은 950여 건으로 장씨와 가족 계좌에 입금된 총액은 억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균 당시 경기경찰청 강력계장(현 속초경찰서장)은 PD수첩 제작진에 “(수표를) 수사했는데 증거가 있냐. 장자연은 죽어서 1억 원을 준 사람한테 물었다. ‘당신 왜 줬냐’고 그러니까 ‘불쌍해서 줬다’고 하면 뭘 어떻게 증명할 건가. 입증할 방법을 나한테 가르쳐 달라”고 강변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인권·시민단체 회원들이 고 장자연씨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제공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인권·시민단체 회원들이 고 장자연씨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제공
한편 장씨의 옛 소속사 동료 배우 윤아무개씨가 최근 JTBC와 인터뷰에서 언급한 ‘이름만 적힌 별도 리스트’는 수사기록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윤씨는 공소시효가 남아 검찰이 재수사 착수 후 장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한 조아무개(49) 조선일보 전직 기자 재판 증인으로 지난 3일 출석해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검찰 수사기록을 보면 장씨가 숨지지 전 자필로 작성해 유장호 전 소속사 총괄매니저(이후 H스포테인먼트 운영)에게 건넨 문건은 총 7장이다. 하지만 경찰이 확보한 장씨의 자필 문건은 KBS가 유씨의 사무실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4장뿐이고 나머지 3장은 유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④ 장씨가 문건 작성 후 숨지기까지… 국정원 직원도 연루

윤씨는 지난 2010년에도 본사건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해당 문건에 대해 “피해 사실이 적혀있는 것도 있고, 성함과 성상납 강요를 받았다고 기재돼 있는 것도 있었다”며 “어떠한 장에는 성함만 기재돼 있으면서 어떠한 언론사에 누구, 어디 무슨 회사의 누구라는 식으로 기재돼 있는 것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지난 2013년 6월 고발뉴스 보도 이후 언론이 거의 주목하지 않았지만, 장씨가 사망 직전 유장호씨와 주고받은 문자와 국가정보원 직원이 당시 유씨를 돕고 있었다는 복수의 소속사 관계자 증언도 장씨의 문건 작성 배경을 밝히기 위한 중요한 단서다.

장씨가 유씨를 만나 문건을 작성한 것과 문건의 존재가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는 과정에 유명 여배우 두 사람이 연루돼 있었다는 점도 이미 수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밝혀졌다. 두 배우는 장씨의 소속사에 있다가 대표(김종승)와 사이가 틀어진 후 유씨가 대표로 있던 소속사로 옮겨 두 소속사 간 법적 분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장자연 사건 수사에선 이 중 유씨만 김종승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관련기사 : ‘장자연 문건’에 괴로워했던 장자연, 억울한 죽음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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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8-12-19 12:53:13
끝까지 파헤쳐서 누구나 진실 앞에 벌을 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