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촉구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대표 100인이 다시 모였다. 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김용균(24)씨가 숨진 뒤, 이들은 이번에는 “내가 김용균이다. 우리 ‘김용균’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요구한다”고 외쳤다.

▲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 노동자대표 100인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에서 “내가 김용균입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 노동자대표 100인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에서 “내가 김용균입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 노동자대표 100인은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문 대통령과 만나자던 청년의 죽음 앞에 우리는 비정규직만 죽어나가는 세상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면담을 촉구했다. 비용을 절감하려 인원을 줄이고 생명‧안전업무가 외면받아 비정규직 노동자가 위험 노동에 내몰리는 상황은 도처에 퍼져 있었다.

고인과 마찬가지로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에 속해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신대원씨는 “발전소는 여러분이 공기업 하면 떠올리는 깨끗하고 편한 장소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땀과 피가 흘러야만 전기가 만들어지는 현장”이라고 했다. 신씨는 “전국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여전히 용균이와 같은 환경에서 일한다. 사고를 접한 뒤에는 출근하면서 ‘오늘은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며 “어떻게 공기업에서 이런 고민을 하며 출근할 수 있느냐”고 호소했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 홍종표씨는 “김씨의 죽음으로 온나라가 애통해하는 순간에도 제가 일하는 가스공사는 52시간 근로제를 이유로 인원을 4명에서 3명으로 줄인다고 했다”고 했다.

▲ 故 김용균씨와 같이 한국발전기술에 속해 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신대원씨가 18일 오후 열린 “내가 김용균입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故 김용균씨와 같이 한국발전기술에 속해 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신대원씨가 18일 오후 열린 “내가 김용균입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하는 조정환씨는 동료가 2년 전 김용균씨와 똑같은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제 동지도 똑같이 2인1조를 지키지 않는 업장에서 어두컴컴한 곳 수 킬로미터를 홀로 걷고, 똑같이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진 철광석을 올리다 컨베이어벨트에 협착돼 죽었습니다. 그 뒤 회사는 충원 없이 2인1조를 시켜, 근무 강도는 2배가 됐습니다.” 당시 당진공장에서는 일주일 사이 하청노동자가 산업재해 사고로 연이어 사망했다. 조씨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 정부라면, 더 이상 비정규직의 목숨값으로 이 경제가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조선소에서 하청으로 일하는 전기공 김동성씨는 “사망사고가 바로 내일 벌어져도 조선소에선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고 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지난해 말 크레인 사고로 하청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크게 다쳤다. 올초엔 대우조선소에서 하청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김씨는 “꼭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묻고 싶다. 똑같은 중대재해를 반복하는 현실이 과연 노동이 존중하는 사회인지,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사회인지 대답을 듣고 싶다”고 했다.

▲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 노동자대표 100인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에서 “내가 김용균입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 노동자대표 100인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에서 “내가 김용균입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 노동자대표 100인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안전 때문에 눈물 짓는 국민이 한 명도 없게 만들겠다’고 직접 쓰는 사진을 내보였다. 사진=김예리 기자
▲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 노동자대표 100인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안전 때문에 눈물 짓는 국민이 한 명도 없게 만들겠다’고 직접 쓰는 사진을 내보였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표단은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안전 때문에 눈물 짓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게 만들겠다’고 문구를 쓰는 사진을 내보였다. 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공약한 후 발전소를 정규직화했다면 2인1조 작업이 이뤄졌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들은 “우리는 지난달 상시지속·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 원칙을 요구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무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달 24살 꽃다운 청년이 스러졌다”고 했다.

대표단은 “김용균 동지도 문 대통령과 만나자는 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었고, 이 사진이 유언이 됐다”며 “문 대통령이 정말로 김씨의 죽음을 아파 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들은 유족과 故김용균 시민대책위와 함께 오는 21일 청와대 앞을 찾아가 확답을 들을 때까지 밤을 새워 기다리겠다고 했다.

▲ 비정규직 노동자대표 100인은 18일  “내가 김용균입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김군의 유품인 컵라면과 홈런볼 과자를 들고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김씨 분향소까지 행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비정규직 노동자대표 100인은 18일 “내가 김용균입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김군의 유품인 컵라면과 홈런볼 과자를 들고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김씨 분향소까지 행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비정규직 노동자대표 100인은 18일 “내가 김용균입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故 김용균씨 분향소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비정규직 노동자대표 100인은 18일 “내가 김용균입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故 김용균씨 분향소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표단은 김군의 유품인 컵라면과 홈런볼 과자를 불안정 노동의 상징물로 들고서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김씨 분향소까지 행진한 뒤 고인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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